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을 보라…낙선한 사람, 더 큰 정치인 될 수 있다

성한용 기자 2026. 6. 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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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64
국회의원 네 번, 대통령 세 번 낙선 김대중
지역주의 정면 도전으로 대통령 된 노무현
선거서 떨어진 사람이 더 큰 정치인 될 수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새벽 대구 달서구 두류동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역사는 승자의 기록입니다. 패자는 기록되지 않습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국민의 대표입니다.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은 국민의 대표가 아닙니다. 정치인은 낙선을 두려워합니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정치인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라는 우스개가 정가에 있습니다.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수많은 승자가 탄생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의원은 보수의 대선주자로 떠올랐습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대선으로 가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박찬대 인천시장, 전재수 부산시장, 김상욱 울산시장, 박수현 충남지사 등 광역단체장들도 대선주자로 도약할 기회를 잡았습니다.

승자들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는 동안 패자들은 슬픔의 눈물을 삼키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는 4명이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낙선했습니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오중기 경북지사 후보,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그들입니다.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낙선자는 12명입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낙선자들도 많습니다.

이들은 이제 정치 생명이 끝난 것일까요? 재기의 기회가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치에는 끝없는 패자부활전이 있습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불조심 포스터 구호는 정가의 금언입니다. 정치 생명이 끝난 것 같은데 다시 살아나는 정치인이 워낙 많기 때문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선거에 네 번 떨어진 뒤 다섯 번째에 당선됐습니다. 대통령 선거는 1971년, 1987년, 1992년 세 번 떨어진 뒤 1997년 네 번째에 당선됐습니다. 1992년 대선 패배 뒤 이런 성명을 냈습니다.

“저는 오늘로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평범한 시민이 되겠습니다. 이로써 40년의 파란 많았던 정치 생활에 사실상 종말을 고한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는 1995년 정계에 복귀했고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선거에서 여러 번 떨어졌습니다. 3당 합당을 거부한 뒤 1992년 총선에서 부산 동구에 다시 출마했지만 낙선했습니다. 1995년 부산시장 선거도 낙선했습니다. 1996년 총선은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떨어졌습니다. 1998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2000년 총선에서 다시 부산으로 내려갔습니다. 지역 분열에 도전하는 승부수였습니다.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습니다. 그러나 그 덕분에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얻고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같은 정치 거물들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선거에 떨어졌다가 재기에 성공한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서울시장부터 살펴볼까요? 1998년 낙선한 최병렬 후보는 2000년 서울 강남갑에서 국회의원으로 재기했고 한나라당 대표까지 됐습니다. 2002년 낙선한 김민석 후보는 오랜 고난의 시기를 거쳐 다시 국회의원이 됐고 지금은 대한민국 국무총리입니다. 2010년 오세훈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낙선한 한명숙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가 됐습니다. 2011년 보궐선거에서 패배했던 나경원 후보는 지금도 국회의원입니다.

인천시장은 어떨까요? 1998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안상수 후보는 1999년 인천 계양강화갑 국회의원 재·보선에서 당선됐습니다. 2000년 총선에서 떨어졌지만 2002년 인천시장에 당선돼 연임까지 했습니다. 유정복 시장은 2018년 낙선했지만 2022년 당선됐습니다.

송영길 의원은 2014년 인천시장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2016년과 2020년 인천 계양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2022년에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낙선했지만 이번에 인천 연수갑에서 당선됐습니다. 파란만장하지요?

경기지사는 어떨까요? 1998년 낙선한 손학규 후보는 2002년 재기에 성공해 4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대선주자급 정치인이 됐습니다. 2014년 낙선한 김진표 후보는 2016년 총선에서 당선됐고 2020년에도 당선돼 국회의장까지 했습니다. 2022년 낙선한 김은혜 후보는 2024년 경기 성남분당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습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뒤 광역단체장으로 재기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2012년 서울 동대문을에서 민병두 의원에게 졌지만, 하반기 재·보선에서 경남지사에 당선됐습니다. 2017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2020년 총선에서 대구 국회의원이 됐다가 2022년에는 대구시장에 당선됐습니다. 권영진 의원은 2012년 서울 노원을에서 낙선한 뒤 2014년 대구시장에 당선됐고 2018년에는 연임했습니다.

