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외쳤지만, 규제가 앞섰다…이재명 정부 1년 부동산 성적표는
집권 후 대출·세금·토허제 총동원…서울 집값 상승률 역대 최고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약속이었을까,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대선후보 시절, 역대 민주당 정부와는 다른 부동산 정책을 약속했다. 수요 억제와 징벌적 과세 대신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정부 규제만으로는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주식시장 활성화 등 대체 투자 수단을 육성하고, 주택 공급을 늘려 실수요를 충족시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당시 공약과는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다.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웠던 대선 당시와 달리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대출 규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등 고강도 규제가 잇따라 쏟아지면서다.
부동산 정책은 시장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달라진다. 집값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팔랐다면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이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재명 정부는 노무현 정부 이후 역대 정권 가운데 집권 첫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정부(14.74%·KB부동산)라는 기록을 쓰게 됐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던 약속은 왜 1년 만에 정반대 결과를 낳게 됐을까.

'3무' 부동산 공약…취임 후 최대 관심사로
이재명 대통령은 21대 대선 당시 부동산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과거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선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20대 대선에서는 전국 311만 가구 공급,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90% 적용 등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21대 대선에서는 공급을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목표와 시기, 실행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른바 '3무(無) 부동산 공약'이라고 불린 이유다.
그러나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규제 시계는 어느 정부보다도 빠르게 돌아갔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한 달도 채 되기 전에 첫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정부(40일), 노무현 정부(87일)보다도 빠른 속도였다. 6·27 대책에서는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고, 3개월 후에는 10·15 대책을 통해 집값 상승 지역을 대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다만 이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이 직접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거나 다주택자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은 드물었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메시지 변화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시점은 올해 들어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 시작했고, '망국적 부동산 투기' '불로소득 공화국 탈출'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강경한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대선 당시 공급 확대를 강조하며 시장 친화적 메시지를 내놓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양홍석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2025년 월평균 1.5건 수준이던 부동산 관련 공식 발언은 올해 1월 9건, 2월 27건으로 급증하면서 2026년 들어 집중적으로 증가했다"며 "민감한 부동산 정책 메시지를 직접·즉각적으로 국민에게 전달해 정책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에 명확한 방향을 전달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했다.
달라진 것은 부동산 시장을 대하는 태도만이 아니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강조했던 부동산 정책의 우선순위 역시 1년 만에 크게 바뀌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발간한 정책 공약집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초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집중'하겠다는 점을 공약 서두에 내세웠다.

'공급 중심' 약속했지만…현실은 수요 억제
하지만 정작 지난 1년간 정부 정책은 공급 확대보다 다주택자·고가주택 보유자·고소득층을 겨냥한 수요 억제에 치중됐다. 6·27 대책은 고액 대출을 활용한 주택 매입 수요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고 판단해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이어 10·15 대책에서는 15억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를 추가로 강화해 사실상 현금 동원력이 충분한 고자산가들만 고가 주택을 매입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반면 중산층·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공급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7 공급 대책과 올해 1·29 대책을 통해 5년간 135만 가구 착공과 수도권 핵심 지역 6만 가구 신속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이 가운데 대통령 임기 내 입주가 가능한 단기 공급 물량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일부 다주택자 규제 등은 고가 주택의 상승세를 잠재우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문제는 실거주를 위해 내 집을 마련하는 사람들의 시장까지 마비시켰다는 것"이라며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선 당시 공약을 믿고 내 집 마련을 미룬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전혀 다른 정책들이 나오면서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이 반복적으로 강조했던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원칙 역시 흔들리고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세를 강화했음에도 집값이 급등했던 경험을 거론하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 안팎에서는 세제 강화 카드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종료된 데 이어, 오는 7월에는 보유세 개편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에는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규제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세제 강화와 공급 확대를 병행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기조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지난 1년간 급변한 정책을 경험한 국민이 정부 정책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커진다. 실제로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큰 폭으로 올랐고, 전월세 가격 상승과 매물 부족 속에 무주택자들의 주거 부담 또한 가중됐기 때문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남은 4년 역시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책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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