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단위 ‘네 자리’ 표기 우리에게 맞다
서양식 세 자리 표기 우리 언어 체계 맞게 네 자리 바꿔야

서양식 세 자리 숫자 단위 표기를 우리 언어 체계에 맞게 네 자리로 바꾸어야한다는 주장을 담은 책 <수사 체계와 자릿점>이 발간돼 관심을 끈다.
진주지역에서 우리말 정체성을 지키고 바르게 쓰기 위한 운동을 벌였던 박종석(61) 박사가 최근 <수사 체계와 자릿점>이라는 책을 냈다.
박종석 박사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학사)와 정치학과(석사), 경상국립대 국어국문학과(석사), 일본 홋카이도대학(법학 박사)을 거쳐 하와이대학에서 자연과학까지 공부한 독특한 이력의 인물이다. 홋카이도대학 조교, 큐슈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부교수 등을 역임한 그는 그동안 깊이 있는 연구와 지식을 바탕으로 이번 저서를 집필했다.
이 책은 우리 언어 체계에 맞는 숫자의 자릿점을 되찾자는 정책적 제안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책 내용을 보면, 영어와 프랑스 등 서양 언어는 수사 체계가 세 자리 단위(1000, 100만, 10억) 단위로 발전해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는 서양식 표기법이 그들의 언어 구조와 완벽히 맞다. 반면 한국어와 중국어, 일본어 등 동아시아 언어는 네 자리 단위(만, 억, 조, 경)로 올라가는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구한말 이후 서양식 세 자리 자릿점 표기를 비판 없이 수용해 사용해 왔다고 적었다.
이 때문에 머릿속 네 자리 언어 체계와 눈에 보이는 세 자리 숫자 표기가 부딪히면서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기존 방식의 '87,530,802,916,045'는 읽기가 난해하지만, 동아시아 수사 체계에 맞춰 네 자리마다 자릿점을 찍어 '87,5308,0291,6045'로 표기하면 뒤에서부터 첫 점은 '만', 둘째 점은 '억', 셋째 점은 '조'가 돼 "87조 5308억 291만 6045"로 단 1초 만에 직관적으로 읽어낼 수 있게 된다.
그는 "국제 표준이라는 명목하에 우리 언어 습관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을 필요가 없다"며 네 자리 자릿점 도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밝혔다.
특히, 현행 한글맞춤법 제44항(수를 적을 적에는 '만' 단위로 띄어 쓴다)의 한계를 지적하며 정책적 대안을 요구했다.
현행 규정은 한글이나 '숫자+한글' 혼용(예 12억 3456만 7898)에 대해서는 네 자리 단위를 반영하고 있으나, 숫자로만 표기할 때의 명확한 자릿점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글로 수를 적을 적에는 '만' 단위로 띄어 쓰고, 숫자로만 적을 적에는 네 자리마다 자릿점을 찍는다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판기념회는 9일 오후 7시 진주문고에서 열린다. 이날 박 박사가 직접 무대에 올라 책의 핵심 내용과 집필 의도에 대해 깊이 있는 강의를 펼칠 예정이다. 박 박사는 현재 통영에서 살며 외국인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허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