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없는 학교 만들어요”…대구 영진고 하굣길서 ‘노담’ 외친 엄마들 [르포]

김덕용 2026. 6. 6.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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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대구 북구 영진고등학교 정문 앞. 평소라면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조용히 발걸음을 재촉했을 하굣길이 활기찬 목소리로 가득 찼다.

“얘들아! 노담(No 담배)하고 건강하게 자라자!” 화사한 코발트블루 색상의 유니폼 조끼를 맞춰 입은 20여명의 학부모가 피켓을 든 채 하교하는 학생들을 맞이했다. 이들이 든 피켓에는 ‘내가 죽는 직접 흡연, 남 죽이는 간접흡연’, ‘멋으로 피운 담배, 멋모르고 죽어간다’ 같은 직관적인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최근 청소년 사이에서 유행하는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경고하고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 부모들이 직접 거리로 나선 것이다.

하굣길 학생들이 금연 피켓을 든 학부모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학생흡연예방 학부모 모니터단 제공
처음에는 학부모들의 우렁찬 외침에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지나치던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장에 마련된 빨대를 이용한 ‘폐활량 테스트’ 부스는 호기심 많은 학생들로 붐볐다. 학생들이 좁은 빨대로 숨을 쉬며 흡연자의 답답한 폐 상태를 간접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이다.

테스트에 참여한 김진욱(3학년) 군은 “평소에 전자담배는 냄새도 안 나고 몸에 덜 나쁜 줄 알았는데, 학부모님들이 나눠준 유인물을 읽어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앞으로 친구들이 권하더라도 절대 피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대구시교육청 학생흡연예방 학부모 모니터단’의 목소리에는 아이들을 향한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캠페인에 참여한 모니터단 소속 한 학부모는 “어른들이 먼저 나서서 유해 환경을 막아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호기심에 쉽게 흡연의 늪에 빠져든다”며 “담배 연기 없는 깨끗하고 건강한 학교를 만드는 날까지 우리 부모들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빨대를 이용한 폐활량 테스트를 하고 있다. 학생흡연예방 학부모 모니터단 제공
대구시교육청이 청소년의 흡연 예방과 건강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출범시킨 '학생 흡연예방 학부모 모니터단' 활동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학부모들이 직접 학교 현장과 유해 환경을 점검하고 눈높이 캠페인을 펼치면서, 청소년 흡연율 감소와 인식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학부모 58명으로 구성된 모니터단은 지난 4월 24일 경구중학교에서 발대식 가진 뒤 남산역과 청라언덕역 일대에서 금연 캠페인을 펼치며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모니터단의 활동은 교문 앞 캠페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나 북구 대구FC 경기장 앞 등지에서 금연 캠페인을 펼치며 ‘우리 아이 안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모니터단의 가장 큰 성과는 기존 주입식 금연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유도 방식’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담배 유혹에 취약한 하교 시간을 타겟팅해 효과를 높였고, 체험형 교육 콘텐츠를 도입해 흡연의 위험성을 시각이나 신체적으로 실감하게 유도하고 있다.

금연 캠페인에 참여한 학부모들과 재학생, 경구중학교 교직원 등이 캠페인 후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학생흡연예방 학부모 모니터단 제공
이밖에도 학부모 모니터단은 청소년 대상 담배 판매 금지 안내를 위한 판매업소 방문과 담배 판매처 및 상습 흡연구역 모니터링, 흡연 유해환경 개선을 위한 의견 제안 등의 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금연 캠페인은 생명사랑 밤길걷기, 가족 참여 프로그램 등과 연계해 연 10회 이상 추진해 지역사회 전반적으로 금연문화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강현구 대구시교육청 체육예술보건과장은 "최근 다양한 마케팅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향으로 청소년이 담배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이 확대돼 예방교육과 홍보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부모와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예방 중심 정책을 통해 학생들을 흡연의 폐해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한 성장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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