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환율에 반도체 폭락까지…국내 증시 ‘검은 월요일’ 우려

홍승해 기자 2026. 6. 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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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원·달러 환율 야간 거래서 1560원선 돌파
미 나스닥·반도체 쇼크에 외국인 수급 불안…변동성 장세 불가피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미 기술주 폭락과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은 고환율 쇼크로 인해 ‘검은 월요일’의 공포에 휩싸였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 속에 글로벌 반도체·인공지능(AI) 투자 심리가 급랭한 데다, 원·달러 환율마저 1560원 선을 돌파하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8일 개장하는 국내 증시는 변동성 장세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 낙폭은 역대 세번째로 컸다. 장 초반부터 매도세가 몰리면서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 이른바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47.29포인트(4.50%) 하락한 1002.44에 마감했다.

증시 하락을 주도한 것은 반도체 대형주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6.40%, 9.92% 급락하며 지수 전체를 끌어내렸다. 국내 증시 시가총액 상위권에서 차지하는 두 종목의 비중이 큰 만큼 반도체 대형주의 동반 약세는 곧바로 지수 급락으로 이어졌다.

앞서 국내 증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방한 기대감에 AI, 반도체, 로봇, 플랫폼 관련주가 강세를 보였다. LG그룹주와 두산로보틱스, 네이버 등 일부 종목은 방한 기대감만으로 급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한 일정이 현실화된 뒤에는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다. 시장에서는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재료 소진 인식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제 지난 5일 두산로보틱스는 전 거래일보다 11.15% 하락했고, 네이버와 LG전자도 각각 4.49%, 7.62% 내렸다.

미국 증시의 반도체주 급락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 안팎 하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 넘게 급락했다.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주요 반도체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증시를 이끌었던 AI 투자 열기에 대한 경계감도 확산됐다.

미국발 충격의 배경에는 고용지표와 금리 부담이 있다. 미국의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 폭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됐다. 고금리 부담은 그동안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기술주와 성장주에 압박으로 작용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도 국내 증시의 불안 요인이다.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달러당 1561.5원까지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여만의 최고 수준이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차손 부담이 커지고, 국내 주식 매도 유인도 확대될 수 있다.

이번주 국내 증시는 미국 물가지표와 국채금리 흐름, 주요 기술기업 실적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 선물·옵션 만기일도 예정돼 있어 수급 변동성이 한층 커질 수 있다. 

단기 낙폭이 컸던 만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지만, 환율과 금리가 안정되지 않으면 반등 폭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검은 월요일’ 우려는 젠슨 황 방한 이벤트 종료에 따른 단기 조정뿐 아니라 고환율, 고금리, 반도체 차익실현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기술주 조정이 국내 반도체 대형주로 전이되고, 원화 약세가 외국인 수급 불안을 키우는 구조가 이어질 경우 국내 증시는 당분간 큰 변동성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브로드컴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산업재, 금융, 에너지 등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는 순환매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내 증시 역시 글로벌 불확실성을 더욱 경계하며 반도체 차익실현 매물 출회에 따른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