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N% 성과급’은 경영판단 영역?…대법원 판례 보니
“로또식 발상” 비판도…노동시장 양극화 우려
(시사저널=주재한 시사저널e 기자)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에서도 성과급 재원을 기업 실적과 연동하는 합의가 나오면서 기업 이익을 노사 교섭을 통해 사전에 배분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커지고 있다. 노동조합의 요구가 다른 업종과 협력업체로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 이익 배분은 근로조건이 아니라 '경영판단 영역'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법원의 판단도 경영계 목소리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올해 초 대법원은 시장 상황과 자본비용, 경영판단 등에 좌우되는 초과이익성과급은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 "PS는 임금 아냐"…PI와 구별한 이유
재계에 따르면, 경총은 최근 회원사에 '노동조합의 기업 이익 배분 요구에 대한 경영계 특별 권고'를 배포하고 대응을 주문했다. 경총 관계자는 "기존 성과급은 투자와 연구개발, 재무 구조 개선 등을 고려한 뒤 남는 재원을 바탕으로 지급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었다"며 "최근 요구는 경영판단 이전에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일부를 사전에 직접 배분하라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경총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임금이나 일반적인 성과급과 다르다는 근거로 대법원 판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1월 선고된 대법원 2021다248299 판결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사기업이 지급한 초과이익성과급(PS·Profit Sharing)과 목표달성장려금(PI·Productivity Incentive)을 퇴직금 계산에 반영해야 하는지였다. 대법원은 PS의 임금성은 부정하고 PI의 임금성은 인정했다.
PS는 회사가 낸 실적에 따라 추가로 지급하는 성과급이다. 해당 사건에서는 사업부별 경제적 부가가치인 EVA의 20%를 재원으로 삼았다. EVA는 세후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 등을 뺀 지표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 노조가 요구해온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도 이와 같은 초과이익 배분형 구조에 가깝다.
대법원은 EVA가 근로자의 노동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자본 규모와 비용, 시장 상황, 경영판단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치고 지급률도 연봉의 0~50%까지 크게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PS는 근로자가 일한 대가라기보다 회사가 낸 이익을 추가로 나누는 성격에 가깝고 퇴직금 계산에 포함되는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PI는 달랐다. PI는 사업부문과 사업부의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지급됐다. 대법원은 목표 달성률과 전략과제 수행 정도가 근로자의 업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근로자가 일정 부분 관리·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PI는 제도화된 임금체계 안에서 지급되는 보상으로 봤다.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과 사기업 경영성과급을 구별할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간 대법원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했는데 이후 사기업 성과급에도 같은 법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소송이 이어졌고 하급심 판단도 엇갈렸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구조와 지급 방식에 따라 임금성을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성과급은 원래 인건비 예산 일부를 성과급 방식으로 바꾼 구조여서 본질적으로 임금 성격이 강하다"며 "민간기업 경영성과급은 이미 임금을 지급한 뒤 기업 실적에 따라 추가로 이익을 나누는 구조라는 점에서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이광선 율촌 변호사도 "공기업 경영평가성과급의 임금성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사기업 성과급을 두고 하급심 판단이 엇갈려 왔다"며 "올해 1월 대법원 판결은 성과급 구조와 지급 방식에 따라 임금성을 구분할 기준을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임금이 아닐 뿐만 아니라 노조법상 근로조건에도 포함되지 않는 만큼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교섭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다만 대법원이 직접 판단한 것은 성과급의 임금성 여부다. 단체교섭 대상성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경총 "근로조건 아냐…쟁의도 위법 소지"
경총 관계자는 "임금이 아니기 때문에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가 아니다"며 "영업이익의 사전 배분 요구는 근로조건 자체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는 통상 식대와 교통비, 사내 시설 같은 개념이고 기타 대우도 휴식과 휴가, 징계, 포상 등이 중심"이라며 "영업이익 배분 요구는 임금과 복지, 기타 대우 어디에도 넣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조법은 노동쟁의를 임금과 근로시간, 복지, 해고, 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에 관한 분쟁으로 규정한다. 경총은 사업경영상 결정도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처럼 근로조건의 구체적 변화를 초래하는 경우를 뜻하며 기업 이익 배분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 이익 배분은 의무적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며 이를 주된 목적으로 한 쟁의행위도 목적상 위법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도 "사용자가 임의로 교섭에 응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응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교섭이 결렬됐다는 이유만으로 쟁의행위 대상으로 삼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 의무 여부와 별개로 기업 현장에서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가 빠르게 번지는 분위기다.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사 교섭 과정에서도 영업이익의 13~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안이 거론 중이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원청 직원과의 성과급 격차를 문제 삼으며 SK하이닉스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의를 새로운 보상체계 혁신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기본급을 낮추고 기업 실적에 따라 전체 보상이 달라지는 구조로 임금체계를 재편한 것이 아니라 기존 임금 인상에 더해 업황 호조기에 초과이익 일부를 추가로 요구하는 방식에 가깝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본급과 연봉은 계속 올리면서 실적이 좋을 때 영업이익 일정 비율까지 추가로 달라는 것은 일종의 로또식 발상에 가깝다"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개별 근로자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 상황과 기업의 경영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줄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성과급을 줄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으로 노동시장이 갈리고 원청과 협력업체, 업종 간 격차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딩 기업의 노조라면 자신들의 요구가 다른 기업과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는 사회적 책임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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