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아내 강제추행한 부사관… ‘성폭력 교육 면제’ 판결 뒤집혔다
후배 군인의 아내를 강제추행한 현역 부사관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면서도 ‘현역 군인’이라는 이유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면제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군인사법에 따라 군인 신분을 상실하는 만큼, 민간인 신분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현역 부사관 A씨의 상고심에서 지난 4월 2일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고 이수명령을 면제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0년 10월 후배 군인인 B씨 부부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중, B씨 등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아내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1·2심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라며 A씨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은 부과하지 않았다. 현행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보호관찰법)’ 56조 등에 따르면 현역 군인 등 군법 적용 대상자에 대해 현실적인 집행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수강명령 등을 부과하지 않는 특례를 두고 있다. 2심은 이를 근거로 “현역 군인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된다”며 이수명령을 면제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도 현역 군인에게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자체를 부과할 수 없다는 점은 인정했다. 다만 A씨가 판결 선고 시점에는 현역 군인이더라도, 벌금형이 확정되면 군인 신분을 상실해 민간인이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구 군인사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로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된 장교나 부사관은 임용 결격 사유가 발생해 신분을 상실한다. 대법원은 이수명령이 판결 확정 이후 집행되는 만큼, 벌금 800만원형이 확정되는 순간 A씨는 민간인 신분이 돼 이수명령을 집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에 대한 강제추행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피고인은 구 군인사법 등에 의하여 현역 군인 신분을 당연히 상실하게 된다”며 “원심 판결 선고 시에 피고인이 군법 적용 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사정은 성폭력처벌법에서 정한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해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이수명령을 부과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보호관찰법 및 성폭력처벌법의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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