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모델 성폭행에 팬들과 패싸움까지?”…잘 생긴 외모와 카리스마로 인기 끌던 ‘이 남자’, 폭력과 낭만은 어떻게 신화가 되었나 [음덕후:뮤지션으로 읽다]

김주리 2026. 6. 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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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 1987년 ‘파괴에의 욕망’(Appetite for Destruction) 발매
‘웰컴 투 더 정글’, ‘파라다이스 시티’, ‘스윗 차일드 오 마인’ 등 수록곡 대부분 대박나며 인기 행진
“화려한 연주와 에너지 속 어둠과 공격성을 담아낸 80년대 메탈의 금자탑”…숭배와 논란 그 사이
음악을 사랑하는 당신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
“LA메탈 밴드들은 온통 가짜에 말 뿐인 XX들이야. 푸들처럼 머리만 부풀리고 있지”

액슬 로즈(Axl Rose), 1988년 MTV 인터뷰 中
[게티이미지/Photo by Mick Hutson]

LA메탈의 환상과 균열

1980년대 중후반, 미국 록 신(scene)의 한복판에는 로스앤젤레스가 있었다. 선셋 스트립을 중심으로 한 클럽 문화, 요란한 헤어스타일과 가죽 의상, MTV에 최적화된 비주얼, 파티와 섹스와 술, 거대한 기타 리프와 쉽게 소비 가능한 반항. 이른바 LA메탈 혹은 글램 메탈이라 불리는 이 문화는 록의 위험성과 선정성을 대중이 소비할 수 있는 이미지로 포장한 장르였다.

그 세계는 매혹적이었다. 무대 위 뮤지션들의 반항은 현란했고, 욕망은 스타일리즘적인 면까지 띠고 있었으며, 방탕함은 MTV 화면 안에서 자유의 이미지로 전환됐다. 록은 더 이상 지하의 소음이 아니었다. 거대한 산업이었고, 청춘의 환상이었으며, 팔릴 수 있는 일탈이었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는 그 세계를 토대로 등장했다. 찰랑거리는 긴 머리와 반항기, 오만한 태도, 기타 솔로는 LA메탈의 형식을 그대로 수행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이들의 음악에는 다른 밴드들의 매끈함 이면에 숨겨졌던 ‘지워진 거리의 냄새’가 풍겼다. 빈곤, 약물, 폭력성, 불안정함, 도시에서의 생존. 건즈 앤 로지스의 데뷔 앨범 ‘파괴에의 욕망’(Appetite for Destruction)은 제목 그대로 욕망과 파괴 충동이 뒤엉킨 작품이다.

앨범이 강렬했던 이유는 단순히 거칠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의 록 밴드들이 록의 반항을 화려하고 황홀한 이미지로 소비했다면, 건즈 앤 로지스는 그 이미지 아래 실제로 존재하던 더러움과 불안을 숨기지 않고 표현했다. 이들은 앨범의 첫 번째 곡 ‘정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Welcome to the Jungle)에서 ‘도시’를 포식과 생존의 공간으로 묘사하며, 로스앤젤레스는 낙원이 아닌 정글이고, 그 안에 들어온 인간은 욕망과 폭력이라는 규칙을 배우게 된다는 결론으로 수렴시킨다. 이어 ‘파라다이스 시티’(Paradise City)에서는 혼탁한 도시와 욕망의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인간의 도피와 불안을 환희의 형식으로 표현했다.

이 점에서 건즈 앤 로지스는 LA메탈의 정점인 동시에 균열이었다. 이들은 장르가 제공한 외피를 입고 있었지만, 그 내면에 있던 상처와 혼란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의 음악에서 도시는 매혹적이지만 안전하지 않고, 욕망은 찬란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 파괴로 기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즉 건즈 앤 로지스의 등장은 단순히 시대를 탄 밴드의 성공담이 아니다. 이들은 1980년대 록의 환상을 완성한 밴드가 아닌, 그 환상이 더 이상 깨끗하게 유지될 수 없음을 알린 밴드였다. LA메탈이 청춘의 욕망을 팔았다면, 건즈 앤 로지스는 그 욕망이 실제 삶 속에서 얼마나 쉽게 불안과 폭력, 자기파괴로 번질 수 있는지를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Welcome to the jungle, we take it day by day
If you want you‘re gonna bleed but it’s the price to pay
You can taste the bright lights but you won‘t get there for free
(정글에 온 걸 환영해, 우린 여기서 하루하루를 살아가지
네가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넌 피를 흘리게 될 거야
하지만 그건 감수해야 할 대가야
원한다면 화려한 조명도 누릴 수 있어
하지만 물론 공짜는 아니야)
- 건즈 앤 로지스, ‘정글에 온 걸 환영해’ 中 -
[게티이미지/Photo by Marc S Canter]

