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첫승 쐐기골 ‘4강 주역’… 말기 암 진단에도 팀 지휘 유상철

이한수 기자 2026. 6. 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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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2021년 6월 7일 50세
2007년 방송된 ‘날아라 슛돌이’에서 이강인이 유상철 등에 업혀 있다./KBS

2002 한·일 월드컵 축구 4강 주역 유상철(1971~2021)은 2020년 1월 2일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말기 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구단 관계자는 “한국 축구의 레전드이자 팀을 위해 헌신한 유 감독에게 최대한 예우를 다하고 싶다. 유 감독의 치료를 물심양면으로 살필 예정”이라고 했다. 작년 5월 부임한 유 감독은 그해 10월 췌장암 4기 판정을 받고도 그라운드를 지켰다. 이 모습에 선수들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인천은 최종 10위(7승13무18패·승점 34)로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2020년 1월 3일 자 A27면)

2019년 11월 20일자 A29면.
2019년 11월 25일자 A29면.

2019년 11월 24일 유상철은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비 오는 가운데 감독 자리를 지키며 상주 상무를 2대0으로 이겼다. 8개월 만의 홈 승리였다. 경기 끝나고 운동장에는 록그룹 부활의 노래 ‘네버 엔딩 스토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 가기를….”

“남쪽 스탠드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던 인천 서포터 중에선 유독 눈물을 흘리는 팬들이 많았다. (…) 지난 19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췌장암 4기 판정 사실을 알린 유상철 인천 감독의 안타까운 사연이 간절한 노랫말과 함께 팬들 마음을 울렸다. (…) 유 감독은 곧바로 입원 치료를 받지 않고 팀을 끝까지 지휘하는 이유에 대해 “축구인으로 멋지게 남고 싶어서”라고 밝혔었다. (…) 이날 비가 내리는 겨울 날씨에도 유 감독은 지붕이 있는 벤치에 앉는 대신 경기 내내 그라운드 바로 앞에 서서 선수들을 지휘했다. 유 감독은 “제 성격에 앉아서 못 보겠더라. 선수들도 비 맞아가면서 열심히 하는데 같이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2019년 11월 25일자 A29면)

2021년 6월 8일자 A27면.

“반드시 완쾌해 건강한 모습으로 인사드리겠다”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1년 5개월 후인 2021년 6월 7일 끝내 하늘의 별이 됐다.

“2020년 6월 13차례에 걸친 항암 치료를 마쳤고, 암세포가 눈에 띄게 줄어들 정도로 호전됐다. 하지만 유 감독은 올해 1월 몸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져 병원에 갔다가 암세포가 뇌로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2021년 6월 8일 자 A27면)

두 차례 월드컵에 출전해 2골을 기록했다. 2002년 폴란드전에서 쐐기골을 넣어 48년 만의 본선 첫승을 이끌었다. 전반 26분 황선홍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가던 후반 8분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경기 소식을 전한 조선일보 1면은 제호보다 더 큰 활자로 ‘‘월드컵 첫승’ 해냈다’ 여덟 글자를 머리 제목으로 뽑았다.

2002년 6월 5일자 1면.

앞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벨기에전에서 동점골을 넣었다. 멕시코전 역전패에 이어 네덜란드에 0대5로 참패하고 차범근 감독이 현지 경질된 상황에서 맞은 경기였다. 0-1로 뒤진 후반 25분 하석주가 벨기에 진영 왼쪽에서 찬 낮고 빠른 프리킥을 골문 오른쪽에서 쇄도하며 오른발로 차 넣었다.

유상철은 경기 상황에 따라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로 변신하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98년 월드컵에서 멕시코전엔 스토퍼, 네덜란드전에선 왼쪽 윙백, 벨기에전은 전반 오른쪽 윙백, 후반엔 게임메이커로 자리를 바꿔가며 공격을 주도했다. 2002 월드컵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전략에 따라 교체 선수가 있을 때마다 포지션을 옮기며 플레이했다. A매치 124경기 18골을 기록했다.

1998년 6월 26일자 12면.

히딩크 감독은 “유상철은 불굴의 투지를 보여준 위대한 축구 선수였고, 세계 축구 팬들에게 감동을 준 선수였다”고 애도했다. 일곱 살 때 TV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서 감독과 제자로 만났던 대표팀 이강인은 “제 축구 인생의 첫 스승”이라며 “(제가)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게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2021년 6월 9일 자 A25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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