“선수만 들여보내고 스태프는 막았다”…美, 이란 월드컵대표팀 단장 비자 거부 논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일부 적개심이 여전한 가운데,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출전하는 이란 축구대표팀의 핵심 운영진 다수가 미국 입국 비자를 발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당초 이란의 월드컵 참가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최종적으로 선수단의 본선 출전은 성사됐다. 다만 전쟁 이후 이어진 외교적 긴장 속에서 이란은 당초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설치할 예정이었던 월드컵 베이스캠프 계획을 철회하고 멕시코 티후아나로 훈련 거점을 옮긴 상태다.
이란 측은 미국이 선수들에게만 입국을 허용하고 대표단의 필수 인력은 배제하는 “의도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특사인 톰 배럭 주튀르키예 미국대사는 5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를 통해 이란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미국 비자가 발급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스포츠는 국경을 초월한다”고 강조하며 월드컵 참가를 위한 길이 열렸음을 부각했다.
그러나 정작 대표팀 운영에 필수적인 행정·지원 인력 상당수가 비자를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란축구협회 사무총장과 대표팀 단장, 미디어 담당관 등을 포함한 핵심 관계자 12명이 비자 발급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는 거부 대상이 15명에 달한다고 전했으며, 이란 국영 IRIB 방송 역시 튀르키예 안탈리아 현지 취재를 통해 비슷한 규모의 인원이 입국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출신으로 알려진 메흐디 타즈 이란축구협회장도 비자 거부 대상에 포함됐다고 보도했지만, 이란 언론은 타즈 회장이 애초 비자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의 조치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튀르키예 이란대사관은 6일 공식 엑스 계정을 통해 “미국은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의도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대사관은 배럭 특사가 선수 비자 발급 사실만을 공개한 점을 문제 삼으며 “대표팀 운영에 필수적인 관리·행정 인력과 기술 자문단 등 상당수 대표단에 대한 비자 거부 사실은 왜 언급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선수들의 출전을 허용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부각하면서도 실질적인 팀 운영을 담당하는 인력은 배제한 것은 사실상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감정 섞인 조치’라는 것이 이란 측의 시각이다.
비자를 받지 못한 관계자들은 우회 입국을 시도할 계획이다.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튀르키예에서 대표팀과 함께 출국한 뒤 미국 국경과 인접한 멕시코 티후아나로 이동해 현지에서 다시 미국 비자를 신청할 예정이다.
이란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G조에서 벨기에, 이집트, 뉴질랜드와 경쟁하며, 세 경기를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와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치른다. 이 때문에 선수단뿐 아니라 운영진의 원활한 미국 입국 여부가 대회 준비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이번 비자 논란은 전쟁은 휴전 중이지만 적대감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이 선수들의 경기 출전은 허용하면서도 대표팀 운영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의 입국에는 제동을 걸자, 이란은 이를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겠다는 미국의 메시지와 배치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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