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지는 비닐하우스 시설규제 완화해야

“저처럼 소규모로 밭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건축물인 창고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작은 비닐하우스면 충분한데 불법이라며 철거하라고 하니 답답하네요.”
은퇴 후 3년 전부터 광주광역시 광산구 지평동 개발제한구역에서 1058㎡(320평) 규모로 마늘 등을 재배하는 조남철씨(67)는 최근 창고용 비닐하우스 때문에 고민이 깊다.
조씨는 그동안 천막 아래에 농자재와 소형 농기계를 보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집중호우 때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보관시설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올해 2월 33㎡(1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농자재와 농기계를 보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광산구청으로부터 철거 및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조씨는 “밭농사를 지으면 종구용 마늘을 말리거나 농자재를 보관할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실제 영농에 사용하는 시설인 만큼 농업용 부속시설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업진흥구역에 설치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와 부속시설은 농작물 또는 다년생식물의 경작·재배·관리·출하 등에 이용되는 시설로 한정된다.
개발제한구역 관련 법령도 채소·연초(건조용)·버섯 재배와 원예를 위한 비닐하우스만 허가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농작물을 생산하지 않고 농자재를 보관하거나 농산물을 건조하기 위한 비닐하우스는 원칙적으로 불법 시설물에 해당한다.
광산구청 관계자는 “농사용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을 재배하지 않고 물건을 보관하거나 외부에서 수확한 농산물을 가공하는 행위는 단속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실과 제도 사이의 간극이다.
현행 제도상 농산물 건조나 농자재 보관을 위해서는 창고나 농막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창고는 건축 허가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하고 비용 부담도 크다.
농막은 신고만으로 설치할 수 있지만 면적이 20㎡(약 6평)로 제한돼 농기계와 농자재를 함께 보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씨는 “농막은 휴식을 취하기 위한 공간이라 농기계와 각종 자재까지 보관하기에는 너무 좁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조씨만의 문제도 아니다. 실제로 지평동 일대 농지에서는 33㎡(10평) 안팎의 소규모 비닐하우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 농자재 보관이나 농산물 건조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문희중 광주농협 상무는 “도시지역은 물론 농촌의 소규모 농가에서도 작은 비닐하우스를 창고처럼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법적으로는 불법 시설이지만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설치·운영돼온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농업계 일각에서는 실제 영농에 사용되는 소규모 보관시설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씨는 “대부분 농민은 농사를 짓기 위해 비닐하우스를 설치하는 것”이라며 “은퇴자나 신규 농업인의 농촌 정착을 돕기 위해서라도 일정 규모 이하의 창고용 비닐하우스는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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