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사들,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앞두고 시장 붕괴 우려

송경재 2026. 6. 7.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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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부족 만회하는 것" 반론도
[파이낸셜뉴스]
프랑스 해군 헬리콥터가 1일(현지시간) 대서량에서 러시아 유조선에 접근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전 세계 주요 유조선사들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 시장을 붕괴시킬지 모른다며 패닉에 빠졌다.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이란전쟁이 발발하고, 곧이어 핵심 해상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유조선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호황을 누리던 것과 크게 다른 흐름이다.

이들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 유조선 발주에 이윤 일부를 투입한 상태여서 해협이 재개방되면 막대한 유조선 초과공급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이란전쟁으로 초호황을 누리던 유조선사들이 최근 종전 분위기 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사상 최대 순이익

세계 굴지의 해운 중개 업체 클락슨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시작되면서 유조선사들은 1분기에 360억달러(약 56조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기록한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 260억달러를 훌쩍 넘었다.

그러나 종전 합의, 해협 재개방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순이익은 급격하게 감소할 전망이다.

전쟁 초기 유조선 임대비용은 하루 16만2992달러(약 2억5400만원), 200만배럴을 운송할 수 있는 초대형유조선(VLCC)은 38만6685달러(약 6억원)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해협 재개방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임대료가 급락했다. 용선료가 이제 하루 5만5000달러, VLCC는 9만5000달러로 떨어졌다. 다만 각각 3만, 4만달러 하던 최근 수년 평균치보다는 여전히 높다.

초과공급 초읽기

유조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면 시장이 붕괴될지 모른다는 공포에 직면했다.

현재 해협에 갇혀있는 160여척의 유조선이 시장에 다시 공급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2~3년 뒤 전망은 더 어둡다.

유조선사들은 전쟁 특수에 따른 막대한 이윤 일부를 이미 유조선 발주에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이다.

AXS에 따르면 올해 유조선 신규 주문은 2000년 이후 역대 세 번째를 기록했던 2024년 물량과 맞먹을 전망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갇혔던 유조선들이 풀리고, 새 유조선들까지 공급되면서 시장의 유조선 공급 물량이 수요를 크게 뛰어넘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주요 유조선·가스운반선주인 해리 바피아스는 "중고, 신규 선박 투자가 급증했다"면서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미줄에 갇힌 해운업계

유조선을 비롯한 해운업계는 경제학의 이른바 '거미줄 이론'이 가장 잘 들어맞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거미줄 이론은 수요가 변할 때 공급이 시차를 두고 반응하기 때문에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주로 생산 기간이 긴 농축산물 시장을 설명할 때 활용되지만, 선박 건조에 최소 2~3년이 걸리는 해운업계도 이 이론으로 잘 설명된다.

수십 년간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며 거미줄 이론에 갇혀 있다는 것을 해운선사들도 잘 알고 있지만 이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개별 선사들은 돈이 있을 때 친환경·고효율 선박을 발주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모든 선사가 동시에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시장이 대규모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지는 것이 문제다.

붕괴는 없다

비관전망이 우세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상황이 좋지는 않겠지만 시장 붕괴 우려는 과장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올해 유조선 신규 주문이 급증한 것은 한동안 이 시장이 공급 부족 상태를 겪은 데 따른 것이어서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비상장 해운사인 안렐리쿠시스 그룹 최고경영자(CEO) 마리아 안젤리쿠시스는 "최근 신규 유조선 주문이 증가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한동안 선박 부족 문제를 겪은 뒤에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해운 재벌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가 소유한 캐피털 해운그룹 역시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캐피털 해운그룹도 대규모 유조선 신규 발주에 나섰다.

또 다른 이들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돼도 불안감 속에 더 안전한 항로로 우회하는 관행이 자리잡을 것이어서 선박 초과공급으로 치닫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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