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성동구청장’ 내세운 정원오…정작 성동구는 ‘몰표’ 안 줬다
불과 6532표 차이…핵심 ‘성수동’에선 吳 승리
사전투표 鄭 ‘완승’에도…본투표는 모두 吳 이겨
‘텃밭’서 흔들린 지지…부동산 우려 등 작용한 듯

석패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는 당초 ‘일 잘하는 3선 성동구청장’을 가장 큰 무기로 출마했다. 하지만 막상 성동구의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예상을 빗나간 결과가 나왔다. 정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핵심 지지기반에서 표심을 잡지 못한 것이 타격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현황을 살펴보면 정 후보는 성동구에서 8만3051표를 얻었다. 경쟁자였던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은 7만6519표를 받았다. 불과 6532표 차이였다.
정 후보자가 얻은 득표수는 이번에 성동구청장으로 출마한 민주당 유보화 당선인의 득표수(8만6103표)보다도 적었다. 성동구 유권자 중 구청장은 민주당 후보를 찍었지만 시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의미다. 이는 결국 후보 개개인에 대한 선호가 달랐다는 뜻이다.

성동구의 중심지인 성수동에서 오 시장은 1만4713표, 정 후보는 1만3008표를 얻어 오 시장이 앞섰다. 성수1가 제1동·제2동, 성수2가 제1동·제3동 등 4개 행정동 모두 오 시장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성수동뿐 아니라 옥수동에서도 오 시장이 7719표를 얻으며 정 후보(5436표)를 따돌렸다.
정 후보는 왕십리2동에서 1366표 차, 마장동에서 1193표 차, 용답동에서 792표 차, 송정동에서 559표 차로 오 시장을 앞섰지만 전체 판세를 뒤집기는 부족한 득표수였다.
선관위에 따르면 성동구 전체 행정동에서 관내 사전투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앞질렀다. 하지만 6월 3일 진행된 본투표일에는 오 시장이 성동구 모든 지역에서 정 후보를 앞섰다. 이는 역대급 사전투표율을 지켜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본투표일에 위기감을 갖고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나온 것으로 보인다.
성동구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였다. 성동구 최종 투표율은 66.2%로 전국 평균(61.0%)보다 높았다. 사전투표율은 24.33%로 서울 평균(23.84%), 전국 평균(23.51%)을 모두 앞섰다.

이런 표심의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이 정 후보를 누른 성수동은 정 후보가 ‘성수동’이란 제목의 책까지 냈을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던 지역이다. 지난해 11월 낸 이 책에 정 후보는 이렇게 썼다.
“성수동은 21세기의 정치와 행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도시였고, 그 유효성을 입증한 도시였다.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의 힘과 아이디어가 어떻게 공간을 바꾸고 미래를 만들어내는지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그 흐름을 가로막지 않고, 흘러가도록 길을 내주는 것. 그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가 앞으로도 지켜야 할 자세다.”
정 후보는 유세에서도 “저는 낡은 공장지대 성동을 세계적 핫플레이스로 만들고 10년 만에 성수동 기업을 두 배로 늘려 일자리를 늘렸다”며 “그 검증받은 능력으로 서울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 내 20개의 성수동을 만들어 각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했다.

그 정도로 정 후보는 성수동을 자신의 핵심 브랜드로 내세웠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작 성수동의 표심은 정 후보가 아니라 오 시장을 선택했다.
생활주거지 성격이 강한 왕십리·마장 지역은 정 후보를 선택한 반면, 재개발 추진 지역인 성수전략정비구역 인근과 서울숲을 품은 성수동은 오 시장에게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에서 쏟아진 부동산 관련 발언들, 그리고 이로 인한 부동산 소유자들의 불안 심리가 오 시장을 지지하게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 지역의 3선 구청장’을 지지하는 심리보다 ‘내 재산, 내 부동산’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투표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성동구를 비롯한 한강벨트의 ‘부동산 표심’이 오 시장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정 후보를 둘러싼 여타 의혹과 논란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 측은 선가 기간 내내 정 후보의 칸쿤 출장 의혹, 31년 전 폭행 전과 문제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에 정 후보 측이 소극적인 태도로 대응하면서 전략적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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