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통과해 프랑스오픈 결승까지 ‘신데렐라’ 흐발린스카 “인생은 때때로 이상하지만, 언젠가 이뤄질 것이라 믿고 그냥 묵묵히 하는 것”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오픈시대) 예선을 통과해 프랑스오픈 결승에 오른 첫 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메이저대회 전체로 보면 2021년 US오픈에서 우승한 에마 라두카누(39위·영국)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예선 통과 결승 진출자다.
대회 상금 140만유로(약 25억1000만원)는 지금까지 프로 커리어에서 벌어들인 금액의 두 배에 달한다. 프랑스오픈 본선에서 거둔 6승은 지금껏 투어 레벨 대회에서 승리한 횟수와 같다.
프랑스오픈 ‘신데렐라’ 마야 흐발린스카(114위·폴란드)에겐 꿈같은 3주가 지나갔다. 그녀의 돌풍은 결승에서 끝났다. 흐발린스카는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프랑스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미라 안드레예바(8위·러시아)에게 0-2(3-6 2-6)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흐발린스카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임팩트는 강렬했다. 프랑스오픈에서 7차례 우승한 ‘레전드’ 크리스 에버트는 TNT스포츠와 인터뷰에서 “흐발린스카의 깜짝 활약은 안드레예바가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것만큼이나 인상적”이라며 “흐발린스카의 플레이는 재미있고 다재다능했다. 1970년대 이후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흐발린스카의 프랑스오픈 결승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통산 20번째 경기였다. 톱10 선수와는 첫 대결이었다. 흐발린스카는 “오늘 더 나은 경기를 보여줬다면 좋았겠지만, 안드레예바가 저보다 너무 잘했다. 내가 진 것은 안드레예바 탓”이라고 웃으며 “안드레예바를 상대로 내가 쓸 수 있는 무기가 없었다. 안드레예바는 바람에 잘 대처했고,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했다”고 완패를 인정했다. 준우승에 대해서는 “18년간의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 그리고 끈기의 결과”라며 “이 자리에 오기까지 정말 많은 일을 겪었다. 인생은 때때로 이상하지만, 그냥 언젠가 잘 될 것이라고 믿고 묵묵히 하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결국 그런 결과를 내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7살에 테니스를 시작한 흐발린스카는 폴란드 여자 테니스의 기대주였다. 주니어 시절에는 2001년생 동갑이자 전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와 호흡을 맞춘 복식에서 세계 정상급 실력을 뽐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우울증에 무릎 부상 등이 겹치며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프랑스오픈을 앞두고는 유럽 전역의 여자 투어 2부 리그 대회를 뛰었다. 유니폼 스폰서도 없이 대회에 나섰다. 체류비가 비싼 프랑스에 머물기 위해서 한 폴란드 음료 회사의 지원을 받아야 했다. 흐발린스카는 예선부터 치르며 결승까지 9승을 올리는 동안 단 한 세트만 내주는 뛰어난 경기력을 펼쳐 보였다.
흐발린스카에겐 무엇보다 투어 경쟁력에 자신감을 쌓은 것이 수확이다. 흐발린스카는 “제가 세계 최고의 테니스를 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상하다”며 자신의 성과를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오픈에서 시간을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일이다. 지금처럼 현재에 집중하며 매일 더 나아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지켜보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흐발린스카는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질 잔디 코트 시즌에는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에만 출전하겠다는 뜻도밝혔다. 흐발린스카는 당초 윔블던 예선을 치러야 할 랭킹이지만, 프랑스오픈 준우승으로 본선 와일드카드 또는 시드까지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흐발린스카는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 (대회 출전을)도전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과거에는 잔디 코트가 어려웠다. 하지만 내 슬라이스와 잔디가 잘 맞고 효과적으로 코트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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