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 3년…일은 빨라졌지만 생산성 혁신은 아직

박미라 기자 2026. 6.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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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절반 이상 업무 활용…평균 업무시간 3.8%↓
줄어든 시간, 생산 증가로 연결 안 돼…생산성 단절
미국 뉴욕의 한 컴퓨터 화면에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 웹사이트 페이지와 회사 로고가 표시돼 있는 모습. /제공=뉴시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국내 노동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며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지만 아직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가 개별 작업 수준의 효율성은 높였지만 업무 흐름(workflow) 개선과 조직 구조 변화, 인력 재배치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생산성 단절(Productivity Disconnect)'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행은 7일 BOK이슈노트의 일환으로 'AI 도입은 생산성을 높이는가? 초기 3년의 효과 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작성자는 한은 조사국 고용연구팀 서동현 과장, 오삼일 팀장, 윤종원 조사역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근로자의 평균 업무시간은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당 약 1.5시간이 줄어든 셈이다. 연구팀은 절감된 시간이 모두 생산 활동으로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잠재적 생산성 향상 효과는 약 1.0%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생성형 AI 확산 속도는 매우 가파르다. 연구팀이 실시한 가계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국내 근로자의 51.8%가 생성형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인터넷 확산 속도와 비교하면 약 8배 빠른 수준이다. 그러나 거시경제 차원의 시간당 생산성 지표에서는 최근 3년간 뚜렷한 개선이 확인되지 않았다.

직종별로는 전문직과 사무직, 관리직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직과 기능직, 단순노무직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업무 유형별로는 교육자료 개발, 통계분석, 모델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등 인지적·비정형 업무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두드러졌다.

특히 AI 사용시간이 많은 근로자와 근속연수가 짧은 저숙련 근로자에서 시간 절감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한은은 AI가 경험 부족을 보완하면서 숙련도에 따른 생산성 격차를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업무시간 감소가 실제 생산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업무시간 절감률과 업무처리량 증가율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상관계수가 '0'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AI로 절약된 시간이 생산성이 높은 업무로 재배치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이를 '생산성 단절' 현상으로 규정했다. AI가 개별 작업 수준에서는 효율성을 높였지만 업무 흐름 개선이나 조직 구조 변화, 인력 재배치로까지 확산되지 못하면서 경제 전체 생산성 향상 효과가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영업자와 전문직, 청년층(15~39세), AI 고강도 사용자 등 성과 보상과 업무 자율성이 높은 집단에서는 실제 생산성 증가가 확인됐다. 한은은 AI의 생산성 효과가 기술 자체보다는 조직의 유인 체계와 업무 구조에 의해 결정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현재 AI가 '효율성(efficiency)' 단계에는 진입했지만 아직 '생산성(productivity)' 단계로는 충분히 전환되지 못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는 범용기술 도입 초기에 흔히 나타나는 '솔로우 역설(Solow Paradox)'이나 'J-커브' 현상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향후 AI 효과를 생산성 증가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와 조직 개편, 직무 재배치, 성과 기반 보상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미라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