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토큰으로 엇갈리는 청구서… AI 경제학에 이는 균열

팽동현 2026. 6. 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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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는 대규모 자본조달로 AI투자 가속
기업고객은 폭증하는 AI토큰 비용에 제동
챗GPT로 그린 이미지.


인공지능(AI) 투자 사이클의 양극단이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빅테크들은 AI인프라 확충에 사상 최대 규모의 자본을 쏟아붓는 반면, 이를 기반으로 하는 AI서비스들을 쓰는 기업고객들은 갈수록 불어나는 토큰 비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주 급락에서 이런 간극에 따른 균열이 엿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미국에 상장된 반도체주는 하루 만에 1조3000억달러(약 2015조원)가 넘는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10.3% 급락해 2020년 3월 이후 최대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엔비디아가 약 6% 떨어지며 시총 3000억달러 이상이 날아갔고, 마이크론(-13%)·마벨(-17%)·AMD(-11%)도 크게 하락했다. 이틀간 SOX 지수 낙폭은 약 12%에 달했다.

도화선은 브로드컴이었다. 앞서 내놓은 분기 실적에서 AI칩 매출이 크게 늘었으나, 회사가 제시한 향후 전망이 이미 높아진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해 이미 정점에 달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그 여파로 브로드컴 주가의 이틀 간 낙폭은 20%에 육박했다. 예상을 웃돈 5월 미국 고용지표(약 17만2000명 증가)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점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상황에서 기술주에 부담이 가중됐다.

그 배경에는 빅테크들의 투자 청구서가 있다. 이달 초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AI인프라 투자를 위한 대규모 신주 발행 계획을 공개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100억달러 투자를 포함한 800억달러 증자를 추진, 인수물량 초과청약으로 총액은 약 850억달러(약 13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자본지출(CAPEX)을 1800억~1900억달러로 2022년의 약 6배, 전년의 2배 수준까지 늘리고 내년엔 더 키우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도 AI인프라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백억달러 규모 증자를 검토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5일 보도했다. 그동안 풍부한 현금을 보유해온 이들 빅테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이례적으로 공개 시장을 찾고 있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최대 300억달러 회사채 발행을 신청하고 블루아울캐피털과 270억달러 규모 금융 거래를 맺었으며, 4월엔 올해 자본지출 전망을 1250억~1450억달러로 상향했다.

인프라 거래 자체도 천문학적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같은 날 스페이스X는 구글과 다년간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약을 체결, 올 10월부터 2029년 6월까지 월 9억2000만달러를 지급받고 엔비디아 GPU 약 11만개를 포함한 컴퓨팅자원을 제공키로 했다. 앞서 앤트로픽과도 ‘콜로서스1’ 이용계약을 맺었고, 두 계약의 연간 합산 가치는 약 260억달러 규모다. 고평가 우려도 받는 가운데 스페이스X는 다가오는 기업공개(IPO)에서 750억달러 자금 조달을 노리고 있다.

이런 거액 베팅과 달리 현장엔 정반대 신호가 켜졌다. 최근 KPMG 조사에서 자사 AI 비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기업은 26%에 그쳤고 50%는 일부만, 22%는 거의 모르거나 청구 이후에야 확인된다고 답했다. 사용량(토큰) 기반 과금이 확산되며 AI투자 위험과 부담이 점차 고객에 넘어가는 가운데, 이번 분기 AI 청구서를 보고 놀랄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많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또한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우버는 올해 AI 코딩 예산을 지난 4월에 모두 소진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사 개발자들의 ‘클로드 코드’ 라이선스를 몇 달 만에 회수했다. 직원들의 클로드 사용 한도를 걸지 않아 5억달러짜리 청구서를 받은 기업 사례도 전해졌다. 비용 통제 요구가 커지자 리눅스재단은 클라우드 비용관리를 위한 ‘핀옵스’처럼 토큰 지출에 규율을 세우겠다며 ‘토크노믹스 재단’(Tokenomics Foundation) 설립 계획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토큰 사용량이 2030년까지 24배로 늘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문제는 토큰 청구서상 지출이 늘어나는데도 그 수익이 아직 충분히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젤리피시에 따르면 AI 토큰을 많이 쓴 개발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생산성이 약 2배였지만, 그 토큰 소비는 10배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회사는 AI에이전트 기능 때문에 개발자 1인당 토큰 소비량이 9개월 만에 약 18.6배 증가했다고도 밝혔다.

AI 투자 베팅과 AI 투자수익률(ROI) 사이 거리가 시장이 주시하는 변수다. 니콜라스 아콜라노 젤리피시 연구책임자는 테크크런치에 “대부분의 기업은 (매출 등의 성과를) 여전히 측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리눅스재단 산하 핀옵스재단의 J.R. 스토먼트 총괄이사는 “클라우드 비용 추적이 매달 수억 행의 데이터 문제라면, 토큰 비용 추적은 매달 수조 행의 데이터 문제”라며 “이를 처리하려면 도구, 스펙, 회계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고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팽동현 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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