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나이테 담긴 ‘반려책’ 만들어보세요”…책 처방사 정지혜씨 [인터뷰]
불안하고 새로운 도전 앞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도서 제시
고독한 현대인에 마음의 치유 기회… 반려책은 삶의 나침반


“저는 직업에세이 읽는 걸 좋아하는데요, 세상의 다양한 직업을 지금의 나에게 접목해서 생각을 확장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게 되고, 풀리지 않던 매듭도 쉽게 풀릴 때가 많습니다.”
지금은 흔한 1인 미용실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익숙지 않은 풍경이었다. ‘꽃 구독’도 마찬가지다. ‘생화’를 정기적으로 배송받다니,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덴마크에 있다는 ‘마을 주치의’도 마찬가지였다. 정씨가 이 직업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 자신이 하고 있는 ‘책’과 연결해봤다. 의사가 환자를 문진하듯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책을 처방하면 어떨까. 삶의 불안이나 고통,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처방하는 일은 정씨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사적인서점’의 문을 열고 책 처방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평소엔 보통의 서점으로 운영되지만 정씨만의 ‘책 처방’을 받기 위해선 손님도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책 처방이 가능한 날짜를 찾아 예약해야 하는데 성별, 나이, 지금 하고 있는 일, 고민, 신청한 이유 등을 적어 신청서를 내야 한다. 독서 취향과 관련된 항목도 있다. 분량과 관계 없이 생각과 사유가 필요한 질문들이다.
“책 처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최근 읽은 책 3권과 그 책을 선택한 이유, 가장 좋아하는 책 3권과 이유인데요, 이 책들 사이의 관통하는 공통점을 찾다 보면 처음 만난 사이여도 상대가 갖고 있는 고민이나 관심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손님이 작성한 신청서를 토대로 1~2시간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약을 조제하듯 10분 정도 서가에서 책 고르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3권의 책을 골라, 각 책을 고른 이유와 설명을 덧붙이고 그중 마음에 드는 한 권의 책을 선물하면 책 처방이 마무리 된다.

책 처방 신청을 거치지 않아도 나에게 필요한 책을 고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좋아하는 일을 나답게 즐겁게 지속가능하게 이어 가고 싶은 당신에게’, ‘삶의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싶은 당신에게’, ‘실패가 두려운 당신에게’,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등 책 표지에 적힌 15가지 처방 문구를 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처방전을 골라 책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책 제목, 표지, 저자 등이 가려놓았는데, 선입견 없이 책에 그어놓은 밑줄과 포스트잇에 의존해 잘 맞는 책을 고르도록 한 정씨의 배려다.
정씨는 ‘재독’의 장점을 강조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주기적으로 꺼내어 밑줄 그을 수 있는 ‘반려책’의 존재는 자신의 나이테를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 되고 삶의 나침반이 된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변하잖아요. 저 역시 과거의 내가 그어놓은 밑줄에 동의가 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새로운 문장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요. 책 한 권을 통해 나의 마음의 성장을 확인하게 됩니다.”
10년간 1천800여명에게 책 처방을 해 온 정씨는 자신이 인생책으로 미야노 마키코·이소노 마호의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을 꼽았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하기 마련인데요, 삶과 죽음, 우연과 필연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작은 해답과 위로를 얻을 수 있으실 겁니다.”
조혜정 기자 hjc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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