파괴의 음악에서 나온 순수(純粹)…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 리프 중 하나

건즈 앤 로지스가 LA메탈의 환상에 균열을 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가장 아름다운 노래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도입부의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이들 최대의 히트곡 ‘스윗 차일드 오 마인’(Sweet Child O’ Mine)은 폭력적인 세계 안에도 순수와 애정의 감각이 남아 있었음을 보여주는 곡이다.

이들은 곡을 통해 지저분하고 위험한 현실 속에서 가장 맑고 순수한 선율을 끄집어낸다. 곡을 여는 기타 리프는 듣는 이의 감각을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하는데, 다른 곡들과 달리 거칠게 몰아치지 않고 어둡게 짓누르지도 않는다. 높고 맑은 음역에서 반복되는 기타 멜로디는 흡사 동요처럼 순수하고, 어린 시절의 어떤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투명하다. 건즈 앤 로지스가 지닌 거리의 냄새, 약물과 폭력성, 도시적 불안과는 정반대편에 있는 듯한 소리다.

파괴의 에너지 한 가운데서 드러난 무방비한 감정. 그러나 바로 그 대비가 이 곡의 핵심이다. 곡은 거칠고 불안정한 인간들이 아주 짧은 순간에 흘린 맑은 표정처럼 들리며, 액슬 로즈(Axl Rose·보컬)의 목소리는 이 모순을 더욱 강화한다. 그는 이 곡에서도 다른 곡들과 같은 톤의 보컬을 유지하는데, 사랑을 말하는 순간에도 목소리가 아름답게 순화되지 않고, 특유의 날카로운 비음과 찢어지는 듯한 고음이 남아 있다. 그렇기에 ‘스윗 차일드 오 마인’은 충분히 맑고 깨끗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위태로운 감각을 함께 건드린다.

곡 후반으로 갈수록 곡의 중심 감정 자체도 흔들린다. 초반의 리프가 투명한 기억처럼 시작됐다면, 후반부의 기타 솔로와 보컬은 점점 더 뜨겁고 거칠게 밀려 올라간다. 사랑의 노래였던 곡은 어느 순간 감정의 과잉을 견디지 못하는 형태로 팽창한다. 보호되지 않는 순수는 거친 록 사운드 안에 던져진다.

‘스윗 차일드 오 마인’은 건즈 앤 로지스라는 밴드가 왜 그토록 불안하게 매혹적이었는지를 설명하는 핵심이다. 가장 위험한 밴드가 만든 가장 청초한 리프. 거친 목소리에서 나오는 무방비한 애정. 순수와 파괴가 같은 곡 안에서 충돌하고, 그 충돌이 끝내 하나의 마스터피스로 들리는 순간, 바로 그 지점에서 건즈 앤 로지스는 평범한 LA메탈 밴드가 아닌, 그 시대 록의 가장 불안한 낭만이 된다.

