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를 보면 후회 없이 달릴 수 있다

한겨레 2026. 6. 7. 09:0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25
클립아트코리아

“선생님, 제가 팀장 되고 난 뒤로는 건강검진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게 나오네요. 출근할 때 가슴이 하도 두근거려서 드라마 시청하면서 긴장감을 분산하면서 오는 날이 많아요. 퇴근하고 나서도 마음속이 분주해요. 팀 내 업무 분장과 임원 요청 준비, 유관 부서 피드백, 외부 변수 대응 방도를 생각하다가 보면 잠이 잘 안 와요.”

“팀원 중 한 친구가 맡긴 업무에 대해서 ‘이 일은 하기 싫다’기에 ‘우리 팀은 이 업무를 맡을 인원이 꼭 필요하다, 정 어려우면 다른 부서로 옮겨줄까?’ 의사를 물었어요. 옮기는 건 싫다기에 업무분담을 받아들였나 생각했더니 상무님과 따로 면담했더라고요. 상무님이 그 팀원에게 해당 업무에서 빼주겠다 했다는데, 팀 사정상 그 친구를 완전히 뺄 수는 없거든요. 중간 관리자 입장에서 난감하죠. 번복하면 ‘상무님이 빼준다는데, 팀장, 네가 뭔데’ 할 테고. 그 친구를 빼고 업무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요청받는 다른 팀원들은 이미 업무 포화 상태라 더 납득하지 못할 거에요.”

팀원이 전체를 못 볼 때

부서 리더는 현 업무가 정해진 일정 안에서 어떻게 진행돼야 하는지, 부서 성과가 회사의 목표와 어떻게 이어지고 유관 부서와는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전체 배경 안에서 구조적으로 고민한다. 전체적 맥락 안에서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업무를 나누고 마감 시점과 외부와 유관 부서 대응 방식을 지시한다. 그런데, 개별 구성원 입장에서는 내가 맡은 업무 역할과 책임에 대해 조직의 리더만큼 전체 배경을 바탕으로 조망하기 어렵다.

팀장은 팀원들에게 업무를 나누어 역할을 분담할 때, 전체 배경을 꼭 이해시켜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팀원이 자신의 업무 역할이 전체 업무와 어떻게 이어지는지 맥락을 잘 파악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팀원 입장에서 해당 업무가 어떻게 유관 부서, 납기 일정, 전체 업무 목표와 개인 성과에 유기적으로 이어지는지 실체를 파악하지 못한 채, 업무 요청이 수시로 들어오면, ‘어 내 일이 아닌데, 왜 자꾸 나한테 떠넘기지?’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본래 맡은 업무 역할 범위와 책임을 벗어난 것이라 여겨 부당하게 느낄 수 있다. 맡은 업무가 나의 책임과 성과와 무관해 보이면 일에 대한 동기 부여가 저하된다. 지속하고 있던 업무 중에 끼어드는 다른 요청이 자신이 이해한 맥락과 관계없다고 생각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껴 거부감이 들 수 있다.

42.195㎞ 마라톤을 달리려면 스타트부터 피니시까지 전체 코스를 파악해 두어야 한다. 코스 중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 정도, 회전 구간, 급수와 간식 제공 구간이 어디인지를 전체 안에서 파악하고 대회를 나간다. 그러면, 레이스를 시작해서 주어진 상황과 내 몸과 마음 상태를 읽으면서, 달리기 속도를 어디서 어떻게 올리고 낮추고 유지할지, 에너지 젤과 포도당 캔디, 물과 이온음료를 언제 보급할지 흐름에 맞게 운영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나의 한정된 기량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후회 없이 쏟아낼 수 있다.

서울국제마라톤 코스.

