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중 숨졌으니 보험금은 회사 몫?”…유족에 지급 거부한 보험사 [어쩌다 세상이]

전종헌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cap@mk.co.kr) 2026. 6. 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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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중 음식물 기도 막혀 사망
보험사 “질병사망” 주장
“업무상 재해라 보험금은 회사 몫” 논리도
단체보험 보험금 귀속 분쟁 증가
업무 외 사망 여부가 쟁점
사건을 AI로 재구성.[챗GPT 생성]
보험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밥을 먹다가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심정지까지 이어졌다면, 이건 사고일까요? 아니면 질병일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두말 할 필요도 없어 보이지만, 보험사는 “질병사망”을 주장했고, 거기다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니 보험금은 회사 몫”이라는 주장까지 보태 유족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재판부가 유족의 손을 들어준 사례를 소개합니다.

2023년 어느 가을 한 정육식당. 직원 A씨는 회사 사장 등 동료들과 늦은 점심을 먹다 음식물이 기도를 틀어막는 바람에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습니다. 이틀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A씨는 끝내 눈을 감았습니다. 음식물 흡인에 의한 질식으로 인한 저산소성 뇌손상이 사인이었습니다.

남겨진 두 자녀는 A씨 회사가 단체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회사는 보험사와 상해사망 보험금 1억원짜리 단체보험 계약을 맺어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보험사는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여기서 잠시 단체보험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단체보험은 회사가 임직원을 피보험자(보험사고 대상자)로 해 가입하는 보험입니다. 보험료는 회사가 대신 납부하고 임직원에게 사고가 발생하면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보험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받는 보험수익자가 임직원이나 유족이 아니라 회사로 지정돼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보험사는 약관상 보험금을 받을 사람은 회사라고 보고 유족의 직접 청구를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그날 사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보험사는 먼저 A씨가 참여한 식사자리는 업무상 모임이었고, 따라서 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단체보험에서 업무상 재해로 보험금이 지급되면 그 돈은 회사 몫이라는 판례 법리를 활용한 논리였습니다. 사장이 참석해 식사비를 결제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을 일축했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식사 자리가 다른 직원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만들어졌고 일부 직원만 참여했으며, 강제성도 없었고 회사가 주최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봤습니다. 사장이 밥값을 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회사의 관리 아래 있던 모임이라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보험사는 A씨의 사망진단서에 사망의 종류가 병사로 기재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A씨의 사망은 상해가 아닌 질병사망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사망진단서에 ‘병사’로 기재된 것은 직접 사인이 저산소성 뇌손상이기 때문이지만, 그 선행 원인으로 음식물 흡인에 의한 질식이 명시돼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즉, 상해사망에 해당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들어 보험사가 A씨의 두 자녀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세영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는 “단체보험의 피보험자인 직원이 업무 외적으로 사망한 경우 보험금은 회사가 아닌 유족에게 귀속돼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있은 이후부터 업무 외 사망인지 여부, 혹은 상해사망인지 여부를 다투는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며 “사고가 발생한 경위와 사망에 이른 원인을 잘 살펴 보험금 귀속 주체가 누구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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