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반도체 급락에 '휘청' 코스피…지지선 시험받나

황철환 2026. 6. 7.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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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금요일' 맞은 코스피, 5일 장중 한때 8,000선 위협받아
美증시 3대 주가지수 하락 마감…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10.26% 폭락
연준 금리인상 우려 확대에 AI·반도체주 중심 대규모 투매 발생
韓증시 투자심리 지표 큰폭 하락…코스피200 야간선물 8% 내려 하한가
"주후반 발표될 美물가지표 및 국채금리 움직임, 증시향방 좌우할 듯"
코스피 하락 마감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코스닥은 47.29포인트(4.50%) 내린 1,002.44에 장을 마감했다. 2026.6.5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단기간에 급등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던 글로벌 반도체주가 일제히 조정에 돌입하면서 코스피가 '9천피' 목전에서 미끄러졌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브로드컴 실적발표,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 등을 빌미로 본격화한 국내외 투자자들의 대규모 차익실현과 달러/원 환율 급등 등 겹악재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

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피는 전주 대비 315.56포인트(3.72%) 내린 8,160.59로 한 주 거래를 종료했다.

주초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밝았다.

지난달 26일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8,000선을 넘어선 지수는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갔고, 이달 2일에는 장중 한때 8,933.62까지 치솟으며 9,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방문해 LG,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등 주요 그룹 총수와 만날 것이란 보도도 주식시장에 기대감을 밀어넣었다.

흐름이 바뀐 계기는 한국시간으로 4일 아침 진행된 브로드컴 2026회계연도 2분기(2∼4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이었다.

브로드컴의 회계연도 2분기(2~4월)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221억9천만 달러(약 33조4천억원)로 컨센서스(시장평균전망치·222억7천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가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회계연도 AI 반도체매출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서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탄 CEO는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전력 인프라 및 부대시설 구축이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매출 증가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인프라는 하루아침에 건설되는게 아닌 만큼 AI 관련 투자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시장에선 이란 전쟁과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던 상황이었다.

텍사스 스타베이스의 스페이스X 사옥에 나부끼는 성조기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밖에 내주 스페이스X의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실탄 확보'를 위해 과열 우려가 제기되는 반도체에서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 급격히 치솟는 달러/원 환율 등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코스피는 5일 장중 한 때 전장보다 6.96% 급락한 8,038.10까지 밀리며 8,000선을 위협받는 모습을 보였다. 그간 지수 상승을 견인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6.40%와 9.92%씩 급락하며 '검은 금요일'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올해 최장 기록인 20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지난주(1∼5일) 유가증권시장 투자자별 매매현황을 들여다보면 외국인은 한 주 사이 18조6천301억원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된다. 개인과 기관은 15조9천775억원과 2조5천327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코스피가 7,000선을 돌파한 직후인 지난달 7일 이후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도합 69조4천1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 코스피 보유비중(시가총액 기준)은 5일 장마감 기준 37.82%로 전날(38.17%)보다 0.35%포인트 감소했다.

외국인 포트폴리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대형주 주가가 꾸준히 오른 까닭에 외국인은 대규모 순매도를 지속하면서도 보유비중은 오히려 커지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주가가 큰 폭으로 내리며 그런 흐름이 끊긴 모양새다.

외국인 주간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SK스퀘어(7천678억원), 대한전선(2천102억원), 두산(1천837억원), 대우건설(1천495억원), POSCO홀딩스(1천54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 주간 순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9조7천896억원), SK하이닉스(4조7천125억원), LG전자(1조7천761억원), 삼성전자우(1조960억원), NAVER(8천762억원) 등이다.

코스닥은 전주 대비 72.36포인트(6.73%) 내린 1,002.44로 장을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 가운데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5일 미국 뉴욕증시는 기술주 투매 속에 3대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하며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35% 내렸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2.65%와 4.18%씩 급락했다.

특히 AI 관련주와 반도체 업종의 낙폭이 컸던 까닭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0.26% 폭락했다.

