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 모티브의 전향 / 황삼연​

최미화 기자 2026. 6. 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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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환(시조 시인)

이마에 조표를 달고/ 어길 수 없는 보폭에도// 변조에 변박까지/ 가끔은 발버둥 쳐도// 구전 속/ 한 편의 기적// 부질없는 바라기/ 둘 모여 소절 되고// 번듯한 듯 갖추지만// 쉼 없이 쪼개지는/ 음표를 놓칠세라// 악짓손/ 숨 가쁜 질주에도/ 겹세로줄 단호하다
『모티브의 전향』(책만드는집, 2026)

시조집 『모티브의 전향』 작품해설에서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삶의 기원과 궁극을 노래하는 사랑과 그리움의 서정'이라는 제목으로 황삼연 시인의 시조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다양한 서정의 계기들을 마련해 가는 시조, 감각의 탐구를 통해 가닿는 시조 자체의 존재론, 존재의 원형에 대한 실감 어린 기억들, 삶의 이면적 비의(秘義)를 통찰한 실존적 고백론, 위안과 치유 그리고 발견과 공감의 언어'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황삼연 시조 미학의 특징을 두고 자연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한껏 아름다운 형상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그것을 시조라는 언어적 육체가 거두어들일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높은 형식으로 담아냈고, 동일성에 바탕을 둔 충만한 현재형을 구상화했다고 보았다.
「모티브의 전향」은 그가 즐겨 연주하는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전향은 방향을 바꾼다는 뜻인데, 이와 같은 방향 전환은 새로운 예술적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것도 모티브의 전향이니 더욱 그러하다. 이마에 조표를 달고 어길 수 없는 보폭에도 변조에 변박까지 가끔은 발버둥 치는 일을 거듭한다. 시를 쓰는 일과 다를 바가 없다. 그것은 구전 속 한 편의 기적을 얻는 일이다. 부질없는 바라기 끝에 둘이 모여 소절 되고 번듯한 듯 갖춘다. 그렇듯 쉼 없이 쪼개지는 음표를 놓칠세라 악짓손 숨 가쁜 질주에도 겹세로줄이 단호한 것을 본다. 악짓손은 무리하게 악지로 해내는 솜씨인데 잘 안될 일을 잘 해내려는 고집을 무조건 탓할 일만은 아니다. 그런 시도와 노력 중에 명작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겹세로줄은 오선(五線) 위에 수직으로 그은 두 개의 세로줄을 말한다. 굵기가 같은 세로줄은 박자나 리듬 등이 바뀌는 곳을 표시한다. 화자는 겹세로줄의 단호함을 강조하면서 모티브의 전향을 상기시킨다.
그는 이번 시조집을 통해 행복은 이제부터 피어 있는 뜨락의 꽃 한송이에게 안부를 묻는 것이라고 여기고, 삼장 육구를 위해 전력투구하고자 한다. 쌍꺼풀로 고치고 코도 조금 높이고 분 발라 감춘 기미, 향수도 뿌린 데다 번듯한 키높이 구두와 모자도 쓸까 고민 중이라는 권두 시조에서 그 변화의 조짐을 엿볼 수 있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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