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공짜인 줄 알았는데 '돈폭탄' 논란
원본 파일·액자 조건에 소비자 피해 반복
공정위 칼 빼들자 업계도 가격 공개 약속
투명한 가격 안내가 촬영시장 신뢰의 출발점

사진 촬영 서비스가 일상화되고 가족사진, 성장앨범, 프로필 촬영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소비자가 계약 이전에 정확한 비용을 알지 못하는 정보 비대칭 문제가 시장 전반의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5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한국사진작가협회와 한국프로사진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촬영업종 가격정보 공개 촉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국민주권정부의 국가정상화 프로젝트 1차 과제로 선정된 ‘촬영업종 정보비대칭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 해소’ 과제의 후속 조치로 마련됐다.
정부가 촬영업계를 주목한 배경에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접수된 사진 촬영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1670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무료 촬영을 내세운 상술과 관련된 사례는 262건으로 전체의 15.7%를 차지했다. 특히 무료 촬영을 광고한 뒤 촬영 이후 원본 파일 제공이나 액자, 앨범 제작 등을 조건으로 고액의 추가 결제를 요구하는 사례가 대표적인 피해 유형으로 꼽힌다.
문제는 소비자가 촬영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업체들은 촬영 자체는 무료 또는 저가로 홍보하지만, 촬영 이후 원본 파일 구매, 보정 작업, 의상 대여, 액자 제작, 앨범 구성 등을 별도 상품으로 분리해 판매한다.
소비자는 촬영이 끝난 뒤에야 추가 비용 규모를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미 촬영이 완료된 상황에서 사진을 포기하기 어려운 소비자 심리를 이용해 사실상 선택의 여지를 제한하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최근에는 SNS와 문자메시지를 활용한 마케팅이 확산되면서 이러한 문제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무료 가족사진 촬영, 무료 아기사진 촬영, 무료 프로필 이벤트 등의 광고가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가격 정보는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광고 단계에서는 혜택을 강조하지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비용에 대한 설명은 부족해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에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촬영업체들이 기본 서비스 요금뿐 아니라 선택 품목의 세부 내역과 가격을 포함한 상세 가격표를 사업장과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원본 사진 파일 제공 여부와 비용, 앨범 및 액자 제작 비용, 의상 대여 비용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항목에 대해서는 촬영 이전에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설명하도록 요청했다.
이번 조치는 소비자 보호 측면뿐 아니라 업계의 건전한 성장에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격 정보가 불투명한 시장에서는 성실하게 영업하는 업체들까지 부정적인 인식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촬영업체 전체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이 아닌 정보 은폐 경쟁으로 흐를 위험이 커진다. 투명한 가격 공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업체 간 공정 경쟁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촬영업계는 대부분 소규모 사업자와 자영업자로 구성돼 있어 가격 체계가 복잡하고 서비스 구성도 업체마다 다르다. 촬영 시간과 인력 규모, 보정 수준, 장비, 장소 대여 여부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가격을 획일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가 요청한 것처럼 가이드라인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홍보가 병행되지 않을 경우 현장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가격표 게시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소비자가 계약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의무를 강화하고,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감시를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무료 촬영이라는 표현이 소비자의 오인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광고 문구의 적정성에 대한 점검도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예약 단계에서부터 비용 발생 여부와 계약 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고, 촬영 전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항목을 서면으로 명시해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예약 문자와 계약서, 결제 내역 등 관련 자료를 보관하는 것도 향후 분쟁 발생 시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공정위와 소비자원은 앞으로도 촬영업계와의 소통을 이어가며 가격 정보 공개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동시에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감시와 엄정한 법 집행을 병행할 계획이다.
사진은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는 서비스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비용 부담에 대한 불안과 불신을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일은 업계와 정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투명한 가격 공개와 공정한 거래 관행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촬영 시장이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