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처럼 끈적한 ‘흑변’ 본 50대男...숨차고 어지럽고 배 아픈 이유는?

타르처럼 끈적끈적하고 까만 대변(흑변)과 함께 윗배 통증, 숨참, 어지러움 등 증상을 2주 동안 겪은 50대 남성이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내시경 검사 결과 위에서 큰 덩어리(종괴)가 발견됐고, 의료진은 위암이나 위장관기질종양(GIST)을 의심했다. 하지만 최종 조직 검사 결과, 헬리코박터균(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 일으킨 만성 위염과 출혈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노스 더럼 대학병원, 로열 스토크 대학병원 등 공동 연구팀은 평소 특별히 앓는 병이 없던 54세 남성(배달 기사)의 독특한 헬리코박터균 감염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다. 이 환자는 혈액 검사에서 헤모글로빈 수치가 80g/L로 정상 범위를 크게 밑돌았고, 내시경 직후에는 66g/L까지 떨어져 농축 적혈구(1단위)를 수혈받았다.
연구팀은 상부 위장관 내시경 검사 결과, 위에서 궤양을 동반한 2cm 크기의 큰 혹(용종) 덩어리를 발견했다. 이 덩어리는 육안으로 암과 매우 비슷했다. 하지만 생검 검체를 채취해 진행한 최종 조직학적 검사 결과는 달랐다. 암이 아니라 헬리코박터균 감염이었다. 면역 세포가 뭉치면서 암 덩어리처럼 부풀어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암세포 대신, 상피 내 호중구와 림프구가 가득했고, 구조가 많이 바뀐 점막 섬유 사이로 쉼표 모양의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유사 미생물이 많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환자는 헬리코박터균을 없애기 위해 먹는 약 세 가지의 경구요법을 처방받고 퇴원했다. 퇴원 2주 후 외래 추적 관찰에서는 모든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는 합병증 없이 위 용종 절제술을 마쳤다.
이 사례 연구 결과(A Broad Scope of Differentials: Helicobacter pylori-Associated Chronic Gastritis Mimicking a Gastrointestinal Stromal Tumor)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상부 위장관에 출혈이 발생하면 위산과 혈액 내 헤모글로빈이 섞이면서 화학 반응(자가소화)이 일어나 타르처럼 새까맣고 끈적끈적한 대변을 보게 된다. 출혈이 지속되면 체내 적혈구 부족으로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며 숨참, 어지러움, 가슴두근거림 등 빈혈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런 위장관 출혈 및 궤양의 대표적인 원인균이 헬리코박터균이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막에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위산 분비의 생리에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균이 분비하는 특정 독성인자(CagA)는 종양 단백질로 작용해 세포 간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점막의 위축이나 과형성을 일으킨다. 의료계 통계를 보면 전 세계 위염 발병률(2021년 기준)은 약 2710만 명으로 흔한 편이다. 하지만 이 사례처럼 과형성 반응이 매우 심해 육안상 위암이나 위장관기질종양처럼 큰 혹 덩어리를 만든 경우는 매우 드물고 독특하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의 예방에는 개인위생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 균은 주로 침(타액)이나 대변을 통해 입으로 감염된다. 음식을 찌개 한 그릇에 담아 여럿이 떠먹는 식습관을 피하고, 손 씻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만약 감염이 확인되면 위산 분비 차단제인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아목시실린, 클라리트로마이신 등 두 가지 항생제를 섞은 '3제 요법'에 따라 약을 1~2주간 성실히 복용해야 한다.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해야 위암이나 특정 림프종(MALT 림프종)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소화기 증상과 빈혈 증상을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 특히 2주 이상 지속되는 속 쓰림이나 상복부 통증, 타르 같은 까만 변이나 이유 없는 숨참·어지러움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아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내시경 검사에서 암을 의심케 하는 큰 덩어리가 발견되더라도, 최종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리 절망하거나 낙담할 필요 없다.
[자주 묻는 질문]
Q1. 헬리코박터균 감염으로 생긴 위염인데 왜 숨이 차고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났나요?
A1. 위염이 심해지면서 점막에 생긴 궤양에서 피가 계속 새어 나갔기 때문입니다. 위장에서 흘러나온 혈액이 위산에 의해 소화되면서 타르처럼 검고 끈적한 흑변을 보게 됐고, 이로 인해 체내 적혈구(헤모글로빈)가 급격히 줄어드는 진행성 빈혈이 발생했습니다. 몸속에 산소를 공급할 혈액이 부족해지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어지러우며, 심장이 빨리 뛰어 가슴두근거림 증상이 함께 나타났습니다.
Q2. 내시경 검사에서 암처럼 보이는 덩어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A2. 헬리코박터균이 위 점막에 들어가 심한 만성 염증을 일으키면, 인체의 면역 계통이 균과 싸우기 위해 호중구와 림프구 같은 면역 세포를 해당 부위로 과도하게 밀집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위 점막 섬유들이 비정상적으로 뭉치고 두꺼워지는 과형성 반응이 일어나면서, 육안으로 보기에 위암이나 위장관기질종양처럼 보이는 큰 덩어리가 밖으로 돌출됩니다.
Q3.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는 약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A3. 의료진이 처방한 항생제와 위산분비차단제를 정해진 시간에 거르지 않고 계속 복용해야 합니다. 멋대로 복용을 중단하거나 띄엄띄엄 먹으면 균이 죽지 않고 항생제에 대한 내성만 키우게 되며, 다음 치료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약을 먹는 동안 설사, 쓴 입맛, 복통 등 부작용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증상이 극심하지 않으면 끝까지 복용해야 합니다. 복용 후에는 꼭 검사를 받아 균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재확인해야 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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