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60달러, 산업 붕괴… '석유 재고' 지금처럼 줄면 벌어질 일 [주말 Q&A]

김정덕 기자 2026. 6. 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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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주말 Q&A
美 석유업계 재고 감소 우려
5월 들어 재고 감소 속도 ↑
트럼프 문제 없다고 주장하지만
위험 경고하는 목소리 높아져
산업 전반 무너질 가능성도

최근 들어 석유 재고량이 가파르게 줄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다. 그러자 미 석유기업 경영진들이 공개석상에서 '재고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국제유가(브랜트유)가 배럴당 150~16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 석유시장는 정말 괜찮은 걸까. 더스쿠프가 주말 Q&A에서 이 문제를 다뤄봤다.

미국 석유업계가 석유 재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사진|연합뉴스]
"석유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 석유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자 최근 미국 내 석유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경고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사상 최대 규모의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경고가 현실화하면 우리나라의 석유 수급은 물론, 가뜩이나 높은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미국의 정치ㆍ정책 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최근 미국의 석유업계 관계자들이 미국 정부와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채널을 통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과 각 부처 장관들을 만나 "세계 석유시장에서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이 사라진 것과 같은 충격이 나타나고 있고, 그 여파로 비축 물량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석유업계 관계자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위험할 정도의 재고 상태"라면서 "정부 최고위층에 우려를 전달했는데, 지금의 재고 수준을 정부가 제대로 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Q. 빠르게 줄어드는 미국 재고 = 실제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4억6150만 배럴이던 상업용 석유 재고(정부 전략비축유 제외)는 5월 29일 4억3370만 배럴로 한달 만에 2780만 배럴이 줄었다. 미국의 일일 원유생산량(약 1350만 배럴)의 두배다.

이란과의 전쟁 이후인 3월 27일 기준 재고가 4억6380만 배럴이었던 걸 감안하면 최근 들어 재고가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중동산 원유와 석유제품의 공급 감소를 메우기 위해 정유사들이 저장 탱크에 쌓아둔 물량을 빠르게 꺼내 쓰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정부의 전략비축유 규모는 더 심각하다. 역사적으로 미국 정부는 6억5000만 배럴에서 7억 배럴 정도의 전략비축유를 보관해왔다. 그런데 5월 29일 기준 전략비축유는 3억5710만 배럴에 불과했다. 평상시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업계의 이런 주장에 백악관은 부인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고위 참모들이 업계로부터 석유 재고 문제를 우려하는 비공개 경고를 들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폴리티코의 익명 취재원들이 틀렸다"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 역시 성명을 통해 "석유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은 하고 있지만 특별히 재고 문제를 논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Q. 경고 메시지 내는 美 석유업계 = 문제는 미국의 주요 석유기업 경영진들까지도 공개 석상에서 이런 우려를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엑슨모빌의 수석부사장인 닐 채프먼은 최근 뉴욕에서 열린 번스타인 전략결정 컨퍼런스에 참석해 "세계 원유ㆍ휘발유ㆍ경유ㆍ항공유 재고가 전례 없이 낮은 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재고가 위험 수준에 도달하는 시점이 2주 후일지 3주 후일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면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50~16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뉴욕선물거래소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95.03달러다.

셰브론의 최고경영자인 마이크 워스도 같은 컨퍼런스에서 "현재 시장이 공급 부족을 흡수해주는 완충장치를 계속 소모하고 있다"면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은 (미국-이란) 전쟁 초기보다 크게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이런 압력이 실제 현물가격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될 것이며, 6월과 7월에는 가격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프먼보다 표현은 다소 신중했지만, 전망의 방향은 같았던 셈이다.

또 다른 석유회사의 임원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도 이미 이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최근 업계 인사들의 공개 발언은 소비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서 7월 독립기념일 연휴 때 주유비가 지금보다 싸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면서 "오히려 더 비쌀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수요일 기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26달러다. 전쟁 이전(2월 말 기준 2.98달러)보다 1.28달러(43.0%) 더 높은 수준이다.

Q. 미국 행정부의 반론 =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입장을 내놨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고, 베네수엘라도 증산을 하고 있으며, 외국 선박이 미국 항구 간 운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50%의 수입관세 면제)한 존스법 예외 조치 등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은 국제 석유가격 폭등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다.

여기에 더해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하면 에너지 가격도 올해 2월 수준이나 그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에너지팀은 단기적인 시장 혼란을 예상했고, 이를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했다"면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음에도 국제유가가 예상만큼 급등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도 일리가 없진 않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Q. 재고 감소 얼마나 견딜 수 있나 =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S&P 글로벌의 에너지 부문 원유 연구 책임자인 짐 버크하드는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세계 각국이 보유한 재고 덕분"이라면서 "하지만 이런 상황을 영원히 지속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현재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제유가 급등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버크하드는 "전쟁 이후 전 세계 석유 재고가 하루 평균 약 580만 배럴씩 감소하고 있다"면서 "이처럼 짧은 기간에 재고가 이렇게 빠르게 감소하는 건 처음 본다"고 꼬집었다.

로열 뱅크 오브 캐나다(RBC) 계열의 투자은행ㆍ리서치 조직인 RBC 캐피털 마켓츠의 원자재 전략 책임자인 헬리마 크로프트는 "고갈되는 재고는 마치 물속에 잠긴 빙산과 같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당장은 유가만 보고 '어떻게든 버틸 수 있겠지, 결국 이란도 협상에 나설 거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태가 계속돼 9월이나 10월까지 간다면 그때는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공급 부족 사태를 보게 될 것이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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