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에도···韓, 사상 첫 잠재성장률 1.5% 붕괴 예고

내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사상 처음으로 1.5%를 하회할 것이라는 국제기구의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급반등했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7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 1.85%에서 올해 1.66%로 0.19%포인트(p)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1.52%로 0.14%p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4분기에는 잠재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이 1.46%에 그칠 것으로 분석되어, 지속적인 하락세가 우려된다.
OECD가 관련 수치를 제시한 이래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1.5% 이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잠재성장률은 잠재 GDP의 증가율로, 잠재 GDP는 모든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을 의미한다. 이 수치의 하락은 실질적인 경제 실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OECD의 최신 추정치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12년 3.62%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에는 2.93%로 처음으로 3%를 밑돌았고, 지난해에는 2% 아래로 내려온 뒤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6개월 간의 추정치와 비교해도 하락폭이 더욱 확대된 점이 주목된다.
OECD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올해 1.71%, 내년 1.57%로 각각 추정했으나, 최근의 데이터에서 이를 각각 0.05%p씩 낮춰 조정했다. 내년 4분기 예상치도 0.06%p 하향 조정됐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잠재성장률 하락세의 원인으로 "인구 고령화, 노동 공급 감소, 자본 축적 속도 둔화 등이 생산성 향상 정체와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는 최근 한국 경제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는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OECD는 지난 3일 올해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2.6%로 0.9%p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가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속보치가 1.7%에 달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즉, 반도체 호황이 당장의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한계를 해결한 것은 아니라는 게 OECD 데이터가 주는 시사점이다.
다만, 이러한 호황이 지속될 경우 잠재성장률이 극적으로 반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한국 경제는 강건하며, 실질 GDP와 잠재 GDP의 차이가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OECD의 잠재성장률 추정이 과거 추세를 중시하는 기계적인 모형에 의존하고 있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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