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유방암 등 ‘종합병원’ 진단에도 보험금 거부하는 보험사”

A씨는 지난해 9월 대학병원에서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를 받은 후 경동맥 폐쇄 및 협착 진단을 받아 보험사에 뇌졸중 진단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자체적으로 확인한 결과 유의미한 혈관 협착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가 의료자문에 동의할 때까지 보험금 심사 절차를 무기한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B씨는 지난 2022년 5월 유방암 진단 후 항암제 투여를 위한 케모포트삽입술(항암제 반복투여를 위한 관 이식수술)을 받고 암수술비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해당 수술이 항암제 투여를 위한 처치일 뿐 암을 직접 치료하는 수술이 아니라며 약관에서 정한 수술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보험사가 환자를 직접 치료한 주치의의 진단을 인정하지 않고 보험금 지급을 상당수 거절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의 진단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접수된 보험 관련 피해구제 신청 930건 중 85.8%(798건)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로 인한 분쟁이었다고 7일 밝혔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이유로는 ‘주치의 진단·치료 불인정’이 67.4%(538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약관 적용 이견’ 20.7%(165건), ‘손해액 이견’ 9.0%(72건) 등의 순이었다. 특히 보험사가 주치의 진단을 인정하지 않은 538건 중 70.1%는 소비자가 보험사의 의료자문 요구에 동의하지 않거나 자문 결과를 수용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졌다. 의료자문은 환자를 직접 치료한 의사의 진단이 적정한지 제3의 전문의에게 의견을 구하는 절차로 보험사가 소비자 동의를 얻어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당초 제도의 취지와 달리 보험사가 대학병원 등 전문성이 높은 의료기관의 진단까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데에 있다.
실제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구하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사례 가운데 38.5%는 환자의 주치의가 의과대학 부속병원을 포함한 ‘종합병원급’ 이상에 소속된 의사였다. ‘병원급’인 경우는 31.3%(118건), ‘의원급’은 30.2%(114건)였다.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한 보험금은 평균 1618만원이었다. 금액대별로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미만’ 고액 청구 건이 39.1%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는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2021년 8월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을 제정해 운영중이지만 자문 요구 대상 등에 대한 제한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원은 이번 실태 조사 분석을 바탕으로 해당 협회에 의료자문 내부통제 기준을 개선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고액의 비급여 치료 시 가입한 보험사의 보험금 심사 기준을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사가 의료자문을 요구할 경우 의료자문을 시행하려는 이유와 질의 내용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고, 의료자문 결과에 이의가 있을 경우 재감정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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