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끌어안고 쓰러진 41세 포수→21년 후배 투수에게 "괜찮아, 붙어"...연장 결승포보다 더 결정적이었던 순간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베테랑 포수의 가치. 결정적일 때 빛났다.
삼성 라이온즈 강민호가 팀을 구했다. 공수에 걸친 묵직한 활약으로 팀을 3연패 늪에서 '멱살잡고' 끌어냈다.
삼성은 6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연장승부 끝 3대2 역전승으로 최근 3연패에서 탈출하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2-2 팽팽하던 10회초 1사 후 강민호는 KIA 마무리 성영탁의 커터를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2-2에서 결정적 순간마다 양 팀 모두 외인 타자들의 병살타 등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답답한 공격흐름. 강민호의 한방이 승부를 갈랐다.

공격보다 더 가치있었던 건 '포수' 강민호의 역할이었다.

강민호 덕은 배찬승이 더 크게 봤다. 2-2로 팽팽하던 8회말 수비 때였다.
배찬승이 1사 후 2루타와 4사구 2개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1실점이면 결승점을 내줄 분위기. 타석에는 홈런타자 아데를린이 들어섰다. 빠른 공에 강점이 있는 타자.
2B2S에서 140㎞ 포크볼이 땅에 쳐박혔다. 강민호가 온 몸을 던져 필사적으로 블로킹을 했다. 그라운드에 고꾸라져 엎어진 마흔한살의 노장 포수. 스무살 어린 후배투수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몸을 일으켜 주심에게 새 공을 받아 쥔 강민호는 배찬승 쪽으로 다가서며 "괜찮아, 붙어"라며 배찬승에게 공을 건넸다. 3B2S 풀카운트. 선배 포수의 투혼과 격려가 아니었다면 배찬승은 또 한번 변화구 승부를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자신감을 얻은 배찬승은 134㎞ 슬라이더를 바깥쪽 낮은 곳에 던졌고, 타이밍이 빨랐던 아데를린의 배트 끝에 걸린 타구가 2루베이스 쪽을 향하며 병살타가 됐다. 절체절명 위기에서 해방된 배찬승이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함성을 질렀던 순간.

배찬승은 경기 후 중계인터뷰에서 "강민호 선배님이 (폭투가 될 뻔한) 그 공을 잡아주신 덕분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공격적인 피칭 유도로 8,9,10회 3이닝 연속 병살타를 이끌어낸 강민호는 "오늘은 꼭 이겨야 했다"며 "(블로킹 후) 찬승이한테 '괜찮으니 무조건 붙으라고 했다"며 씩씩하게 던져준 21살 어린 후배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베테랑 포수의 품격. 지난해 보다 페이스가 조금 늦지만, 우승을 노리는 삼성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감의 안방마님인 것 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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