두려움과 망설임이 사라진다

매년 3월 동아일보사에서 주최하는 서울 국제 마라톤은 광화문에서 출발해 동대문을 돌아 나와 청계천을 왕복하고, 종각, 흥인지문, 신설동 오거리를 지난다. 하프 통과 후 24㎞ 즈음 신답 지하차도 내리막에서 상대적으로 편안해지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는 오르막 구간은 조금 고되다. 28㎞ 즈음 군자대교와 군자역 오르막이 숨차고 30㎞ 즈음 어린이대공원 사거리에서 우회전해서 성동교 사거리까지 달리는 동안 다리가 무겁다. 서울숲에서부터 약 5㎞ 정도는 횡단보도가 많은데, 보행자 통행을 위해 급하게 멈추면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대회 후반이라 다시 속도를 올리기 어렵다. 38㎞ 잠실대교 북단 오르막에서 다시 한 번 고비가 오고, 내리막에서 너무 속도를 내면 쥐가 날 수 있다. 40㎞ 잠실역 사거리에서 마지막 피치를 올려 종합운동장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드디어 피니시 아치가 눈에 들어온다.

42.195㎞를 3시간 내외로 달리기 위해서는 상·하체 근육, 기립근이 장거리 달리기에 어떻게 사용되고, 얼마만큼 에너지 보급이 필요한지, 무엇보다 마음이 시간과 함께 주변 정황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러면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마라톤 훈련 프로그램을 짤 수 있고 오늘 훈련이 왜 필요한지 실질적으로 파악되면 ‘숨차고 힘들 텐데, 할 수 있을까?’ ‘하지 말까?’의 두려움과 망설임이 없어진다.

주 3회 80분 이상 에어로빅 러닝(최대 심박 수에서 60~70% 해당하는 심박 영역 수준에 해당하는 강도의 달리기)은 처음엔 버거워도 대회에서 2시간 이상 달리려면 필요한 훈련이다. 훈련하다 보면 곧 익숙해진다. 대회 한 달 전 400m 운동장 100바퀴를 달리는 LSD (long slow distance) 훈련도 42.195㎞를 달리려면 몸과 마음의 지구력 향상을 위해 당연히 필요한 거라 고행으로 여기지 않고 기꺼이 즐기게 된다. 대회에서 기록 단축을 목표로 한다면 달리기 페이스 향상을 위해 스피드 훈련의 필요성과 불완전 회복 훈련의 원리에 대해 실감하고, 힘든 훈련도 마다치 않는다. 언덕이나 계단 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스스로 깨우치고 찾아서 하게 된다.

다른 사람도 이해시킬 수 있을까

그런데 어떻게 하면 전체 배경과 맥락을 파악하고 현재 내가 하는 일의 목적과 필요성을 상기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와 연관된 다른 사람에게 그 내용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또 상대가 내가 전달한 것을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일상 중 늘 시간을 내어 사색하고 명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을 시작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며, 조용한 곳에서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며 호흡을 주시한다. 그리고 해야 할 일을 머리에 떠올린다. 오늘 해야 할 일을 어제와 내일과 연결하고 그 바탕을 더 넓게 확장해 간다. 높은 곳에 올라 아래를 넓게 내려다보는 것처럼 바탕을 넓게 해서 오늘 할 일을 조망해보는 느낌이다. 그러면 이걸 지금 왜 내가 해야 하나 고민에 빠지지 않고 한정된 에너지를 슬기롭게 배분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느낀 것을 그대로 상대에게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전달할 때는 먼저 상대가 파악하고 있는 바탕을 확인하고, 거기서 시작해서 배경을 단계적으로 넓히며 맥락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 글의 상담 사례로 등장하는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은?

김세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는 세계 6대 메이저 베를린·보스턴·도쿄·시카고·런던·뉴욕 마라톤을 포함해 50여 차례 국내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2024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7분30초다. 현재 삼성 서초사옥 마음건강클리닉에서 사내 임직원을 진료하고 있으며 대한 육상연맹 이사를 맡고 있다.

마음이 속상하고 힘들 때,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스스로 마음을 보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답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데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필자는 마라톤을 하면서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을 성찰하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스스로 내면을 풍요롭게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도 새벽마다 달리며 지친 이들의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있다. 20년간 달리기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깨달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네이버, 다음 등 포털뉴스 페이지에서는 하이퍼링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주소창에 아래 링크를 복사해 붙여넣어 읽을 수 있습니다.)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연재 바로 가기

https://www.hani.co.kr/arti/SERIES/3322
김세희 |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저자
BG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