브로드컴은 전날 12.6% 급락에 이어 이날도 7.92% 하락했고 마이크론(-13.25%), 샌디스크(-11.39%), 웨스턴디지털(-11.06%), 인텔(-11.28%), AMD(-10.86%), 램 리서치(-9.85%) 등 반도체주 대다수가 두자릿수 조정을 받았다.

엔비디아(-6.20%), 마이크로소프트(-2.66%), 아마존(-3.06%), 테슬라(-6.56%) 등 주요 빅테크도 낙폭이 컸다.

이날 발표된 미국 5월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7만2천명 증가해 컨센서스(8만명 증가)를 크게 웃돌면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여지가 커졌다는 진단이 나오자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오는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확률을 하루 전 약 50%에서 이날 약 70%로 상향해 반영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증시는 시장 예상을 상회한 고용보고서 결과에 국채 금리가 크게 상승하고 달러 강세가 진행되자 하락 출발했다. 특히 브로드컴 실적 발표로 AI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유입됐고, 그간 빚을 내서 자본지출을 확대했던 오라클(-9.59%)이 (금리인상 우려에) 급락하는 상황 등이 이어지며 지수가 낙폭을 확대했다"고 전했다.

한국 증시 투자심리 관련 수치들도 급락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증시 상장지수펀드(ETF)는 14.11% 폭락했고 MSCI 신흥지수 ETF도 6.53% 내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26% 내렸고, 러셀2000지수는 3.47% 하락했으나 다우운송지수는 0.65% 올랐다.

코스피200 야간선물은 8.00% 내려 하한가로 거래를 마쳤다.

이러한 상황에 비춰볼 때 이번주 국내 증시는 공포심리가 커지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생산 라인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전문가들은 메모리 고점론이나 브로드컴 실적발표 등은 빌미일 뿐 4월 초부터 이달 4일 사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80% 가까이 급등하며 차익실현 압력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 이번 조정의 진짜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고점론 등은) 코스피 상대강도지수(RSI)상 과매수 구간 진입 및 5월 종목 쏠림에 따른 주가수익비율(PER) 중심 상승에 따른 단기 노이즈이자 차익실현 명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중국 AI 모델 딥시크와 구글 터보퀀트 등으로 이미 여러번 겪어 본 게임"이라면서 "5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69.4% 증가하며 2분기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으며, 메모리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효과까지 감안하면, 7월 실적 발표 이후 주당순이익(EPS) 재상향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 저가매수가 유효한 구간"이라고 조언했다.

서상영 연구원도 "브로드컴 발표는 결국 AI 수요는 강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전력망이 문제일 뿐이란 점에서 시장의 변화는 과도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심리가 견조했다면 주가 상승 요인이 됐을 수도 있는 이벤트이고,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수는 있어도 추세적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보긴 힘든 상황이란 이야기다.

한편, 이번주 국내 주식시장의 향방은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움직임에 좌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진단된다.

서 연구원은 "(현지시간) 11일 발표될 미국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돌 경우 장기금리가 상승해 AI 및 반도체 종목군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물가가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발표된다면 반도체 조정은 단기 차익실현 과정으로 평가되며 성장주 중심 반등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같은날 진행될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과 매파적 기조가 나올 것인지도 변수다.

이에 앞서 한국시간 11일 오전 발표될 오라클 실적 역시 AI 투자 피크아웃 우려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로 꼽히며, 해당일은 한국 선물·옵션 동기만기일이기도 해 주목된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은 다음과 같다.

▲ 8일(월) = 일본 1분기 GDP 성장률

▲ 9일(화) = 한국 1분기 GDP 성장률, 한국 5월 실업률, 미국 5월 NFIB 소기업지수, 미국 5월 기존주택매매, 중국 5월 수출

▲ 10일(수) =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 미국 5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 중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

▲ 11일(목) = 한국 6월 1~10일 수출, 한국 선물옵션 만기일, 미국 5월 생산자물가지수, 유럽 6월 ECB 통화정책결정회의

▲ 12일(금) = 미국 6월 미시간대학교 소비자심리지수, 일본 4월 설비가동률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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