She‘s got a smile that it seems to me
Reminds me of childhood memories
Where everything was as fresh as the bright blue sky
She takes me away to that special place
(그녀의 미소는 마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
모든 것이 맑고 푸른 하늘처럼 아름다웠던 그 때를
그녀는 나를 그 특별한 곳으로 데려가)
- 건즈 앤 로지스, ‘스윗 차일드 오 마인’ 中 -
[게티이미지/Paul Natkin]

관객 패싸움에 성폭행 소송까지…록의 신화가 남긴 위태로운 낭만

건즈 앤 로지스의 폭력성은 음악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는 밴드의 프론트맨 액슬 로즈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건으로까지 이어졌다. 1991년 7월, 미국 세인트루이스 인근 리버포트 원형극장에서 열린 공연은 그 상징적인 장면 중 하나다. 공연 도중 액슬 로즈는 공연 장면 사진을 찍던 관객을 문제 삼아 무대 아래로 뛰어들었고, 이는 급기야 팬들과 몸싸움의 형태로까지 이어졌다. 공연은 중단되고 사태는 관객 난동으로 번졌다. 무대를 장악하던 보컬이 무대의 질서 자체를 무너뜨린 사건이었다.

사건은 액슬 로즈라는 인물의 모순을 압축한다. 그는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관객을 좌지우지하는 프론트맨이었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통제 못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의 불안정한 에너지는 무대 위에서 강렬한 매력이 됐고, 음악 안에서는 폭발력이 됐지만, 현실에서는 폭력적 충돌과 파국으로 번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과거의 성폭행 의혹까지 소송으로 제기됐다. 당시 모델로 활동했던 쉴라 케네디(Sheila Kennedy)는 1989년 뉴욕의 한 호텔에서 액슬 로즈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고, 사건은 이후 비공개 합의로 종결됐다. 액슬 로즈 측은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이는 액슬 로즈를 둘러싼 폭력적이고 매혹적인 이미지를 단지 ‘위험한 록스타’의 낭만으로 판단하기만은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건즈 앤 로지스의 낭만은 안전하지 않다. 이들은 거칠고 아름다웠으며, 자유로워 보였지만 파괴적이었고, 실제 삶에서도 수많은 논란과 충돌을 남겼다. 바로 이 모순이 건즈 앤 로지스를 단순히 성공한 록스타가 아닌, 불편함을 동반한 록의 신화(神話)로 만든다.

건즈 앤 로지스의 위태로운 낭만은 대중의 마음을 홀렸지만 그 위험함이 폭력을 무력화할 순 없다. 폭력성은 음악 안에서 긴장과 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다. 이 경계선을 지우는 순간, 우리는 록의 신화를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시대의 파괴성을 다시 소비하는 일에 그치게 된다.

And when your fears subside
And shadows still remain, oh yeah
So never mind the darkness, we still can find a way
‘Cause nothin’ lasts forever, even cold November rain
(그리고 너의 두려움이 가라앉을 때
그리고 그림자가 아직 그곳에 있을 때
어둠을 두려워하지마, 우린 아직 길을 찾을 수 있어
어차피 영원한 것은 없어
이토록 차가운 11월의 비조차 영원하지 않을 거야)
- 건즈 앤 로지스, ‘노벰버 레인’(November Rain) 中 -
[게티이미지/Photo by Kevin Mazur]

건즈 앤 로지스가 남긴 것은 단순한 록스타의 난동도, 위험한 청춘의 무용담도 아니다. 이들은 1980년대 말 록이 팔던 환상 안에, 그 환상이 감추고 있던 욕망과 불안, 순수와 폭력성을 동시에 밀어 넣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음악과 정체성은 지금까지도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아름답지만 불편하고, 거칠지만 때로는 순수하며, 매혹적이지만 안전하지 않다.

‘스윗 차일드 오 마인’의 맑은 리프는 여전히 경이롭다. ‘웰컴 투 더 정글’의 거친 도시 감각은 여전히 강렬하다. ‘노벰버 레인’(November Rain)의 웅장한 고독은 변치 않고 가슴을 울린다. 다만 이 같은 강렬함은 결코 깨끗한 신화로만 남지 않았다. 그 주변에는 늘 논란과 충돌, 폭력성과 파국의 그림자가 함께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건즈 앤 로지스는 LA메탈의 환상을 완성한 밴드가 아닌, 그 환상이 더 이상 깨끗하게 유지될 수 없음을 가장 치명적인 방식으로 드러낸 밴드였다.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빛나지만, 그 빛은 위험하다.

건즈 앤 로지스가 남긴 질문 또한 거기에 있다.

우리는 이 위험한 아름다움 앞에서, 어디까지 매혹되고 어디서부터 멈춰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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