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美 이란 협상단 대표 도청 덜미
DIA "방첩 위협, 여타 동맹국 중 최고 수준"
DIA본부 이어 비밀경호국 차량도 도청 시도
美, 이스라엘과 군사정보 공유 제한 검토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 국방부가 이스라엘의 대미 첩보 위협 등급을 최고 수준인 ‘위험’으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이란 협상 대표단의 통신을 도청한 정황까지 보고된 가운데 이란 전쟁을 함께 치르는 양국 관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협상 담당한 미 고위 관리들 대상 도청 정황
보고서에는 이스라엘이 이란 협상을 주도하는 스티브 위트코프 트럼프 대통령 수석 협상 대표,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 중동 담당 국방부 정책 책임자 마이클 디미노 4세 등 고위 미국 관리들에 대한 도청을 강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DIA 보고서는 이스라엘에 주재하는 미국 국방 인력의 휴대전화에 통신 도청 소프트웨어가 몰래 설치된 것이 탐지된 이후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는 최근 몇 년간 있었던 구체적 사례도 적시했다. 2021년에는 이스라엘 군 정보 장교들이 DIA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다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Shin Bet) 요원들이 미 비밀경호국 차량에 도청 장치를 심으려 했다가 발각됐다.
NYT는 “방첩 관련 사건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가자 공격을 자제하도록 압박하던 2024년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공격 옵션을 검토하던 2025년까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통제 불능” 수준…한국도 ‘높음’ 등급권
현직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방첩 위협 수준이 다른 어떤 동맹국보다 높고, 일부 적대국보다도 높다고 전했다. 미국의 동맹국 중에서는 특정 상황에서 ‘높음’ 등급을 받는 한국만이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고 관리들은 설명했다.
한 고위 관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이스라엘의 고위 미국 관리 대상 정보 수집 공격성이 “통제 불능(unhinged)” 수준에 달했다고 표현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오랫동안 서로 상대를 염탐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왔다. 그러나 일부 미국 관리들은 이란 협상에서 미국 측 입장을 파악하려는 이스라엘의 행동이 허용 가능한 수준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전직 미국 고위 관리는 일부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이 개인 비행기로 이동하고, 국가안보 업무를 개인 전화로 처리하며, 현지 미국 대사관의 지원을 거부하는 관행이 동맹국과 적대국 첩보기관 모두에게 특히 취약한 표적이 되게 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현직 관리들도 고위 관리들의 개인 휴대전화 사용이 도청을 용이하게 했다고 인정했다.
美, 이스라엘과 군사정보 공유 제한 가능성
이번 경고는 미·이스라엘 관계가 이미 복잡한 국면에 접어든 시점에 나왔다. 현재 이스라엘 군 장교들이 미 중부사령부에서 미국 측 장교들과 나란히 근무하는 등 양국 군사 협력은 전례 없이 긴밀하다. 그러나 미국이 협상 테이블을 겨냥해 이란의 군사력 약화에 주력하는 반면, 이스라엘은 이란 강경파 정부의 붕괴를 원하는 등 전쟁 목표가 어긋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이번 방첩 경고가 향후 미 중부사령부와 이스라엘 간의 군사 작전 계획 통합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방부가 이스라엘 장교들과의 정보 공유에 새로운 제한을 두기로 결정할 경우 파장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 국방부는 이와 관련한 논평을 거부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주미 이스라엘 대사관 대변인도 이스라엘이 미국 관리나 기관을 염탐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DIA 보고서의 존재와 위협 등급 상향은 앞서 NBC 뉴스가 먼저 보도했다.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국방부가 실제로 이스라엘과의 정보 공유 범위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지 여부다. 이란과의 평화 협상이 고비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미·이스라엘 간 정보 동맹의 실질적 균열이 가시화된다면, 중동 전쟁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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