이번 6·3 선거에서 낙선한 사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가장 관심을 끄는 사람은 역시 김부겸 전 국무총리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김부겸 전 총리의 낙선은 우리 사회에서 지역주의 장벽이 아직은 공고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구는 이번 선택으로 ‘보수의 심장’이라는 자부심을 계속 안고 살게 됐지만, 지역내총생산 전국 꼴찌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4일 새벽 대구 달서구 두류동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낙선 인사를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그건 그렇고 김부겸 전 총리에게 과연 정치적 미래가 있을까요? 별로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6월2일 동성로 집중 유세에서 “이번이 제 인생 열 번째 선거이자 대구에서 다섯 번째 도전”이라며 “어쩌면 마지막 유세가 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의 인품으로 미루어 앞으로 선거에 다시 출마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역할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는 낙선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 개인의 패배이지 변화를 열망하는 대구시민 여러분의 패배가 아닙니다. 좌절하지 마십시오. 절망하지 마십시오. (대구에서도) 여야가 서로 시민께 잘 보이려 노력하는, 서비스로서의 정치의 가능성을 우리는 보았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앞으로 대구 살리기에 힘을 보탤 수도 있고 제2, 제3의 김부겸을 키우는 일에 나설 수도 있다고 봅니다.

김부겸 전 총리는 통합주의자입니다. 그동안 정치 양극화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사실상 정서적 내전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번 선거에 나선 것도 정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지금은 분열과 증오의 시대입니다. 분노와 혐오를 조직하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정치인들이 출세하는 시대입니다. 세계적으로 그렇습니다. 김부겸 전 총리 같은 통합주의자가 성공하기 어려운 풍토입니다.

그러나 분열과 증오의 시대가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습니다. 분열과 증오가 지금보다 더 확산하면 공동체가 파괴되고 구성원들이 피를 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때가 오면 김부겸 같은 통합주의자가 갑자기 소환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지난 3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광역단체장 발표 행사에서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경수 전 지사는 어떻게 될까요? 김경수 전 지사는 48.71%를 득표했습니다. 51.28%를 득표한 박완수 지사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이럴 때 하는 말입니다. 김경수 전 지사는 1967년생입니다. 60도 안 됐습니다. 본래 지사를 하기 전에 국회의원을 했습니다. 2년 뒤인 2028년 총선에 출마하면 얼마든지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1968년생입니다.

정원오 전 구청장은 국회의원 보좌관 시절 열린우리당 보좌진 협의회 회장을 지냈습니다. 보좌진협의회 간부를 하면 선거에 나가야 하는 관례가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감사였던 진성준 보좌관은 비례대표를 거쳐 서울 강서을 지역구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정원오 보좌관은 처음부터 의정 활동보다 행정을 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동구청장에 도전했고 3선을 했습니다. 구청장 성공을 토대로 서울시장까지 도전했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정원오 후보는 정치 경험 부족으로 고전했고 낙선했습니다. 2년 뒤 국회의원 총선에서 당선하면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성동구는 지금 중·성동갑(전현희 의원), 중·성동을(박성준 의원)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꼭 이 지역에 출마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 이미 서울시장에 출마했던 거물이기 때문입니다. ‘일잘러’라는 평판은 쉽게 증발하지 않습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6월 4일 오전 서울 중구 선거 사무소에서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입장을 발표하기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번 광역단체장 선거에 국민의힘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어떻게 될까요? 유정복, 박형준, 김두겸, 양향자, 김진태, 김영환, 김태흠 등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 누군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습니다. 2년 뒤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4년 뒤 지방선거에 다시 나설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국회의원 재보선 낙선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산 북갑에서 낙선한 하정우, 박민식 후보, 경기 평택을에서 낙선한 김용남, 조국, 김재연, 황교안 후보도 끊임없이 재기를 모색할 것입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

미군의 캐치프레이즈입니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퇴임 연설에서 인용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어쩌면 군인보다도 정치인에게 더 어울리는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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