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유학생" 고졸 학력 감추고 취업…영어강사의 최후 [사장님 고충백서]

곽용희 2026. 6. 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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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학파 영어강사 "연장수당 내놔" 적반하장…결국 '철퇴'
"캐나다 유학생" 허위 경력으로 영어강사 채용
6개월간 2000만원 받고 퇴사하더니
"연장수당 미지급" "서면계약서 미작성" 신고
합의금 350만원도 챙겨...결국 사기 혐의로 기소
1심 "근로 제공은 했다" 무죄 선고
항소심 "임금지급 자체가 기망의 결과" 뒤집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캐나다 유학생이라는 허위 이력을 내세워 학원 영어 강사로 채용됐다면, 실제로 강의를 충실히 제공했더라도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허위 학력·경력이 채용의 핵심 사유였다면 기망행위와 임금 지급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제3형사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영어 강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캐나다 유학생" 거짓말…퇴사 후엔 노동청 신고로 합의금 받아내

A씨는 2022년 4월 하순께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영어 학원에 강사로 지원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캐나다에 있는 대학교에서 유학하고 있는 학생인데, 지금은 학교에 휴학계를 내고 한국에 들어와서 머물고 있다"며 학력·경력을 포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캐나다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한 사실조차 없는 고졸 학력자였다.

A씨의 말을 믿은 원장은 그를 채용하고, 채용 직후인 2022년 5월 A씨에게 마지막 학기 수료증이나 졸업증명서, 재학증명서 등 증빙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A씨는 바로 다음날 "학기 수료증을 얻기까지 2~3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 편입을 준비하려고 빠른 방법을 택해 시작한 거라 캐나다에 있는 대학은 아예 안 다닐 예정이다. 문제가 되면 이야기해달라"는 교묘한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원장은 그가 캐나다 대학을 다니다가 다른 국내외 대학 편입을 준비하는 것으로 오해해 "괜찮다"고 답했다.

A씨는 2022년 6월 1일부터 2023년 1월 1일까지 해당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며 총 1988만원가량의 강사료를 받았다. 그사이 그해 10월 말께 원장이 재차 서류를 요구하자 A씨는 새로 등록한 모 학교의 등록확인증을 제출해 의심을 피해 갔다. 게다가 A씨는 퇴사한 이후, 원장을 상대로 '근로계약서 미작성'과 '초과근로수당 미지급' 등을 이유로 고용노동청에 고소(진정)를 제기했다. 이 분쟁으로 인해 학원 원장은 A씨에게 약 35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해야 했다.

 ○법원 "근로제공 했어도 사기죄 인과관계 성립"

이후 원장은 A씨가 캐나다에 유학을 간 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돼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그 과정에서 1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A씨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한 이상 임금을 지급해야 하므로 기망과 임금 지급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1심 재판부는 "영어 강사로 근무하면서 근로를 제공한 이상 계약 및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경력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임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라며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임금 지급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법적 판단은 완전히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영어 능력은 영어 강사로 채용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채용기준 중 하나이고, 영미권 대학에서의 유학 사실은 이를 증명하는 주요 경력에 해당한다"며 "만약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졸업에 그치고 캐나다에 있는 대학에서 유학한 사실이 없음을 알았더라면 A를 쉽게 고용하지 않았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경력에 대한 착오로 인해 고용한 후 임금을 지급하는 처분행위를 한 것이므로 A의 기망행위와 임금 지급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백히 인정된다"고 설시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학력·경력 허위 기재는 채용 여부를 좌우하는 본질적 요소였는지, 사용자가 이를 중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는지, 그 허위 사실과 임금 지급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실제 근로 제공 여부와 별개로 채용 결정 자체가 속임수에 의해 이뤄졌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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