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메뉴까지 AI 뜻대로” 하루 25억번 대답하는 AI…전기 사용량, 곧 한국 넘어선다 [지구, 뭐래?]

김광우 2026. 6. 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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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화면과 돼지국밥.[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제는 저녁 메뉴까지 챗GPT에 묻는다”

#.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장준영(28) 씨. 매달 돈을 주고 챗GPT를 구독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됐다. 업무는 물론, 일상생활에서 이뤄지는 선택들에서도 챗GPT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

장 씨는 “아침에 일어나서는 오늘 날씨와 추천 옷차림에 관해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식사 메뉴 추천을 받고, 고민 상담을 하기도 한다”며 “아무리 말을 걸어도, 귀찮아하지도 않으니 별다른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현대 사회의 ‘필수재’로 여겨지고 있는 인공지능(AI). 단순 업무 관련 사항을 넘어, 일상생활 깊숙한 부분까지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가장 대중적인 생성형 AI 챗GPT가 하루 처리하는 질문만 약 25억개에 달한다. 문제는 어마어마한 사용량에 뒤따르는 자원 소모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메타 데이터센터. [게티이미지]

그중에서도 ‘전력’ 사용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AI 가동 등으로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만 1년에 448테라와트. 국가 단위로 보면, 전 세계 11위에 해당한다.

심지어 오는 2030년 전력 사용량은 2배로 늘어, 한국 전체 사용량을 넘어설 예정이다. 무려 한국에서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의 1.6배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전력 생산을 위해 더 많은 자원이 소모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 AI 발전이 지구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대문 인근에 있는 건물 외벽에 줄지어 걸린 에어컨 실외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상섭 기자

지난 3일 유엔대학교 물·환경·보건연구소(UNU-INWEH)가 발간한 ‘AI 에너지 사용의 환경비용: 탄소·물·토지 발자국’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약 448테라와트(TWh)로 분석됐다.

이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국가로 환산하면, 세계 11위의 전력 소비국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증가 속도.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은 945TWh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 세계 6위 전력 소비국 수준이다.

경주시 문무대왕면 일대에서 소방헬기가 송전탑 사이로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연합]

한국의 연간 전력소비량이 600TWh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2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만 해도 한국의 1.6배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주원인은 생성형 AI 발전으로 인한 사용량 증가. 실제 AI 업무만으로도 378TWh의 전력이 사용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지금까지는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적지 않은 전력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향후 AI 사용이 더 늘어나며, 수십억건의 질문에 매일 답하는 과정이 전체 에너지 사용의 대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명 ‘추론’ 단계에서 전체 AI 에너지 사용의 80~90%를 차지할 것이라는 얘기다.

데이터센터.[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유엔대학교 추정에 따르면 챗GPT는 하루 약 25억개의 프롬프트를 처리하고 있다. 텍스트 요청 1건당 평균 0.42Wh를 쓴다고 가정하면, 연간 약 383GWh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계산이다. 심지어 AI 이미지 생성의 경우 짧은 텍스트 답변보다 60배, 텍스트 분류보다 1450배 높은 전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AI 전력을 충당하기 위해 적지 않은 자원이 투입되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 화석연료 발전으로 인한 탄소배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심지어 재생에너지 등으로 에너지 발전이 친환경 전환을 하더라도, 물·토지 이용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는 게 유엔대학교 측의 문제 제기다.

데이터센터.[게티이미지뱅크]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에서 바이오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평균적으로 탄소 발자국은 72%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그와 함께 물과 토지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바이오에너지의 물 발자국(사용량)은 평균적으로 석탄보다 30배 이상 크고, 토지 발자국은 100배 더 큰 것으로 제시됐다.

흔히 깨끗해 보이는 전력원이라도, 물 사용과 토지 점유까지 고려할 경우 다른 환경비용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브라질은 수력발전 비중이 큰 대표적인 국가. 이에 따라 전력 생산에 따른 탄소 배출량이 세계 평균에 비해 77%가량 낮다. 하지만 물·토지 사용량의 경우 전 세계 평균보다 3배 높다.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인천=임세준 기자

현재 데이터센터의 친환경성을 논할 때는 다수 기관이 ‘재생에너지 사용’, ‘탄소배출 저감’ 등 사항을 중점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AI 데이터센터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평가 항목을 넓혀, 물·토지 등도 지표로 함께 놓고 평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보고서는 “탄소·물·토지 발자국을 함께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시스템은 배출량을 줄일 수 있지만 더 큰 토지 발자국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전소.[게티이미지뱅크]

이 밖에도 ‘지역 불평등’이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적된다. AI 발전의 혜택은 전 세계 이용자와 기업이 누린다. 하지만 전력망·수자원·토지 등 자원 부담은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센터를 유지하기 위한 인프라 비용을 지역에서 부담해야 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양의 전기 에너지를 소비하는 데 이어, ‘열섬’ 현상을 일으켜 주변 지역의 기온을 최대 9.1도까지 올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데이터센터의 존재만으로, 인근 주민들이 더 더운 환경에서 거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게티이미지뱅크]

폐기물 문제도 거론된다. AI 경쟁은 고성능 서버와 반도체의 교체 주기를 앞당긴다. 더 큰 모델과 빠른 추론을 위해 장비가 폐기되며, 전자폐기물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 보고서는 AI 인프라가 2030년까지 매년 최대 250만톤의 전자폐기물을 발생시킨다고 전망했다. 이는 매년 에펠탑 약 250개를 폐기하는 규모다. 폐기물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면, 중금속이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보고서는 AI 개발사와 서비스 제공자가 모델 학습, 추론에 쓴 전력량 등 소비 자원을 표준화해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AI 모델을 만들 때부터 전기를 덜 사용하게 효율적인 설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현재 대부분의 평가는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AI의 환경 영향 공개 기준으로 학습 및 추론 과정 전반과 함께 탄소, 물, 토지 발자국 등을 표준화된 단위로 제시할 수 있게 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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