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칸막이 무너진다" SKTㆍKTㆍLG유플 통합요금제로 살펴보니
105종을 18종으로 압축한 KT의 승부수
2만원대 무제한 시대가 흔드는 알뜰폰 생존 방정식
KT가 5G와 LTE로 나뉘어 있던 요금 체계를 하나로 통합한 신규 통합요금제를 오는 7월 1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단말 종류나 네트워크 유형에 상관없이 동일한 기준으로 요금제를 고를 수 있는 구조다. 기존 5G 및 LTE 요금제 105종의 신규 가입은 중단되며 기존 가입자는 현재 이용 중인 요금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KT의 이번 발표로 이동통신 3사가 모두 통합요금제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LG유플러스가 먼저 칼을 빼들고 SK텔레콤이 7월 응전에 나선 데 이어 KT까지 정부 신고 절차를 마치고 출시 시점을 확정한 것이다. 700개를 넘나들던 요금제가 200여 개로 정리되면서 5G와 LTE를 가르던 세대별 망 구분이 통신 30여 년 만에 사실상 막을 내리는 셈이다.
시장은 새로운 경쟁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이동통신 요금제가 오랫동안 소비자 불만의 진원지였던 이유 중 하나는 그 특유의 복잡성에 있었다. 실제로 그동안 이용자는 5G냐 LTE냐를 먼저 고르고 다시 연령대를 따진 후 결합 상품까지 따로 신청해야 자신에게 맞는 요금제를 찾을 수 있었다. 또 세대별 망 구분이라는 기술적 장벽도 요금 체계 전체를 복잡하게 옭아맨 구조였다. 5G 단말을 쓰면서도 LTE 요금제를 선택할 수 없고 네트워크 유형에 따라 상품 구조가 달라지는 탓에 어떤 요금제가 자신에게 맞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 칸막이가 무너지는 배경에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있다. 당장 이재명 정부가 가계통신비 완화를 핵심 민생 과제로 내세우면서 통신 3사가 일제히 장벽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3사는 지난 4월 기본통신권 보장을 위한 요금제 개편 방향을 합의한 바 있다. 월 2만원대 5G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모든 데이터 요금제에 저속 무제한 안심옵션을 포함하기로 한 것이 골자다.

KT가 내놓은 답안
KT의 새 라인업은 총 18종으로 압축된다. 완전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초이스와 데이터 용량별 선택지를 갖춘 베이직 두 갈래로 나뉜다. 기존 100종이 넘던 요금제가 18종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이번 개편의 핵심으로 KT가 내세우는 것은 전 구간 데이터 안심 옵션 도입이다.
기본 데이터를 모두 쓰더라도 통신이 차단되지 않고 속도를 낮춰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요금제별 속도 기준은 구간마다 다르게 설정됐다. 베이직 110GB 요금제는 소진 후 최대 5Mbps, 베이직 14GB 이상 구간은 최대 1Mbps, 베이직 10GB 이하 저가 구간은 400Kbps가 적용된다. 초이스 요금제는 속도 제한 없는 완전 무제한이다.
기존 요금제 가입자 중 데이터 소진 시 통신이 차단되던 이용자도 추가 비용 없이 QoS 옵션을 쓸 수 있게 된다. 데이터가 끊기는 경험을 피하기 위해 더 비싼 요금제로 올라가야 했던 유인이 줄어드는 대목이다.
연령 맞춤 혜택인 덤 혜택은 자동 적용 방식으로 편의성을 높였다. 별도 신청 없이 연령 기준만 충족하면 혜택이 붙는 구조다. 만 13세가 되면 데이터를 두 배 제공하는 스쿨덤이 자동 적용되고 만 18세부터는 Y덤으로 이어져 청년 구간 데이터 2배 혜택이 연속된다. 시니어 구간에서는 만 65세 이상에게 65+덤, 만 75세 이상에게 75+덤이 각각 자동 적용된다.
통신 복지 측면에서도 조정이 이뤄진다. 음성과 문자 제공이 제한적이었던 LTE 저가 요금제를 이용하는 만 65세 이상 시니어 고객의 경우 월 2만원대 이상 요금제에서는 음성과 문자가 기본 제공되고 월 1만원대 이상에서는 음성 30분과 문자 50건이 포함된다. 군 장병에게는 복무 기간 추가 데이터가 지원되고 장애인 등 복지 대상 고객에게는 영상과 부가통화가 최대 600분까지 확대 제공된다. KT는 고객보답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 100GB를 7월 말까지 추가 제공한다.

먼저 움직인 LG유플러스, 그리고 SKT의 대응
통합요금제 전략에서 가장 먼저 칼을 빼든 곳은 LG유플러스다. 통신 요금과 결합 구조를 전면 개편하는 심플리 2.0을 6월 1일부터 시행하는 중이다.
