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가로막던 폐고혈압…국내 연구진, 치료 해법 찾았다[헬시타임]
2009~2023년 간문맥성 폐고혈압 환자 43명 분석
다학제 정밀평가·치료 최적화로 간이식 가능성 확인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간경화)으로 인해 폐동맥 압력이 높아진 환자도 정밀한 평가와 치료 최적화를 거치면 간이식 수술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은 장성아 순환기내과 교수·김예찬 임상강사와 김형관·곽순구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등 다기관 공동 연구팀이 2009년부터 2023년까지 간문맥성 폐고혈압으로 진단받은 43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5일 밝혔다.

간문맥성 폐고혈압은 간경화로 인해 위, 장, 비장 등 소화기관에서 흡수된 영양소가 풍부한 혈액을 간으로 전달하는 혈관인 간문맥(portal vein)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폐동맥의 압력도 함께 상승하는 질환이다. 그간 간문맥성 폐고혈압 환자에게는 간이식 수술이 금기시돼 왔다. 간이식 수술 도중 대량의 체액 이동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심장에 급격한 과부하가 걸려 우심실 부전 등 치명적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우심실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혈관인 폐동맥 내부의 평균 압력(mPAP)이 45㎜Hg 이상이면 간이식이 어렵다고 판단한다. 평균 폐동맥압이 35~45㎜Hg 사이인 경계선 환자들도 위험 부담으로 인해 이식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분석에 포함된 간문맥성 폐고혈압 환자 43명 중 9명은 연구기간 동안 간이식 수술을 받았다. 특히 간이식을 받은 9명 중 6명은 평균 폐동맥압(mPAP)이 35~45㎜Hg 사이였다. 기존 기준을 적용하면 수술의 위험이 큰 경계선으로 분류돼 간이식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던 환자들이다.
분석에 따르면 간이식을 받은 환자 9명 중 7명(77.7%)이 생존한 반면, 폐고혈압 관련 위험이 높아 간이식이 보류된 환자 7명 중 5명(71.4%)은 1년 이내 사망했다. 이처럼 대조적인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연구팀은 간문맥성 폐고혈압 환자의 이식 가능성을 폐동맥압 수치만으로 단정해선 안 된다고 해석했다. 폐동맥 내부의 압력뿐 아니라 폐혈관저항, 우심실 기능, 폐고혈압 치료 반응과 간질환의 중증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간이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평균 폐동맥압 자체는 사망 위험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간경변증 등 만성 간질환의 중증도를 반영하는 차일드 푸(Child-Pugh) 점수가 간이식 환자의 예후와 밀접한 관련을 보였다. 사망 위험도 차일드 푸 점수가 1점 증가할 때마다 1.53배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간이식 후 생존한 환자들의 최대 폐동맥 수축기압은 수술 전 58.4㎜Hg에서 수술 후 38.6㎜Hg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간문성 폐고혈압 환자에게 간이식을 시행해 근본 원인인 간경화를 해결하면 폐고혈압까지 호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생존자 7명 중 4명은 폐고혈압이 완전히 호전돼 관련 약물치료를 중단했을 정도다.
연구팀은 간문맥성 폐고혈압 환자에서 간이식을 고려하기 위해서는 수술 전 폐고혈압의 정도와 우심실 기능을 면밀히 평가하고, 폐고혈압 치료 반응과 이식 전후 관리 전략을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순환기내과와 이식외과, 중환자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의 협진을 통해 개별 환자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치료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한 다음, 수술 전 폐동맥 고혈압 표적 치료제를 적극적으로 투여해 폐동맥 압력을 최대한 낮추는 게 핵심이다. 수술 후 혈역학적인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도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형관 교수는 “경계선 환자들도 안전하게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며 “폐동맥압 수치만으로 간이식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장성아 교수는 “간문맥성 폐고혈압은 그동안 간이식 과정에서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질환으로 여겨져 왔지만 일부 환자에서 적절한 치료와 평가를 거치면 간이식을 고려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를 위해서는 순환기내과, 이식외과, 중환자의학과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학제 기반 진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심장학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Korean Circulation Journal) 최근호에 실렸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물 4ℓ 마시다 토할 뻔” 대장내시경 장청소 공포, 이젠 옛말
- “두 눈을 의심했다” 평범한 남성 계좌에 33조원 입금…무슨 일
- ‘젠슨황 깐부株’ 효과 벌써 끝…두산로보틱스 16% 급락
- “월 34만원, 고맙지만 ‘이 정도’는 돼야”…어르신 절반이 생각하는 기초연금 적정액은
- 강엔 고속단정, 하늘엔 드론…12㎞ 한강하구 철통경계
- “닭백숙에 넣어 끓였을 뿐인데”…30분 만에 구토·호흡곤란 속출한 이유가
- 시도때도 없이 ‘심쿵’…방치했다가 돌연사할 수도
- “차단해 봐야 70%는 꿋꿋이 쓴다”…청소년 SNS 금지법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 스페이스X 지난해 매출 29조원인데...IPO 주관사 모건스탠리 “2040년엔 5300조원”
- “무능해 보이는 게 두려웠다”…DNA 감정 239건 조작한 과학수사요원에 日 ‘발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