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은 누구의 것인가”…AI시대, 인간이 마주한 상실의 여정

5일 서울 강남구 영화배급사 NEW 사무실. 올해 프랑스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상자 속의 양’ 주인공인 쿠와키 리무(10)는 질문을 듣고 당황한 듯 눈을 굴렸다. 옆자리에 있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4)이 “그냥 아저씨인 줄 알았지?”하며 웃자, “그건 아닌데…. 진짜에요?”라고 되물었다.

10일 개봉하는 ‘상자 속의 양’은 2년 전 발견한 한 중국 스타트업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사진과 동영상을 바탕으로 고인의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만드는 이 기업을 본 뒤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와 켄스케(야마모토 다이고)가 아들과 꼭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카케루(쿠와키)를 집에 들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때 주목해야 할 점은 오토네와 켄스케 부부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작품을 ‘AI 영화’로만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며 “자아를 갖게 되는 휴머노이드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휴머노이드를 원하는 인간들과 그들의 마음’을 그려내려 애썼다”며 “영화를 볼 때 부부에게로 시선이 갔으면 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인간들은 생전의 좋은 기억들만 골라 죽은 아이를 되살려내고, 카케루에게 진짜 아들의 영혼을 투영하면서 다시 한번 행복한 가정이 될 것이란 희망을 욱여넣는다. 하지만 영화는 인간의 바람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파고들면서, 부부가 카케루를 통해 비로소 상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쫓는다. “죽은 사람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가 통하는 순간이다.

이번 영화는 명작으로 불리는 감독의 전작들에 비하면 아쉽다. 솔직히 범작(凡作)에 가깝다. 가족애나 상실, AI 윤리, 자연 등 여러 소재가 뒤섞이다 보니 다소 산만하다. 여러 문제의식을 끝내 한 줄기로 수렴시키지 못한 듯하다. 다만 수많은 화두 속에 길을 잃었다면, 고레에다 감독의 출발점을 참고하면 좋겠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눈앞에 나타난다면 정말로 전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요. 그럼에도 죽은 사람은 어디까지나 죽은 사람의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기술은 사람의 이기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요.”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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