기존 53종에 달하던 5G·LTE 요금제를 데이터플랜 14종과 플러스플랜 4종을 합친 18종으로 압축한 것이 핵심이다. 가입자는 네트워크 종류나 연령대를 따로 비교할 필요 없이 데이터 제공량과 속도만 보고 요금제를 고르면 된다.
개편의 백미는 저가 구간 QoS 적용이다. 월 2만8000원 데이터플랜300MB 이용자도 데이터를 다 쓰면 400kbps 속도로 추가 과금 없이 계속 쓸 수 있다. 데이터플랜14GB부터 1Mbps, 95GB부터 3Mbps, 125GB부터 5Mbps가 제공되며 월 8만5000원 데이터플랜MAX 이상은 속도 제한이 없다.
강진욱 LG유플러스 모바일·디지털사업그룹장은 "이번 개편으로 유튜브와 카카오톡 무제한 사용 시대가 열렸다"며 "400kbps 속도로도 일반 화질 유튜브 영상 시청이나 메신저, 웹서핑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화질 영상이나 고사양 게임 이용은 어려울 수 있다.
LG유플러스가 차별화 포인트로 앞세운 무기는 로밍이다. 5G 로밍 제공 국가를 100개국으로 넓히고 익시오 로밍 통화를 7월부터 전 세계 171개국에서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SK텔레콤은 5G와 LTE 요금 체계를 하나로 통합하고 고객 혜택을 전면 개편하는 새 요금제 체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7월 2일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베스트 5종을 월 8만9000원부터 12만9000원까지, 6GB부터 250GB까지 단계별로 구성된 라이트 11종을 월 3만9000원부터 7만9000원까지 출시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T플랜 세이브 월 3만3000원과 T끼리 맞춤형 월 2만7830원 등 10종도 통합 요금제로 전환돼 2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라인업이 갖춰진다. 베스트와 라이트 요금제 역시 세대별 망 구분을 없앤 것이 특징으로 단말이 지원하는 한 5G와 LTE 망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새 요금제 출시와 함께 기존 5G·LTE 요금제 67종은 7월 2일부터 신규 가입이 중단되지만 기존 이용자는 그대로 유지된다.
SKT가 데이터 안전망에 부여한 명칭은 전 국민 안심 데이터다. 7월 1일부터 기존에 안심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던 LTE 요금제 107종에 이를 무료로 적용한다. 기존에 월정액을 내고 400kbps 안심 옵션을 유료로 쓰던 가입자는 자동으로 해지된 뒤 무료 혜택으로 전환된다. LG유플러스가 저가 요금제 진입 자체에 QoS를 심었다면 SKT는 기존 LTE 가입자 전체로 안전망을 넓히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SKT의 차별화 무기는 AI다. AI 메가 트렌드를 반영해 베스트 프로 이상 요금제에 생성형 AI 구독 혜택을 신설했다. AI 서비스와 OTT 1종을 함께 쓰거나 OTT 2종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OTT 구독 절차도 기존에는 T우주 생활형 혜택에 먼저 가입해야 했지만 베스트 요금제는 가입 즉시 원하는 OTT를 고를 수 있도록 간소화했다.

3사의 같은 그림, 다른 붓질
세 회사가 그리는 통합요금제의 큰 그림은 같지만 붓질은 미묘하게 갈린다. 세대별 망 구분을 없애고 18종 안팎으로 요금제를 압축하며 전 구간에 QoS를 적용하고 연령별 혜택을 자동화한다는 골격은 동일하지만 안전망을 어디에 먼저 깔았는지, 그리고 어떤 부가 혜택으로 가입자를 끌어당기는지에서 묘하게 갈린다.
먼저 QoS 적용 방식부터 결이 다르다. LG유플러스는 월 2만8000원 최저가 요금제부터 QoS를 심어 저가 구간 진입 장벽 자체를 허물었다. SKT는 신규 요금제보다 기존 LTE 가입자 107종을 무료로 끌어안는 방식으로 기존 고객 전체에 안전망을 넓혔다. KT는 베이직 110GB에 5Mbps라는 비교적 높은 속도를 부여하며 중상위 구간의 체감 품질을 끌어올리는 데 무게를 실었다.
부가 혜택의 색채도 선명하게 갈린다. SKT는 생성형 AI 구독을 요금제에 직접 묶으며 AI 사업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LG유플러스는 171개국 무료 로밍을 앞세워 해외 이용자 경험을 강조했다. KT는 군 장병 추가 데이터와 시니어 음성 기본 제공, 복지 대상 부가통화 600분 확대처럼 사회적 약자 배려에 무게를 둔 통신 복지 카드를 꺼냈다.
