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밭일 그만하세요” 이른 폭염에 고령 전업농 많은 경북 ‘비상’

김현수 기자 2026. 6. 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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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전업농 비율 64.7% 전국1위···대부분 고령
드론 순찰·찾아다니는 방재로 폭염서 어르신 지켜
경북 안동시 서후면 명리마을회관 인근에서 2일 경북도 위기관리대응센터 황한재 주무관이 관제차량 모니터에 띄운 드론 촬영 영상을 가리키며 폭염 예찰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폭염특보가 발효 중입니다. 밭일 그만하시고 휴식을 취해주세요.”

경북 안동시 서후면 명리마을회관. 지난 2일 윙 소리를 내며 하늘로 솟아오른 드론 1대가 인근 논밭 위를 맴돌며 안내방송을 쏟아냈다. 실제 폭염특보가 내려진 것은 아니다. 올해 일찍 다가온 폭염에 대비해 경북도가 지난해 도입한 드론 예찰 시스템 시범 순찰이었다.

경북도 위기관리대응센터 관제차량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드론이 실시간 촬영한 논밭과 도로가 선명하게 펼쳐졌다. 적외선 감지모드로 전환하자 온도가 높은 곳은 붉게 물들었다. 한낮 햇볕을 그대로 받은 밭은 49도, 주차된 차량의 보닛은 65도로 찍혔다. 그늘진 곳만 25도였다. 영상은 실시간으로 경북도청 충무시설 서버로 공유됐다.

드론 조종간을 잡은 황한재 주무관은 “면적이 넓고 농가가 많은 경북 특성상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올해는 온열질환 감시 첫날인 지난달 15일 이미 추정 사망자가 나온 만큼 폭염 위험 시간대에 밭에 나와 있는 어르신들을 설득해 귀가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역대 가장 이른 시점에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이른 더위에 경북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은 전국에서 면적이 가장 넓은 데다 생계수단이 농사인 전업농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아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

경북 안동시 서후면에서 2일 경북도 위기관리대응센터 황한재 주무관이 폭염 예찰 드론을 띄우고 있다. 김현수 기자

국가데이터처 동북지방통계청 ‘최근 10년 경북의 농업 변화’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경북 경지면적은 24만4000ha로 전국의 16.1%를 차지했다. 경북(1만9036㎢)에서 농사만으로 먹고사는 전업농 비율은 64.7%로 전국 1위다. 농가인구 10명 중 6명은 65세 이상 고령자다. 폭염 경보가 울려도 밭을 떠나지 않는 노인이 많은 이유다.

실제 경북지역 온열질환 환자는 3년째 증가세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보면 경북지역 온열질환자는 2023년 255명, 2024년 290명, 지난해 436명으로 집계됐다. 3년간 사망자는 총 13명이다.

경북도는 드론 순찰 외에도 마을별 자율방재단을 운영해 취약계층을 찾아다니는 폭염 대응도 나선다. 와룡면 가구리 자율방재단 황현태씨(63)도 16명으로 꾸려진 조와 함께 와룡면 전체를 순찰하고 있다.

황씨는 고추밭을 특히 집중적으로 순찰한다. 고추는 7월 하순 수확철이 되면 최대한 빨리 따줘야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린다. 달린 고추를 그냥 두면 꽃이 피지 않아 수확량이 줄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이를 두고 “짐이 실렸다”고 표현한다.

황씨는 “다음 해 농사를 위해 무리하는 어르신이 많다”며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은 반강제로 귀가시키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들은 일당이 걸려 있다 보니 들어가라고 해도 잘 안 듣는다”며 “농장주를 직접 찾아가 폭염이 꺾이는 오후 4시 이후에 일을 시켜달라고 설득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올해 폭염대응 합동 전담팀(TF)을 17개 부서 37명으로 확대했다. 22개 시·군에 예방 활동 사업비, 재난안전특별교부세, 경로당 냉방비 등 57억원도 조기 투입했다.

김종수 경북도 안전행정실장은 “지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강화된 폭염 종합대책에 따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 관계자들이 2일 안동시 옥동 제4공원에 설치된 폭염저감시설(쿨링포그)을 점검하고 있다. 김현수 기자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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