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개·AI·센서까지…북중미 월드컵 ‘하이테크 월드컵’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역대 최대 규모 대회다.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됐고,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한다. 경기 수도 64경기에서 104경기로 늘어났다. 알자지라는 7일 “이번 대회에는 인공지능(AI)과 센서 기술, 자동화 시스템이 대거 도입됐다”며 “이번 대회는 월드컵 역사상 가장 기술 친화적인 대회가 되리라 예상된다”고 전했다.
FIFA는 경기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고 팬들의 관람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신기술을 이번 대회에 적용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센서가 내장된 공식 사용구다. 아디다스가 제작한 이번 월드컵 공식 공인구 ‘트리온다(Trionda)’에는 IMU(Inertial Measurement Unit·관성측정장치) 센서가 내장됐다. 이 센서는 공의 움직임을 초당 500회 측정하며, 공의 속도와 방향, 회전 등 3차원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비디오판독(VAR) 시스템으로 즉시 전송된다. 이를 통해 오프사이드 판정이나 볼 터치 여부 등 각종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FIFA 연구·기준 책임자인 니콜라스 에번스는 “센서가 공이 3차원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선수들도 기술 혁신의 대상이다. FIFA와 글로벌 IT 기업 레노버는 AI 기반 3차원 선수 아바타 시스템을 도입한다. 참가 선수들은 대회 전 전신 스캔을 받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정밀한 3D 모델이 생성된다. 스캔에는 약 1초가 소요된다. FIFA는 이를 통해 선수 신체 각 부위의 위치를 더욱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된 3D 모델은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과 연동된다. VAR이 오프사이드를 판정할 경우 TV 중계 화면과 경기장 전광판에는 실제 선수와 거의 동일한 형태의 3D 그래픽이 제공된다. 관중들이 판정 과정을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심판 바디캠도 전 경기에서 사용된다. 관중은 심판 시점에서 바라본 경기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일부 프로리그에서 시범 운영됐던 기술이 월드컵 전 경기로 확대 적용되는 셈이다.
경기장 밖에서는 로봇개가 치안 업무를 지원한다. 멕시코 몬테레이 광역권에 위치한 과달루페시는 월드컵 기간 로봇개(K9-X)를 활용한 보안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로봇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험 지역에 먼저 투입돼 실시간 영상을 전송한다.
현지 당국은 폭력 사태나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로봇개를 선제적으로 투입해 경찰관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과달루페시가 도입한 로봇개 시스템의 구입 비용은 약 250만 페소다.
오프사이드 판정 시스템도 한층 진화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처음 선보인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은 이번 대회에서 업그레이드된다. 기존 시스템은 선수가 50㎝ 이상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을 때만 자동 경고를 제공했다. 하지만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기준이 10㎝ 수준까지 낮아진다. 부심과 주심은 VAR 확인을 기다리지 않고 즉시 이어폰을 통해 음성 신호를 받을 수 있다. 그 결과 불필요하게 공격을 끝까지 진행한 뒤 뒤늦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는 장면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다만 해당 시스템은 위치상 오프사이드만 판별할 수 있다. 선수가 플레이에 관여했는지 여부 등 주관적 판단은 여전히 심판 몫이다.

선수 보호를 위한 규정도 새롭게 도입된다. FIFA는 이번 월드컵 모든 경기에서 의무적인 수분 보충 시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폭염 상황에서만 쿨링 브레이크가 허용됐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기온과 관계없이 전반과 후반 각각 한 차례씩 3분간의 수분 보충 시간이 제공된다. 휴식은 보통 전반 22분과 후반 22분 전후에 실시된다. 이는 여름철 북미 지역의 높은 기온과 습도에 대응하고 선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알자지라는 “북중미 월드컵은 참가국 확대와 경기 수 증가라는 외형적 변화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센서 기술, 자동화 판정 시스템까지 적극 도입하며 새로운 시대의 월드컵을 예고하고 있다”며 “기술이 경기 결과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판정의 정확성과 경기 운영 방식, 그리고 팬들의 관람 경험은 이전 월드컵과는 확연히 달라진다”고 전망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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