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지방선거 끝났지만 고발전 남았다… 선거사범 54명 수사
10명 9건 종결·54명 수사 중
흑색선전 32명으로 절반 차지
공무원 선거관여 의혹도 13명
10월 2일까지 집중수사 체제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뒤 제주 정치권의 고소·고발전이 수사 국면으로 넘어갔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허위사실 유포, 공무원 선거관여, 후보 간 맞고발 사건이 남아 새 도정과 교육행정 출범 초기에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7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사범 64명 45건을 단속했다. 경찰은 이 가운데 10명 9건은 무혐의 등으로 수사를 종결했고, 54명 36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가장 많은 유형은 허위사실 유포 등 흑색선전이었다. 흑색선전 관련 단속 인원은 32명 24건으로 전체 단속 인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공무원 선거관여 13명 6건, 벽보 훼손 3명 4건, 사전선거운동 1명 1건 순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지난 3월 18일부터 제주경찰청과 제주동부·서부·서귀포경찰서에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대응체계를 운영해 왔다. 선거 이후에도 수사는 이어진다. 제주경찰청은 오는 10월 2일까지 4개월간을 선거사범 집중수사 기간으로 정하고 금품 제공 등 불법행위 첩보 수집과 단속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번 수사는 숫자보다 내용이 더 민감하다. 제주도지사 선거, 제주도교육감 선거, 서귀포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후보 검증과 네거티브 공방, 캠프 간 고발이 선거기간 내내 이어졌다. 선거 결과는 확정됐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정치적 책임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제주도지사 선거와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는 공무원 선거관여 의혹과 문자메시지 발송 논란 등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오영훈 제주도지사 측의 공무원 선거 개입 의혹, 문대림 국회의원 측의 오 지사 비판 문자메시지 발송 의혹, 캠프 관계자들의 이중 투표 유도 의혹 등이 거론됐다.
교육감 선거도 수사 후폭풍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의숙 제주도교육감 당선인 측과 김광수 교육감 측은 선거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의 유착 의혹, 허위사실 공표 의혹 등을 놓고 서로 고발했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이 없는 선거지만 실제 선거전은 정책 검증과 의혹 제기가 뒤섞이며 강한 대립 구도를 보였다. 수사 결과가 새 교육행정 출범 초반 신뢰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선거범죄 수사는 일반 정치 공방과 성격이 다르다. 선거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 허위사실인지, 의견 표명인지, 검증 요구인지,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공무원 선거관여 의혹의 경우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같은 발언과 행동도 사실 적시와 의견 표명, 의혹 제기와 허위사실 공표의 경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흑색선전이 절반을 차지한 점은 제주 선거문화의 과제로 남는다. 선거 막바지에 의혹 제기와 고발이 쏟아지면 유권자는 정책과 공약보다 네거티브 공방에 더 많이 노출된다. 사실관계가 정리되기 전 의혹이 확산되면 후보자 피해와 유권자 혼란이 함께 커진다. 수사 결과 무혐의로 끝나더라도 정치적 낙인이 남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무원 선거관여 의혹도 가볍게 볼 수 없다. 지방선거는 도정과 교육청, 행정시, 산하기관과 가까운 선거다.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관계자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행정의 중립성과 직결된다. 실제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이런 의혹이 반복되면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와 공직사회 내부 기강이 흔들릴 수 있다.
이번 단속 인원은 현재 기준 64명이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 제주에서는 선거사범 80명 40건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27명 20건이 송치됐다. 이번에는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 많아 최종 송치 규모와 사법 처리 결과는 더 지켜봐야 한다.
선거 이후 수사는 속도와 균형이 모두 중요하다. 수사가 길어지면 당선인과 낙선자, 캠프 관계자, 공무원 조직이 정치적 불확실성에 묶일 수 있다. 반대로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결론을 내리면 선거범죄 수사의 신뢰가 약해진다.
제주 정치권의 과제도 분명하다. 당선인은 선거사범 수사와 별개로 도정·교육행정·의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낙선자와 정당도 수사 결과를 지켜보되,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정치 공세로 확대하는 방식은 경계해야 한다. 선거 경쟁이 끝난 뒤에도 지역사회가 고발전의 연장선에 머물면 민생 현안과 정책 논의가 뒤로 밀릴 수 있다.
경찰은 선거범죄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고, 선거 이후에도 불법행위를 계속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수사 결과는 새 제주 권력구도의 도덕성과 선거문화의 수준을 가르는 또 하나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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