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브레턴우즈 이후 80년… 세계경제는 왜 다시 흔들리나

이선목 기자 2026. 6. 6.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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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세계 경제를 지배하는가
권력과 통치
마틴 돈턴│이은주 옮김│알에이치코리아│9만5000원│1508쪽│5월 26일 발행

세계경제 질서는 왜 반복해서 균열을 맞는 걸까.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사학 교수와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장을 지낸 경제사학자인 저자는 1933년 세계통화경제회의부터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직후인 2023년까지 약 90년에 걸친 국제경제 질서의 형성과 충돌 과정을 거대한 스케일로 추적한다. 15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세계화와 자유무역, 달러 패권, 금융 위기, 보호무역주의의 부상까지 현대 경제사를 관통하는 핵심 흐름을 촘촘하게 엮어낸 경제 통사다.

이야기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각국이 선택한 근린 궁핍화 정책에서 시작된다.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 영국의 보호관세 정책, 금본위제 붕괴와 통화 평가절하 경쟁은 국제 협력의 실패가 어떻게 경제적 국수주의와 세계 질서의 파국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당시 세계통화경제회의를 두고 “한 번에 너무 많은 안건을 다뤘고, 각국은 자국 이익만을 추구했다”고 평가하며, 무역 전쟁과 경쟁적 통화 절하가 결국 세계경제를 블록화와 충돌로 몰아갔다고 분석한다.

이후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브레턴우즈 체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구축했지만, 그 질서 역시 강대국 중심의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확보하고 자유무역 질서가 확장되는 과정, 1970년대 닉슨 쇼크와 석유 파동이 촉발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동반한 물가 상승), 이후 신자유주의와 금융 세계화가 국제경제의 새로운 규범으로 자리 잡는흐름도 입체적으로 다룬다. 특히 저자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단순한 금융 사고가 아니라 과도한 금융화와 불평등이 만들어낸 구조적 위기로 해석한다.

/사진 셔터스톡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경제정책만이 아니라 지정학과 국제 권력 구조까지 함께 바라본다는 데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균열, 도널드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의 부상 등을 하나의 역사적 흐름으로 연결한다. 특히 최근 미국의 초고율 관세정책과 경제적 국가주의의 확산을 1930년대와 비교하며, 세계경제가 다시 블록화와 충돌의 시대로 접어들 가능성을 경고한다.경제사학자인 저자는 영국 국립문서관리청과 미국 대통령 도서관 등에 남겨진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제 협상의 막후까지 세밀하게 복원한다. 덕분에 독자는 환율과 통화, 무역과 복지 정책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국가권력과 국제 질서를 둘러싼정치적 선택이었다는 점을 생생하게 확인하게 된다. 특히 IMF·세계은행·WTO 같은 국제기구가 금융과 무역 질서를 관리해 왔지만, 정작 기후 위기와 팬데믹, 식량 안보 같은 새로운 위기에는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담겨 있다.

책은 단순히 세계경제의 흥망을 정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 심화하는 불평등 속에서 앞으로 어떤 세계경제 체제가 필요한지 질문을 던진다. 경제적 국가주의와 과도한 금융화의 악순환을 넘어, 더 포용적이고 공정한 자본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세계경제가 다시 거대한 전환점에 선 지금, 과거 90년의 흐름 속에서 미래의 방향을 읽어내게 하는 묵직한 경제사 책이다.

멈춰 선 파병, 6·25전쟁에 오지 못한 3만 3000명의 대만군
대만은 왜 6·25전쟁에 오지 못했나
박은경│선인│1만8000원│256쪽 │5월 8일 발행


6·25전쟁 당시 대만은 참전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끝내 한반도에 병력을 보내지 못했다. 언론사 국제부 부장이자 북한학 박사인 저자는 장제스의 파병 제안과 이승만 정부의 기대, 이를 둘러싼 미국의 전략적 계산을 추적하며 냉전 초기 동아시아 외교의 숨겨진 장면을 복원한다. 6·25전쟁을 남북 대결이 아닌 대만해협과 연결된 국제 지정학의 시선으로 다시 읽어내는 현대사 교양서다.

100가지 질문과 답으로 끝내는
염승환의 ETF 완전 정복
염승환│한스미디어│2만4000원│408쪽│5월 14일 발행


코스피 8000시대를 맞아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현직 증권사 이사인 저자는 ETF 초보 투자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100가지 질문을 통해 투자 기초와 실전 전략을 쉽게 설명한다. 레버리지, 월 배당 ETF, 연령대별 포트폴리오, 인공지능(AI)·반도체 테마 ETF,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연금저축 절세 전략 등을 폭넓게 담은 ETF 입문 가이드다.

파라오 무덤에서 금본위제를 넘어 월스트리트까지
세계사를 바꾼 금 이야기
레베카 조라크·마이클 W. 필립스 주니어│서소울 옮김│사람과나무사이│1만9500원│336쪽│5월 15일 발행


금은 세계사의 흐름을 움직여 온 욕망의 상징이었다. 책은 고대 이집트의 황금 마스크부터 엘도라도 전설, 골드러시, 금본위제와 월스트리트까지 6000년에 걸친 금의 역사를 따라간다. 금이 제국의 흥망과 전쟁, 식민지 정복, 화폐 체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입체적으로 풀어내며, 초신성 폭발에서 탄생한 금의 우주적 기원과 오늘날 ‘분쟁 광물’ 문제까지 함께 조명한다.

AI 시대 인간의 성장 법칙
스킬 코드
맷 빈│이희령 옮김│청림출판│2만원│328쪽│5월 27일 발행


AI와 로봇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스킬’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 경영 연구자인 저자는 AI 시대 인간 역량의 핵심으로 도전·복잡성·연결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반복 업무가 자동화될수록 도제식 학습과 멘토링, 실패 경험을 통한 숙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술을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활용하며 미래 전문성을 키우는 방법과 ‘스킬 불평등’ 시대의 생존 전략을 짚는다.

인구 절벽 시대, 국적은 어떻게 개인의 무기가 되는가
국가선택
우원규│미래의창│1만8000원│240쪽│5월 27일 발행


인구 감소 시대에는 국가보다 개인의 선택권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제 사람들도 직장을 옮기듯 국가를 선택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캐나다·독일의 적극적 이민정책과 홍콩·포르투갈의 인재 유출 사례를 비교하며, 인구 감소 이후 국가 경쟁력이 어디에서 갈리는지 분석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이후 한국 사회의 생존 전략을 짚는 인구·이민 교양서다.

스티브 잡스의 망명: 넥스트의 숨겨진 이야기와 미국 비전가의 재탄생
(Steve Jobs in Exile: The Untold Story of NeXT and the Remaking of an American Visionary)
제프리 케인│포트폴리오│35달러│400쪽│5월 19일 발행


애플 공동 창업자였던 스티브 잡스는 1980년대 중반 매킨토시 판매 부진과 경영권 갈등 끝에 회사에서 밀려났다. 이후 그는 넥스트(NeXT)를 세우지만 제품 실패와 적자, 조직 혼란을 겪으며 긴 침체기를 보낸다. 책은 그 좌절의 12년이 어떻게 훗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탄생시킨 혁신의 밑거름이 됐는지 추적한다. 천재 창업자의 실패와 재기를 복원한 스티브 잡스 평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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