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유럽국가들, 40년만에 ‘복귀’ 전망…“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전쟁까지 불거지면서 유럽의 에너지 공급 불안은 만성이 됐다. 이에 수십년전 탈원전을 선언했던 나라들조차 다시 원전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우선 체르노빌 사태 이후 원자력 발전을 중단했던 이탈리아가 약 40년 만에 원전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현지 안사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정부가 제출한 원자력 발전 재개 법안을 찬성 155표, 반대 86표, 기권 8표로 가결했다. 정부는 다음 달 말 상원에서 이 법안이 최종 확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에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최신 세대의 소형 원자로를 활용한 원자력 발전을 추진하는 안이 담겼다.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는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에 취약해 유럽에서도 전기요금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이탈리아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이듬해 국민투표를 통해 원자력 발전을 중단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실시된 국민투표에서도 90% 이상의 유권자가 원전 복귀에 반대했다.
이탈리아 외에도 여러 유럽 국가가 기존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거나 원전 폐쇄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벨기에 의회는 지난달 15일 22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산업을 부활시키는 내용의 정부 안을 통과시켰다. 새로운 원자로 건설 허용 등을 골자로 하며 원전 운영사인 프랑스 에너지 기업 엔지로부터 자국 내에서 운영하는 전체 원자로 관련 인력과 자회사 등을 통으로 인수하는 국유화를 추진한다.
당초 벨기에는 노후 원전의 안전성을 우려해 2025년까지 원자력 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불거진 에너지 안보 우려로 인해 방향을 바꿨다.
북유럽 신재생에너지 강국 덴마크도 탈원전 정책 재검토를 시사했다. 라르스 오고르 덴마크 에너지·기후 장관은 지난달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차세대 원자력 기술이 갖는 잠재적인 이점을 분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가 원전 회귀에 나설 경우 1985년 원전 금지 정책을 도입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력 공급 정책을 이어온 지 40년 만에 정책 방향이 뒤집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스웨덴은 원전 증설을, 폴란드는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민간 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신뢰할 수 있고 저렴한 저탄소 전력원을 외면한 건 전략적 실수”라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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