연령 자동 적용 혜택은 세 회사가 공통으로 도입했다.
그동안 청소년이나 시니어 고객은 별도 특화 요금제를 직접 찾아 가입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앞으로는 일반 요금제에 가입해도 나이에 따라 혜택이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SKT는 라이트39를 쓰다가 만 65세가 되면 별도 신청 없이 데이터 1.5GB가 추가되고 LG유플러스는 청소년 가입자가 성인이 되면 자동으로 청년 혜택으로 전환된다. KT 역시 스쿨덤과 Y덤, 65+덤으로 이어지는 자동 적용 구조를 갖췄다.

요금 단순화가 가져올 통신사의 숙제는?
요금제 종수를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하는 흐름은 통신사에 상당한 압박으로 돌아온다. 실제로 통신 3사의 핵심 수익 지표인 가입자당평균매출은 이미 정체기에 들어섰다. 올해 1분기 3사 합산 ARPU 평균은 3만3229원으로 전 분기 대비 0.49% 줄었다.
5G 보급률이 80%를 넘어서며 상승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2만원대 저가 요금제에 QoS까지 기본 적용되면 요금제 상향 이동 유인이 약해진다.
업계는 이로 인해 연간 약 1779억원 규모의 무선 월정액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추산한다. KT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신규 요금제와 QoS 도입이 매출 성장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의 관심이 요금 수준의 실질적 변화에 쏠리는 이유다. 요금제 종수를 줄이고 구조를 단순화하더라도 중간 구간 요금이 올라가거나 혜택이 축소되는 방식이라면 소비자 체감은 달라진다. KT가 18종 라인업의 구체적인 가격표를 공개하는 시점에 시장 반응이 갈릴 가능성이 높다.
통신사들이 수익 공백을 메우기 위해 꺼낸 카드는 AI다. SK텔레콤은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키우고 있고 KT는 박윤영 대표 체제에서 AI 연구개발 조직을 AX미래기술원으로 재편해 2028년까지 AI·IT 매출 비중을 2023년 대비 3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유플러스는 파주 신규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 중이며 1분기 AIDC 사업 수익이 전년 대비 31.0% 늘었다.
장준영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은 요금제 개편에 따른 수익성 우려에 대해 "AI 서비스 및 가치 중심의 유료 신사업에서 새로운 매출을 창출해 리스크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통신 본업에서 빠지는 매출을 AI 인프라와 서비스로 메우는 포트폴리오 전환이 3사의 장기 실적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어느 정도 회피 기동이 가능한 통신 3사와 다르게 직격탄을 맞는 쪽은 알뜰폰 업계다.
알뜰폰은 LTE 기반 초저가 요금제를 무기로 가입자를 확보해왔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알뜰폰 LTE 가입자는 약 970만명인 반면 5G 가입자는 55만명 수준에 그쳤다. 전체 가입자 가운데 5G 비중이 5%에 불과한 LTE 중심 구조다.
통신 3사가 LTE 가격대에 5G 데이터와 QoS까지 얹은 중저가 요금제를 확대하면 알뜰폰과의 가격 격차가 빠르게 좁혀진다. 일부 알뜰폰 사업자가 월 10원대, 80원대 요금제까지 내놓으며 출혈 경쟁에 나섰지만 브랜드 신뢰도와 멤버십, 결합 혜택을 갖춘 통신 3사로 이용자가 이동할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가입자 흐름도 심상치 않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는 7537건 순감하며 올해 들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번호이동 가입자는 나란히 순증했다. 알뜰폰 이탈 수요를 통신 3사가 나눠 흡수하는 구조가 통합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셈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시장이 원래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력 영역이었지만 통신 3사가 통합요금제를 앞세워 내려오면서 시장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KT 역시 KT망을 기반으로 한 알뜰폰 요금제가 이번 개편 이후 어떤 조건으로 재설계될지에 따라 가격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어 알뜰폰 업계가 촉각을 세우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통합요금제를 향한 회의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소비자 혜택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데이터 안심옵션이 무료로 적용되더라도 기본 제공 데이터량 자체가 많지 않으면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00kbps 속도로는 고화질 영상이나 대용량 콘텐츠 이용이 어려워 사실상 최소한의 연결 유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데이터를 다 써도 끊기지 않는다는 안도감은 진전이지만 그 데이터가 실제로 어떤 경험을 제공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변수도 남아 있다. 9월 말 시행을 앞둔 최적요금제 고지 의무화다. 이용자에게 가장 저렴한 요금제를 안내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로 소비자의 요금제 하향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