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이 찾는 K게임…로봇 두뇌 만드는 새 공장 된다
엔씨 국방·조선 현장 진출, 크래프톤은 로봇 법인 설립…사업 영역 확대
게임엔진 기반 가상환경이 로봇 학습장으로 부상…AI 산업 핵심 인프라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SK하이닉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모티브로 한 과자 'HBM칩'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모습. [출처=SK그룹]](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6/552778-MxRVZOo/20260606170538602kqnn.jpg)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게임산업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현실과 유사한 가상 세계를 구축해 온 게임업계의 기술력이 로봇 AI 학습의 핵심 기반으로 떠오르면서다.
일각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여겨졌던 게임이 이제는 로보틱스와 AI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 역할까지 맡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방한 중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서울에서 엔씨와 크래프톤 경영진을 각각 만나 별도 회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피지컬 AI와 로봇 AI 분야 협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엔씨와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사를 넘어 AI 기업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생성형 AI와 로보틱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 상태다.
엔씨는 지난해 AI 연구개발 조직을 분리해 NC AI를 설립했다. 이후 생성형 AI 플랫폼 '바르코(VARCO)'와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 '배키(VAETKI)'를 공개하며 AI 사업을 본격화했다.
![[출처=엔씨]](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06/552778-MxRVZOo/20260606170539912xmfd.jpg)
사업 영역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엔씨는 지난 5월 말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추진한 국방용 로봇 체계 개발 사업에 현대로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고 최종 사업자로 선정됐다. 또 한화오션 조선소 현장에 적용할 자율 용접 로봇 모델 개발 및 공급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크래프톤 역시 로봇 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미국에 로봇 전문 법인 '루도 로보틱스'를 설립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루도 로보틱스는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가 미국 본사 CEO를 맡고, 이강욱 최고AI책임자(CAIO)가 한국 법인 대표를 맡아 운영한다. 회사는 인간과 유사한 움직임과 판단 능력을 갖춘 휴머노이드 AI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방산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피지컬 AI 합작법인(JV)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피지컬 AI 기술 공동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실제 산업 현장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 뒤 운영 체계 구축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게임 속 마법사와 기사 캐릭터를 구현해온 엔씨, 총격전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성장한 크래프톤이 이제는 공장과 조선소, 국방 현장에 투입될 AI와 로봇을 개발하는 모습이다. 게임회사의 역할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게임산업이 보유한 독보적인 가상세계 구현 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로봇 AI를 개발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상황을 인식하고 적절한 행동을 학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환경에서 이를 반복적으로 테스트하는 데는 비용과 시간, 안전성 문제가 따른다.
이에 업계는 현실과 거의 동일한 물리 법칙이 적용된 가상 환경에서 AI를 먼저 학습시키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바로 게임 개발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이다.
게임업체들은 오랜 기간 3차원(3D) 공간에서 수많은 이용자와 사물의 상호작용을 구현해 왔다. 현실과 유사한 환경을 설계하고 물리 엔진을 적용해 다양한 변수를 시뮬레이션하는 역량은 로봇 학습 환경 구축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언리얼 엔진과 유니티 엔진이다. 원래 게임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지만 최근에는 AI와 로봇 학습 플랫폼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FSD) 기술 검증 과정에서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실제 도로 환경을 정교하게 구현한 가상 시뮬레이터를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언리얼 엔진을 자율비행 드론 AI 연구에 적용했고, 미국 실리콘밸리 AI 스타트업 스탠더드AI는 유니티 엔진 기반 가상환경에서 무인 결제 시스템을 학습시켰다.
결국 게임산업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가상세계 구축 기술이 AI와 로봇 산업의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피지컬 AI 시장이 확대될수록 게임사들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가상 환경에서 로봇을 훈련시키고 검증하는 기술이 AI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게임산업이 단순 콘텐츠 산업을 넘어 미래 AI 생태계를 떠받치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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