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현장] 제11회 청어람 공연, 송도 트라이보울 가득 채운 판소리의 감동
명창들 감동시킨 인천 ‘귀명창’
무대·객석 경계 허문 신명나는 국악축제
앙혜인·성유진·안이호·김경아·왕기철 명창
‘국악의 날’ 선보인 판소리 다섯마당

판소리에 ‘일고수 이명창(一鼓手 二名唱)’이라는 말이 있다. 첫째가 고수요, 둘째가 명창이라는 뜻으로 뛰어난 소리꾼만큼이나 장단을 맞추는 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조만간 ‘일고수 이명창 삼귀명창’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지난 5일, 국악의 날을 맞아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판소리 다섯마당 ‘제11회 청어람’ 무대에 선 명창들은, 객석을 가득 채우고 명창의 목소리에 집중해준 인천의 귀명창을 치켜세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객석의 멋진 호흡 역시 하나의 완벽한 공연을 만드는데 중요한 예술적 요소임을 확인 할 수 있는 자리였다.
흥보가를 부른 왕기철 명창은 객석을 향해 “아니 보통 귀명창들이 아니셔! 아따, 겁나게 소리판을 잘 알고 소리 속까지 훤히 꿰뚫고 계시니, 내 아주 깜짝 놀라버렸소. 인천의 문화를 품격 있게 지켜주시는 여러분이 진정 최고여!”라고 말하며 찬사를 보냈다.


춘향가를 부르기 전 “이번 인천 공연이 처음이어서 긴장이 된다”던 양혜인 명창은 소리를 마친 후 객석을 향해 “인천 짱”이라고 외치며 두 손으로 ‘엄지 척’을 보여주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퇴장했다. 사회를 맡은 조정래 영화감독은 “객석이 꼭 무대 같았다”면서 “인천 여러분들은 그걸 아셔야 한다. 전국을 다녀봤지만 가장 관객 호응이 좋고, 추임새를 잘하는 곳이 인천”이라고 했다.
어느덧 인천의 대표 국악 공연으로 자리를 잡은 ‘청어람’은 올해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창들의 소리로 다섯마당을 풍성하게 채웠다.
양혜인 명창은 춘향가 중 어사상봉 대목을 들려줬다. 과거에 급제한 이몽룡이 월매를 다시 만나는 순간을 포착한 대목으로, 이몽룡의 과거급제와 딸 춘향의 구원을 위해 지성을 드리는 월매의 모습과 이에 감동하는 이몽룡을 생생하게 그렸다. 성유진 명창 꿈나무는 심청가 중 심청이 밥 빌러 가는 대목을 선물했다. 국립전통예술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앞을 못 보는 아버지를 위해 밥 동냥에 나선 심청의 효심과 애틋한 사랑을 깊이 있게 표현해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안이호 명창은 적벽가 중 적벽대전 대목을 들려줬다. 판소리 중 가장 웅장하고 극적인 대목답게, 화염에 휩싸인 적벽의 참혹함과 쫓기는 조조의 긴박한 상황을 역동적인 소리로 묘사하며 객석을 압도했다. 김경아 명창은 수궁가를 선보였다. 이번 공연의 총연출이기도 한 김 명창은 호랑이가 자기를 부르는 줄 알고 신이 나서 내려오는 장면을 특유의 재치와 완숙한 기량으로 풀어내며 공연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왕기철 명창은 흥보가 가운데 박타는 대목을 준비했다. 제비가 물어다 준 씨앗으로 길러낸 박이 갈라지면서 쌀과 돈이 쏟아져 나오는 아주 통쾌하고 신나는 대목이다. 특히 객석의 관객과 함께 톱질을 하며 무대와 객석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선물했다.

‘연희집단 The광대’의 공중이 아닌 땅 바닥에서 하는 ‘땅줄놀음’은 객석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고, 경기음악연구소의 ‘사색풍류, 팔도유람’ 연주 또한 객석의 큰 박수를 이끌어냈다.
/김성호 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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