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급락에 개미들 '당황'…연기금·외국인은 '이것' 샀다 [종목+]

한경우 2026. 6. 6.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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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피크아웃 재점화…'삼전닉스 천하' 그 후는
브로드컴 쇼크에 글로벌 메모리반도체株 동반 하락
"반도체 빠져나온 수급, 소비재·에너지 향할 것"
"반도체 쏠림 인정해야…삼전·닉스만 주도주 요건 갖춰"
사진=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투자의 정점 통과(피크아웃) 우려가 또 불거졌다. 고객의 요구대로 맞춤형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기업 브로드컴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AI 반도체 매출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내놓자, 이전까지 투자심리를 독차지하며 급등했던 반도체주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조정이 반도체주로의 투자심리 쏠림 해소의 계기가 될 가능성을 점치는 동시에 반도체 쏠림을 인정하고 투자의견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익 모멘텀, 성장 스토리(내러티브), 유동성, 상품화 가능성 등 4박자를 갖춘 차기 주도주 후보가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브로드컴 가이던스 쇼크 계기로 반도체 차익실현 쏟아져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6.4% 하락한 32만9000원에, SK하이닉스는 9.92% 내린 207만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4일에도 삼성전자는 2.5%, SK하이닉스는 2.63% 빠진 데 이어 이틀 연속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

국내 증시 상승을 이끌어온 두 대장주의 하락은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 콘퍼런스에서 비롯됐다. 호크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정규장 마감 이후 진행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AI 칩 매출 가이던스로 160억달러(약 24조4000억원)를 제시했다. 시장 전망치는 172억달러였다. 예상을 밑돈 폭이 7%에 그쳤지만, AI 투자 확대가 주춤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부상하며 국내 반도체 대형주 주가를 끌어 내렸다.

브로드컴 주가는 컨퍼런스콜의 영향이 반영된 4일 뉴욕증시에서 12.59%나 급락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빅3를 구성하고 있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7.74% 빠졌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브로드컴의 AI 칩 매출 가이던스 쇼크는 AI 반도체 수요 부진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전력망 등 인프라 확충 부진으로 인한 것”이라면서도 “올해 들어 메모리반도체와 AI 반도체 관련 종목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최정점에 달했다는 불안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빅테크의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확인되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쏠림 완화되면…“연기금·외국인이 찾는 실적주 찾아라”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자 새롭게 수급이 유입될 업종에 대한 탐색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일엔 코스피가 1.84% 하락했지만, 상승 종목 수가 398개로, 하락 종목 수(389개)보다 많았다. 새롭게 상승 탄력을 받을 만한 종목에 대한 탐색이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뜻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에서 빠져나온 수급이 어디로 향할지는 이익과 수급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며 유통, 화장품, 의류, 에너지 등을 새롭게 수급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섹터로 꼽았다. 최근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는 가운데, 외국인과 연기금의 수급이 함께 유입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유통, 화장품, 의류 섹터는 최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부의 효과’ 수혜가 작용하는 업종으로 호실적이 기대된다”며 “에너지 업종은 중동 분쟁이라는 공급 충격에 더해 여름이 임박한 데 따른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 업종 모두 최근 1개월간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상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전·닉스, 주도주의 요건 모두 갖춘 유일한 조합”

다만 “반도체 쏠림을 인정하는 게 전략의 출발점”이라는 조언도 나왔다. 같은 증권사의 노동길 연구원은 반도체 대형주가 계속해서 시장을 이끌어 간다는 가정 아래에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익 모멘텀과 수급 모두 가장 돋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익 모멘텀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에프앤가이드에 집계된 코스피 편입 기업의 올해 연간 지배주주순이익 합산치는 713조73억원이다. 이 중 삼성전자가 40.39%(288조90억원), SK하이닉스가 29.97%(213조6986억원)를 차지했다. 두 개 기업의 순이익 점유율이 70%를 웃돈다.

이 같은 컨센서스를 형성한 배경은 빅테크 기업의 AI 자본투자(CAPEX) 경쟁 속에서 반도체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길게 이어질 것이란 성장 스토리(내러티브)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상품 수급도 반도체 쏠림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됐다. 유가증권시장 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데 따라, 한국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상품에 유입되는 돈의 상당액이 반도체 대형주를 향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올라 지수 내 비중이 확대되면, 이후에는 더 큰 비중으로 자금이 배분되는 ‘자기 강화적’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노 연구원은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형주로서의 유동성, 이익 추정치 상향 모멘텀, 명확한 내러티브, 투자 상품화 가능성 등 주도주의 요건을 모두 갖춘 거의 유일한 조합”이라며 “단순 주도주를 넘어 다양한 ETF 상품의 공통된 기초자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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