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324 ML 전체 3위...이정후 '멀티 히트', 14경기 연속 안타 대기록

박순규 2026. 6. 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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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시카고 컵스와 원정경기서 2안타 1도루 '폭발'...14경기 연속 안타 기록
0.324 타율, 팀 내 1위-메이저리그 전체 3위 '도약'

'바람의 손자' 이정후가 7일 시카고 컵스와 원정 경기에서 2안타 1도루를 기록하며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이정후는 0.324 타율로 팀 내 타격 1위와 메이저리그 전체 타격 3위로 올라섰다./시카고=AP.뉴시스

[더팩트 | 박순규 기자] 안타는 습관이 됐고, 기록은 역사가 되고 있다. 시카고의 변덕스러운 비바람과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들의 강속구도 ‘바람의 손자’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매서운 타격감을 꺾지 못했다. 부상이라는 암초를 만나 잠시 숨을 고르고 돌아온 뒤에도 그의 방망이는 오히려 더욱 날카롭게 돌고 있다.

이정후는 7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역사적인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26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1도루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팀은 연장 10회 말 수비 실책으로 아쉬운 2-3 끝내기 패배를 당했지만, 빅리그 데뷔 후 개인 최다인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간 이정후의 활약은 단연 독보적이었다.

이미 빅리그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24년에 기록했던 11경기 연속 안타를 넘어서고도 계속 연속 기록을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57경기 출전해 시즌 20번째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쳤다.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간 이정후는 시즌 타율 0.324(216타수 70안타)를 기록했다. 이로써 통산 3회 타격왕 출신의 아라에즈를 0.003 차로 따돌리고 팀 내 타율 1위가 됐다. MLB 전체로는 오토 로페즈(마이애미 말린스·0.333) 브랜든 마쉬(필라델피아 필리스·0.332)에 이은 전체 3위로 올라섰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이후 293일 만에 터진 시즌 1호 도루까지 곁들이며 그가 호타준족의 정통파 야구선수임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이날 경기 초반 분위기는 녹록지 않았다. 2회 초 첫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악조건 속에서 컵스 선발 벤 브라운과 8구까지 가는 끈질긴 풀카운트 접전을 펼쳤다. 시속 96.2마일(약 155km)의 빠른 공을 밀어쳤으나 아쉽게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4회 초 두 번째 타석에서도 유리한 볼카운트(3B-1S)에서 154km 싱커를 공략했으나 역시 좌익수 뜬공에 그쳤다.

그러나 재능은 어디 가지 않았다. 진짜 승부는 경기 후반에 시작됐다. 1-1로 맞선 7회 초 선두 타자로 나선 이정후는 컵스의 핵심 불펜 제이콥 웹의 3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시속 139km)을 가볍게 받아쳐 1루수와 2루수 사이를 가르는 깨끗한 우전 안타를 터뜨렸다. 14경기 연속 안타가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기세를 탄 이정후는 9회 초 1사 후에도 빛났다. 상대 우완 불펜 다니엘 팔렌시아의 4구째 시속 97.8마일(약 157km)짜리 몸쪽 높은 포심 패스트볼을 가볍게 밀어쳐 좌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올 시즌 그의 20번째 멀티히트이자, 후속 타선의 진루와 맷 채프먼의 희생플라이로 이어진 귀중한 선제 득점의 발판이었다. 비록 팀의 패배로 결승 득점이 되진 못했지만, 157km의 강속구를 스프레이 히터답게 반대 방향으로 밀어쳐 안타를 만드는 기술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정후의 이번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은 단순한 기록 경신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다. 그는 지난달 15일 LA 다저스전에서 짜릿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친 이후 줄곧 안타를 생산해왔다. 중간에 허리 근육통으로 부상자 명단(IL)에 오르며 흐름이 끊길 위기도 맞았다. 전통적으로 많은 타자가 부상 복귀 후 타격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곤 한다.

하지만 이정후는 지난달 30일 복귀전에서 곧바로 4안타를 폭발시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기본기와 관습을 존중하며 다져온 정통 타격 메커니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모진 바람이 불어봐야 비로소 강한 풀의 존재를 알 수 있듯, 부상과 메이저리그라는 낯선 환경의 압박 속에서 이정후는 자신이 쉽게 꺾이지 않는 ‘강한 풀’임을 스스로 입증해냈다.

팀은 10회 말 수비에서 우익수 빅터 베리코토의 치명적인 실책으로 허무하게 경기를 내줬다. 9회까지 우익수로 완벽한 수비를 펼치다 10회 연장전에서 중견수로 자리를 옮겼던 이정후였기에, 동료의 실책으로 인한 패배는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러나 야구는 장기 레이스다. 한 경기의 승패에 일희일비하기보다 꾸준함과 연속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야구관의 관점에서 볼 때, 이정후가 보여주는 안정감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가장 강력한 미래 자산으로 평가되고 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밀고 당기며, 부상 공백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이정후의 방망이는 이제 메이저리그 전체가 주목하는 거대한 흐름이 되고 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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