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지 없어 투표 못했다"…국가 배상 얼마나 받을 수 있나

문혜원 기자 2026. 6. 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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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200만 원 손해배상액 인정
"선거권 침해…정신적 손해 배상 의무 있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관련 대국민 사과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6.6.5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문혜원 기자 = 6·3 지방선거에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유사 사례에서는 공무원의 과실로 투표권을 침해받은 유권자에게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200만 원의 배상이 인정됐다.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일에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송부한 투표소는 전국 1만 4288개 중 67개소로 파악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35개, 부산 8개, 대구 7개, 인천 6개, 울산 3개, 경남 8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추가 송부했고, 서울 송파구가 15개로 가장 많았다.

실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소는 50개, 투표용지가 부족해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됐다가 재개한 투표소는 22개로 파악됐다.

과거 사례 보니…"직무집행 그르친 과실 인정" 200만원 배상

지난 2015년 대전지법은 수형인 명부에 죄목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잘못 기재해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 부녀에게 국가가 각각 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원고들의 수형인명부 기재 업무를 담당한 대전지검 수형계 담당 직원은 재판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이를 전산에 입력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무상 의무를 게을리한 채 구 지방교육자치법 위반죄로 형을 선고받은 원고들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잘못된 내용의 수형인명부를 기재해 그 직무 집행을 그르친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현재 선거범으로서 형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형이 확정되거나 징역형의 선고를 받고 집행이 종료된 후 10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선거권이 없다.

지난해 부산고법은 발달장애인 유권자들이 제20대 대통령 선거 투표 과정에서 투표보조 등 편의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각각 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투표사무원들은 원고들의 투표보조 요청을 거부하고 일부 원고들에 대해 사전투표관리매뉴얼에 반해 원고들의 투표를 보조하는 자의적인 조치를 했다"며 "위자료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도 국가 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정형근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는 "공무원이 위법하게 직무를 수행해 개인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고법판사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나 설사 투표했더라도 서너 시간 기다렸다가 투표를 한 유권자는 시간적 피해를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방민우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투표권 침해는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액수가) 조금 더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충분히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구 금액을 200만 원 수준으로 예측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반발한 시민들이 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모여 재선거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6.6 ⓒ 뉴스1 구윤성 기자

승소 가능성 크지만 실익 크지 않을 수도

다만 소송 과정에서 드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실제 배상액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법에 능통한 한 변호사는 "큰 틀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승소의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실질적인 보상을 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실제로 손해배상 청구액 300만 원 중 30만 원만 인정된 사례도 있다.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대구 서구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 A 씨는 '시정 모니터 신분증'을 제시했다. 시정 모니터 신분증은 대구광역시장이 발급한 것으로 △사진 △이름 △발급번호 △주소 △생년월일 △유효기간 등이 기재돼 선관위 규칙에서 정한 신분증명서에 해당했다.

그러나 당시 투표관리관은 선관위 규칙에서 정한 신분증명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며 기다리라고 했고 그 사이 투표 종료 시각인 오후 6시가 지났다. 규정상 투표소 마감 시간 전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는 투표할 수 있는데, A 씨는 오후 6시가 지났다는 이유로 투표하지 못했다.

1심과 2심은 "투표를 하지 못해 선거권이 침해돼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구광역시 서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A 씨에게 직무 집행상 과실에 대해 사과하고, A 씨가 국민신문고에 민원 신청을 한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 해결된 점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30만 원으로 정했다.

A 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소액사건심판법 제3조에서 규정한 사유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고 판결이 확정됐다.

doo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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