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성동구청장’ 내세운 정원오…정작 성동구는 ‘몰표’ 안 줬다

이혜원 기자 2026. 6. 6. 17:2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동구서 鄭 8만3051표 vs 오세훈 7만6519표
불과 6532표 차이…핵심 ‘성수동’에선 吳 승리
사전투표 鄭 ‘완승’에도…본투표는 모두 吳 이겨
‘텃밭’서 흔들린 지지…부동산 우려 등 작용한 듯
지난해 12월 10일 정원오 당시 성동구청장이 서울시 성동구 펍지성수 라운지에서 자신의 저서 ‘성수동 (도시는 어떻게 사랑받는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길을 끈 드라마였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특히 서울 성동구의 ‘표심’이 주목받고 있다.

석패한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는 당초 ‘일 잘하는 3선 성동구청장’을 가장 큰 무기로 출마했다. 하지만 막상 성동구의 투표함을 열어본 결과 예상을 빗나간 결과가 나왔다. 정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이자 핵심 지지기반에서 표심을 잡지 못한 것이 타격이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 현황을 살펴보면 정 후보는 성동구에서 8만3051표를 얻었다. 경쟁자였던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시장은 7만6519표를 받았다. 불과 6532표 차이였다.

정 후보자가 얻은 득표수는 이번에 성동구청장으로 출마한 민주당 유보화 당선인의 득표수(8만6103표)보다도 적었다. 성동구 유권자 중 구청장은 민주당 후보를 찍었지만 시장은 국민의힘 후보를 찍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는 의미다. 이는 결국 후보 개개인에 대한 선호가 달랐다는 뜻이다.

지난달 30일 정원오 당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아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동별 득표 결과도 흥미롭다.

성동구의 중심지인 성수동에서 오 시장은 1만4713표, 정 후보는 1만3008표를 얻어 오 시장이 앞섰다. 성수1가 제1동·제2동, 성수2가 제1동·제3동 등 4개 행정동 모두 오 시장에게 더 많은 표를 줬다.

성수동뿐 아니라 옥수동에서도 오 시장이 7719표를 얻으며 정 후보(5436표)를 따돌렸다.

정 후보는 왕십리2동에서 1366표 차, 마장동에서 1193표 차, 용답동에서 792표 차, 송정동에서 559표 차로 오 시장을 앞섰지만 전체 판세를 뒤집기는 부족한 득표수였다.

선관위에 따르면 성동구 전체 행정동에서 관내 사전투표는 정 후보가 오 시장을 앞질렀다. 하지만 6월 3일 진행된 본투표일에는 오 시장이 성동구 모든 지역에서 정 후보를 앞섰다. 이는 역대급 사전투표율을 지켜본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본투표일에 위기감을 갖고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나온 것으로 보인다.

성동구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였다. 성동구 최종 투표율은 66.2%로 전국 평균(61.0%)보다 높았다. 사전투표율은 24.33%로 서울 평균(23.84%), 전국 평균(23.51%)을 모두 앞섰다.

지난달 23일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성동구 서울숲 서울국제정원박람회 현장을 찾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세훈 캠프 제공

이런 표심의 배경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이 정 후보를 누른 성수동은 정 후보가 ‘성수동’이란 제목의 책까지 냈을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던 지역이다. 지난해 11월 낸 이 책에 정 후보는 이렇게 썼다.

“성수동은 21세기의 정치와 행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준 도시였고, 그 유효성을 입증한 도시였다. 도시 한복판에서, 사람의 힘과 아이디어가 어떻게 공간을 바꾸고 미래를 만들어내는지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그 흐름을 가로막지 않고, 흘러가도록 길을 내주는 것. 그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고, 우리가 앞으로도 지켜야 할 자세다.”

정 후보는 유세에서도 “저는 낡은 공장지대 성동을 세계적 핫플레이스로 만들고 10년 만에 성수동 기업을 두 배로 늘려 일자리를 늘렸다”며 “그 검증받은 능력으로 서울 경제를 살려내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울 내 20개의 성수동을 만들어 각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했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캠프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 상황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그 정도로 정 후보는 성수동을 자신의 핵심 브랜드로 내세웠지만, 서울시장 선거에서 정작 성수동의 표심은 정 후보가 아니라 오 시장을 선택했다.

생활주거지 성격이 강한 왕십리·마장 지역은 정 후보를 선택한 반면, 재개발 추진 지역인 성수전략정비구역 인근과 서울숲을 품은 성수동은 오 시장에게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여당에서 쏟아진 부동산 관련 발언들, 그리고 이로 인한 부동산 소유자들의 불안 심리가 오 시장을 지지하게 만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 지역의 3선 구청장’을 지지하는 심리보다 ‘내 재산, 내 부동산’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투표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성동구를 비롯한 한강벨트의 ‘부동산 표심’이 오 시장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정 후보를 둘러싼 여타 의혹과 논란도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 측은 선가 기간 내내 정 후보의 칸쿤 출장 의혹, 31년 전 폭행 전과 문제 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이에 정 후보 측이 소극적인 태도로 대응하면서 전략적 실패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