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벌어주는 AI, 생산성은 '부동'···"기업은 안 바뀌기 때문"

김태일 2026. 6. 7. 12: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도입으로 평균 업무시간 3.8% 감소
주 40시간 근무 기준 1시간30분 절감된 것
하지만 업무처리량 증가율과의 상관계수 '0'
개별 작업에만 적용된 채 전체 프로세스 변화 없어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활용은 업무시간을 단축시키지만, 조직 전체의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데까지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개별 작업 단위의 효율성은 높이지만, 기업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효과까진 내지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무시간 줄어도 생산성 그대로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5~6월 중 한은 조사국이 실시한 가계조사(전국 만 15~64세 취업자 5512명 대상)를 활용해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업무시간 변화를 정량적으로 추정한 결과 평균 업무시간이 3.8% 감소했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 약 1시간30분이 절감됐다는 뜻이다.

이렇게 아낀 시간이 오롯이 생산 증가로 전환된다고 가정하면 잠재적 생산성 증가효과는 1.0%로 계산됐다.

업무시간 단축 효과는 직업과 업무별로 차별화됐다. 전문직, 사무직, 관리직 순으로 절감 효과가 컸고 서비스직, 기능직, 단순노무직에선 비교적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업무별로 보면 교육자료 개발, 통계분석, 모델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 인지적·비정형 업무에서 효과적이었다. 반면 업무 조율, 장비 운용 등 고맥락 판단이나 물리적 협력이 요구되는 작업에선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 했다.

문제는 단축된 업무시간이 생산성을 키우는 재료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은 자체 설문 결과 생성형 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 간 상관계수는 0.00으로 도출됐다. 최근 3년 간 우리나라 생산성 증가 추세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팀장은 "이른바 'AI 생산성 단절' 현상으로 절약된 시간이 고부가가치 업무로 재배치되지 못하고 있거나, 업무 프로세스 및 조직 구조의 변화가 충분히 수반되지 않은 데 기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 팀장은 이를 두고 "이는 AI 도입 초기 나타나는 전형적 모습이고, 부정적이기보다 자연스럽게 과정"이라며 "정답이 정해져 있진 않지만 결국 조직이 바뀔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몇 가지 특징은 발견됐다. 업무시간이 1.0%p 절감된다고 했을 때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에 비해 업무처리량이 1.0%p, 연령별로 보면 청년층(15~39세)이 50~64세 대비 업무처리량이 0.6%p 증가했다. 성과가 소득으로 직접 연결되는 구조일수록, 또 디지털 기술 적응력이 높을수록 생산 활동에 대한 연결성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업무 자율성과 성과 가시성이 높은 전문직이 사무직 대비 0.7%p 높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에 따른 업무시간 절감률(X축)과 업무처리량 증가율(Y축) 간 관계. 한국은행 제공
생산성 향상까지 이으려면
이처럼 AI 활용이 생산성 향상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제약 요인으로는 크게 4가지가 지목됐다. 일단은 '작업 수준에 머무르는 AI 확산'이다. 직무 전체가 아닌 일부 업무에만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업무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번 분석에서 업무시간 절감률이 20% 이상인 작업은 4.4%에 불과했다.

다음은 '업무 흐름의 경직성'이다. 오 팀장은 "현재 AI 활용은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 작업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작업 간 순서와 의존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개별 작업의 효율성 개선이 전체 생산성 증가로 확산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생산 과정 내 병목'도 존재한다. 일부 작업에서 효율성이 개선돼도 의사결정이나 협업, 승인 등 다른 절차에서 그 효과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유인구조의 불일치'다. 추가 성과에 대한 보상이 미미해 단축한 시간을 굳이 생산적 활동에 투입하지 않는 환경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오 팀장은 이 같은 구조를 전환하기 위해 보고서 요약, 회계처리, 규정 검토 등 표준화 업무와 신규 사업 기획, 전략 수립, 정책 설계 등 열린 업무를 구분하고 전자엔 AI가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업무 흐름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후자에 대해선 AI가 인간의 사고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증강도구로 활용돼야 한다.

오 팀장은 나아가 "신입·저연차가 열린 업무에 조기 참여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하고 관찰-보조-주도 단계로 이어지는 점진적 참여 구조를 통해 표준화 업무를 거치지 않고도 판단력과 도메인 감각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AI 활용으로 절약된 숙련자의 시간을 멘토링, 코칭, 페어워크 등에 재투입해 조직 내부 지식 이전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