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근본’ 다시 챙긴 엔비디아… 韓게임서 피지컬AI 미래 찾는다

김영욱 2026. 6. 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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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황, 강남 PC방 게임행사 방문
엔씨·크래프톤 수장과 만남 가져
회사 ‘뿌리’ 게임 이용자 챙기고
로보틱스 사업 부문서 협력 기대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CEO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7일 서울 논현동 옵티멈존 PC까페 신논현역점 앞에서 엄지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임으로 엔비디아와 지속적으로 교류해 온 엔씨와 크래프톤이 신사업인 피지컬 인공지능(AI)으로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엔씨와 크래프톤이 피지컬 AI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에서 엔비디아라는 우군이 있다면 로보틱스를 비롯한 피지컬 AI 사업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7일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과 김택진 엔씨 공동대표를 서울 강남 일대 PC방 두 곳에서 만났다. 크래프톤의 ‘펍지: 배틀그라운드’ 인플루언서 행사와 엔씨 ‘아이온2’ 이용자 대상 행사에 황 CEO가 깜짝 방문하면서 장 의장, 김 대표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이날 황 CEO는 두 곳의 현장에서 추첨을 통해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인 ‘RTX 5090’과 회사의 신형 랩톱인 ‘RTX 스파크’를 경품으로 선물했다.

특히 황 CEO는 RTX 스파크를 소개할 때 새로운 아키텍처를 개발해 게임과 AI 모두 원활히 동작하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엔비디아가 AI향 제품만 생산하며 게임 소비자용(B2C) 제품을 외면한다는 지적 속에 회사의 근간이었던 게임을 놓치지 않았음을 보여준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회동 이후 장 의장은 “엔비디아는 오랜 시간 게임에 뿌리내리고 있는 회사로, 회사의 뿌리를 PC방에서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며 “엔비디아가 신기술을 공개하고 있고, 그에 맞춰 크래프톤은 지난 1~2년 동안 협력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지난해 4월 젠슨 황과 만났고, 그 이전부터 협력 관계를 이야기해왔다. 게임과 AI를 함께 키워나갈 것”이라며 덧붙였다.

크래프톤은 이날 엔비디아와 함께 개발한 소형언어모델(SLM)을 기반으로 하는 ‘펍지 엘라이’를 공개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황 CEO가 이날 오프라인 행사장에 방문한 것은 두 게임사의 수장과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 CEO가 긴 시간 동안 한국 게임사들과 연을 이어왔는데, 게임 콘텐츠에 국한되어 있던 기존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려 엔비디아가 강조하는 로보틱스까지 확대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로보틱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이 분야를 피지컬 AI의 플랫폼으로 낙점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과의 협업 역시 로보틱스를 중점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김택진(왼쪽) 엔씨 공동대표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7일 서울 강남 포탈 PC방에서 열린 ‘아이온2’ 이용자 행사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 CEO는 지난 5일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한국에 투자할 분야가 많은데, 로보틱스가 한국의 차세대 핵심 산업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제조 기술과 AI에 매우 뛰어나다. 이를 융합한 것이 로보틱스”라고 밝혔다.

이러한 가운데 황 CEO가 국내 게임사 중 피지컬 AI 영역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두 회사와 만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엔씨와 크래프톤은 그동안 게임 사업으로 확보한 데이터와 가상 환경 운용 노하우가 피지컬 AI에서의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본다. 로봇이 실제 환경에서 정상 작동하기 위해서는 가상 환경에서의 학습과 고품질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 이 과정에서 게임에서 확보한 이용자 행동 데이터를 비롯한 각종 자산을 적극 활용하면 로보틱스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게 두 회사의 판단이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로봇 자회사인 루도 로보틱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강욱 크래프톤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가 이날 게임 행사에 배석했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8일 엔비디아의 로봇·AI 스타트업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한다. 피지컬 AI 분야 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협력 개발한 AI 캐릭터를 지난해 3월 공개했다. 4월에는 주요 경영진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로봇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지난해 8월부터는 SK텔레콤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미래 방산 분야의 피지컬 AI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엔씨 역시 자회사인 NC AI가 로봇의 두뇌라 불리는 로봇파운데이션모델(RFM)과 월드 모델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국내 유수의 기업들과 협약을 맺어 국방·선박 등 전통 산업 현장에서 즉각 사용할 수 있도록 실증까지 나설 방침이다.

김영욱 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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