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북적북적] “AI 시대에도 결국 중요한 것은 판단력입니다” 이세돌, ‘다음 수를 결정하는 법’ 강연서 미래 인재의 조건 제시

김호이 기자 2026. 6. 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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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호이 기자]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호이 기자]

지난 5월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강연 '다음 수를 결정하는 법'에서 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은 자신의 성장 과정과 알파고 대국의 경험, 그리고 AI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역량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날 강연에서 이세돌은 어린 시절 바둑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아버지가 바둑을 굉장히 좋아하셔서 가족 모두가 자연스럽게 바둑을 접하게 됐다"며 "저 역시 바둑이 너무 잘 맞았고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만 6살 무렵 아버지가 저를 보시고 취미가 아니라 전문가의 길을 걷게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른 나이에 인생의 방향을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전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발견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경험과 정보가 열려 있어 스스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세돌은 "근거 없는 자신감은 자신감이 아니라 무모함일 수 있다"며 "자신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둑 역시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바둑은 단순히 수를 많이 아는 게임이 아닙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결정적인 순간에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기술이나 경험보다도 '판단력'이라는 것이다.

강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부분은 역시 알파고와의 대국에 대한 이야기였다.

2016년 세계를 놀라게 했던 알파고와의 대결은 AI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세돌은 당시를 돌아보며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패배했다고 표현했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 대국에서 패배한 것은 이세돌 개인이지 인간 전체가 아니었다"며 "인간의 가능성이나 가치가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그는 기술 발전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변화로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AI는 인간이 만든 도구입니다. 중요한 것은 AI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그는 평소 외부 평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사나 댓글, 비판적인 반응을 일부러 찾아보는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알파고 대국 당시에는 예외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때는 저도 궁금해서 반응을 찾아봤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셨습니다. 승패를 떠나 인간의 도전을 응원하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이세돌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은 원래도 중요했지만 AI 시대가 되면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 사이의 이해와 협력의 가치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AI와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분명한 견해를 밝혔다.

"AI와의 협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AI가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체하는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기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AI를 활용하는 것만으로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AI 시대에 더욱 필요한 것은 절박함과 절실함, 그리고 간절함입니다."

기술은 누구에게나 제공될 수 있지만 그것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설명이다.

이세돌은 특히 AI 의존도가 높아지는 시대일수록 인간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바둑의 '복기' 문화를 예로 들었다.

"바둑은 승패가 결정됐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 공부는 복기에서 시작됩니다."

복기는 대국이 끝난 뒤 어떤 선택이 옳았고 어떤 판단이 부족했는지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그는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을 돌아보고 배우는 것"이라며 "실패를 통해 성장하는 힘이 결국 실력을 만든다"고 말했다.

강연 말미에는 정보 과잉 시대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인터넷과 AI를 통해 누구나 방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혼란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지식이 아닙니다. 정보가 많다고 해서 판단력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정리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정리되지 않은 정보는 결국 혼란만 줄 뿐입니다. 정보가 아니라 통찰이 필요합니다."

이세돌은 강연을 마무리하며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겠지만 결국 인생의 다음 수를 결정하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찾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끊임없이 복기하며 배우는 사람이 결국 성장한다"며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강연은 바둑이라는 한 분야의 이야기를 넘어 변화가 가속화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깊은 시사점을 던졌다. 알파고와 맞섰던 한 인간의 경험은 결국 기술의 시대에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판단과 성찰의 가치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