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스페이스X 암초 만났다…시험대 오른 반도체 랠리 [선데이 머니카페]
고환율·반도체 약세 겹치며 외국인 이탈 가속
스페이스X 향한 글로벌 머니무브 본격화 조짐
이번주 증시 분수령…“AI 관련주 단기 변동성↑”

한때 ‘9천피’ 턱밑까지 치솟았던 코스피가 하루 만에 5% 넘게 급락하면서 8000선까지 위협을 받았습니다. 미국 반도체주 약세에 국내 증시 주도주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은 데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글로벌 자금이 현금화에 나섰다는 분석까지 겹쳤기 때문인데요. 이번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검은 금요일’로 불린 이달 5일 증시 급락의 배경과 함께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5일 전장보다 478.82포인트(5.54%) 내린 8160.59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에는 8038.10까지 밀리며 8000선 붕괴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코스닥지수도 4.50% 내린 1002.44에 마감했고 장중 992.80까지 떨어지며 3개월 만에 1000선을 내주기도 했습니다.
급락의 중심에는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투자가의 이탈이 있었습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 2240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습니다. 최근 6거래일 연속 순매도 규모만 27조 원을 넘었고, 지난달 7일부터는 20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습니다. 반면 개인은 4조 원 넘게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천장을 뚫은 고환율 국면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달 5일 원·달러 환율은 1539.1원에 마감했고 장중에는 1549원대까지 치솟으며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도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환율이 오르면 환차손 우려에 따른 추가 매도가 나타나는 모습”이라며 “외국인 순매도와 환율의 부정적인 ‘루프’가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인공지능(AI) 칩 매출 전망을 내놓으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4일(현지 시간) 브로드컴은 12.59% 급락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7.74%), 샌디스크(-3.92%), 웨스턴디지털(-3.13%) 등도 줄줄이 하락했습니다. 이어 5일(현지 시간)에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 대비 4.18% 급락하면서 다음주 국내 증시에 또 한번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삼성전자는 6.40% 내린 32만 9000원, SK하이닉스는 9.92% 하락한 207만 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야수’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들도 각각 13%, 20% 안팎으로 급락했습니다.
문제는 코스피 지수가 최근 두 종목에 지나치게 기대 올랐다는 점입니다. 두 종목은 5월 이후 각각 59%, 79% 급등했으며,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비중은 40.8%에서 52.2%로 확대됐습니다. 국내 증시 절반 이상이 사실상 두 종목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구조가 구축되면서 ‘쏠림’ 부담이 한층 커진 셈입니다. 실제로 4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3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74%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코스피는 5% 넘게 빠지면서 차익실현 국면에서도 더 큰 낙폭을 그렸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스페이스X 상장도 이번 급락의 한 배경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달 12일 예정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코앞에 두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단기 급등한 한국 증시에서 차익을 실현해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내에서도 투자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이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스페이스X 공모주 1차 청약은 개시 1분 만에 3억 달러(약 4600억 원) 규모 물량이 모두 소진됐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험자산 선호심리 위축과 함께 스페이스X 상장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이탈로 투매성 매도가 발생했다”며 “그 결과 업종 전반적으로 동반 하락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스페이스X뿐 아니라 오픈AI, 앤스로픽 등 초대형 기술기업들의 상장 가능성도 시장의 관심사입니다. 대형 성장주 기업공개(IPO)가 이어질 경우 글로벌 유동성이 기존 증시에서 신규 상장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이번 급락이 본격적인 조정장의 시작인지, 아니면 단기 차익실현에 그칠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당분간 조정과 업종간 순환매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AI 인프라 투자와 메모리 업황 흐름은 여전히 장기적으로 유효하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5월 CPI, 스페이스X 상장 등 주요 매크로 이벤트와 대형 수급 일정이 이어질 예정”이라며 “일정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반도체와 AI 관련주의 단기 변동성 확대, 타 업종 순환매 전개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반도체와 코스피 대형주 중심의 선호를 유지하지만, 그간 급등을 고려하면 이격 조정이 나와도 이상한 위치가 아니다”라며 “반대로 코스닥은 너무 오랫동안 소외돼 반등이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짚었습니다.

장문항 기자 jm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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