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제친 텍사스…한국 지자체엔 왜 없을까[김창영의 실리콘밸리View]

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2026. 6. 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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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아성 흔들며 주정부 간 기업 유치전
텍사스, 세제 앞세워 포천 500대 기업 본사 1위
매사추세츠, AI 생명공학 육성 위해 VC 등 접촉
한국은 지자체 간 기업·일자리 경쟁 찾을 수 없어
경쟁 촉진하려면 중앙 권한 지방정부 이양 필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 테슬라 홈페이지 캡처

미국 주 정부들이 시민단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공지능(AI) 기업과 데이터센터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규제 벽을 낮추고 인센티브로 기업들을 유혹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으로 이념보다 일자리가 시민들의 과제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의 경제 중심지는 캘리포니아였다. 2024년 캘리포니아 국내총생산(GDP)은 4조 1000억 달러(6395조 원)로 미국·중국·독일에 이어 4위에 올랐다. 1968년 인텔 설립 이후 엔비디아·구글·애플이 실리콘밸리에 등장했고, 오픈AI·앤스로픽이 샌프란시스코에 터전을 잡으면서 캘리포니아의 ‘골든스테이트’ 번영은 계속되는 듯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 억만장자에게 재산세 5%를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연방정부 감세로 의료 시스템(메디케이드) 지출이 대폭 삭감되자 대체 재원으로 부유세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AI 주 법률을 제정한 데 이어 부유세까지 도입하려 하자 기업인들은 캘리포니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텍사스는 캘리포니아 혼란을 기회로 삼고 있다. 미국 조세 연구기관인 택스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캘리포니아 개인 소득세율이 최대 13.3%로 1위, 법인 소득세율은 최대 8.84%로 6위다. 반면 텍사스는 법인세와 개인 소득세가 없고 대신 재산세와 판매세로 세수를 확보한다. 기업과 창업가들은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로 대거 빠져나갔다.

지난주 포춘 500대 기업을 조사한 결과 텍사스는 57개 본사를 보유하며 캘리포니아(56개)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했다. 삼성전자도 연말까지 뉴저지주 엥글우드클리프스에 있는 미국 법인 본사를 텍사스주 플레이노로 이전한다.

보스턴이 있는 동부의 매사추세츠 역시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최고 대학을 보유하고도 AI 수혜를 보지 못한다는 반성 속에 유치에 뛰어들었다.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중퇴 후 페이스북을 세운 것처럼 매사추세츠에서 키운 인재가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매사추세츠는 AI 생명공학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앤스로픽 등과 접촉하고 벤처캐피털(VC) 시장 확대를 모색 중이다.

주 정부 중 처음으로 AI법 제정을 추진했던 콜로라도주는 규제에 제동을 걸었다. 콜로라도는 2010년대 창업가들이 몰려들며 72시간마다 스타트업이 탄생하는 ‘실리콘 마운틴’으로 불렸지만 규제 추진 이후 기업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주 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2019년 이후 98개 기업이 콜로라도 본사 추진 계획을 포기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 AI 기업의 사용자 차별 위험 차단 조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놓고 머스크 등 기업인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주 정부는 결국 법안 초안을 수정해 규제 강도를 낮췄다.

이처럼 AI 전환을 지역 경제를 살리는 기회로 삼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세 의존도가 높고 수도권 인구 쏠림이 심하다고는 하지만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구축하려는 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 3일 끝난 지방선거에서 AI 데이터센터 유치,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등 비슷한 공약들이 쏟아졌지만 기업들이 왜 그 지역에 가야 하는지 끌어들인 실현 방안은 없었다.

지자체 자체 노력과 함께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도 필요하다.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싶어도 세제나 건축 규제를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면 지자체가 정부 재정 지원만 기다리는 관행은 바뀌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를 거쳐 매사추세츠로 경쟁이 퍼지는 것도 주 정부에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3개월 넘게 멈춰 선 지방시대위원회가 상징하듯 선거철 구호로 남은 한국의 지방 분권부터 바로 세우는 게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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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김창영 특파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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