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하자더니 보고서만 쓰다 나왔어요”…AI 인재들이 대기업 떠나는 이유 [MTR]
인재풀 늘었지만 이탈도 가속
이직 사유 1위는 ‘전략 부재’
AI네이티브·스타트업으로
박삭급 전문가도 탈출 행렬

기업들에서 AI 인재 중요성이 계속 부상하고 있지만, 대기업에 입사한 후에 오히려 회사를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재 이탈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은 A씨 사례처럼 급여가 아닌 기업의 AI 전략 부재로 인한 방향성 문제, AI 업무임에도 기존에 하던 일만 반복하는 직무의 불일치성이었다.
“AI 인재가 부족하다”고 외치는 기업들의 상황을 심화시키는 요인에는 인재를 뽑아놓고도 기업 전략 부재로 잘 활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다만 AI 기술을 보유한 인력의 이직률은 다른 직무 근로자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인재 풀은 늘어났지만 이탈 또한 활발한 셈이다.
이 같은 이탈의 원인으로는 표면적으로 급여의 크고 적음이 꼽히지만, 현장의 인재들은 오히려 기업 전략이나 경영진 이해도의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직장인 플랫폼 리멤버의 리서치 조직인 리멤버 리서치가 지난해 말 기업 인사담당자(HR)와 AI 직무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회사를 떠난다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71%(중복 응답)의 응답자가 ‘AI 전략 부재’를 꼽았다.
또한 경영진 이해도(58%), 개념검증 반복(43%) 등도 인재들 이탈을 초래하는 기업의 문제로 꼽혔다. 급여 수준이 주요 이탈 원인이라고 답한 비율은 44%로 3위에 그쳤다.
해당 조사는 한국이 왜 AI 인재 유출국으로 불리며 인재들이 이탈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분석하기 위해 진행됐다.

한편 국내 기업들의 AI 도입 수준을 분석한 다른 리멤버 조사에 따르면 대상 기업의 83%가 AI 도입 실행 전략을 수립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본격 이행이나 고도화 단계라고 답한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AI 전략의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방향성이 확실하지 않다보니, 관련 인재를 채용하더라도 활용이 쉽지 않은 것이다.
판교 한 정보기술(IT) 기업에 재직 중인 30대 B씨는 “AI 전환 측면에서는 과도기를 지나는 단계”라며 “아직 벤치마크할 수 있는 명확한 사례가 없다 보니 전사적으로 일단 많이 활용하고는 있지만 경영진 또한 쉽게 과감한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같은 조사에서 채용 의사결정권자를 대상으로 ‘조직 내 AI 직무 정의가 얼마나 정확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불명확하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30%에 달했다.
AI 직무로 일하는 재직자들이 체감하는 직무의 불명확성은 더욱 심했다. 채용 의사결정권자가 ‘직무 정의가 명확하다’고 응답한 기업의 AI 직무자를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묻자,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또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46%에 달했다.
국내에서 AI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20대 C씨는 “주위 개발자를 보면, AI 직군으로 입사해도 막상 회사에 들어가 보면 기존에 하던 일을 중점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자신이 잘할 수 있거나 원하는 일이 아니라면 이직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직무 정의조차 미비한 상황은 기업들이 아직 확실한 AI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업 차원에서는 보다 뚜렷한 비전 제시와 함께 직무의 불일치를 줄이는 것이 인재 영입을 넘어 인재를 붙잡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리멤버 헤드헌팅 그룹인 브리스캔영 어쏘시에이츠의 임희정 AI·테크 부문장은 “과거에는 많은 대기업이 경쟁적으로 AI 조직을 신설하고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면, 최근에는 단순 조직 확대보다는 실제 업무 효율화와 생산성 개선, 그리고 투자 대비 효과(ROI)를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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