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걱정돼 고기 끊었다면…다시 봐야 할 육류의 진실 [박민선의 건강톡톡]
가공육·내장육은 일부 위험 신호…골고루 먹는 식습관 중요
(시사저널=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천천히 자라는 폐암이 의심되는 72세 여성 환자에게 고기 섭취를 권유했다. 동물성 단백질은 포만감을 높이고 체온 유지와 에너지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소고기 같은 붉은 고기는 적은 양으로도 높은 열량과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어, 폐질환 환자들에게 자주 권장되는 음식이다. 그러나 이 환자는 붉은 고기가 대장암 등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며 고기 섭취를 꺼렸다.
최근에는 근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고령자들도 동물성 단백질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는 것 같다. 그러나 육류 섭취가 대장암·췌장암 같은 암이나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우려 때문에 자주 먹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는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외식 등을 통해 한 번에 과도한 양의 고기를 섭취하는 방식보다는 매일 한 끼 정도, 체중 1kg당 1g 정도의 다양한 고기류를 섭취할 것을 권한다.
최근 우리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대서울병원 유인선 교수팀과 함께 한국인 성인 약 14만 명의 육류 섭취와 암 사망률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육류를 △붉은 고기(소고기·돼지고기) △가공육 △내장육 △닭고기 등으로 구분한 뒤, 위암·대장암·췌장암·유방암 등 암종별 사망률과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한국인 육류 섭취 방식, 서구인과 다르다
그 결과 전체 육류 섭취량은 남녀 모두에서 전체 암 사망률 증가와 유의한 관련이 없었다. 다만 육류의 종류와 성별에 따라서는 서로 다른 결과가 관찰됐다. 남성에서는 붉은 고기 섭취가 많은 그룹일수록 위암 사망률이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체질량지수(BMI)가 낮거나 흡연 경험이 있는 남성에게 이러한 연관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가공육 섭취는 기존 연구들과 유사하게 직장암 사망률 상승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서는 간이나 곱창 같은 내장육 섭취가 많은 그룹에서 췌장암 및 유방암 사망률이 상승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러한 연관성은 고령 여성, 비흡연 여성, BMI가 낮은 여성에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존 서구권 연구와 다른 결과를 보인 배경에는 한국인의 육류 섭취 방식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붉은 고기의 상당 부분이 돼지고기이며, 염장·훈연 형태의 가공육보다는 수육이나 구이 형태로 섭취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또 과거에는 육류를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고 건강검진이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더 좋았을 가능성도 있다.
여성에게서 내장육 섭취와 암 사망률 상승의 연관성이 관찰된 것은 처음 보고되는 내용이다. 간이나 곱창 등 내장육에는 카드뮴·비소·납 같은 중금속이 상대적으로 더 축적돼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지방 함량도 높다. 이로 인해 췌장이나 유방처럼 나이가 들수록 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장기에 문제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앞으로 내장육 섭취가 많은 다른 식문화권에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육류 섭취량 자체보다 어떤 종류의 육류를 먹는지가 암 건강과 더 관련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따라서 특정 음식을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다양한 식품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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